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50)

이젠 ‘영원한 전설’이 되어 버린 영국의 4인조 록밴드 비틀즈. 그들이 1964년 2월7일 미국의 존 F 케네디공항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언론들은 이 일을 두고 ‘문화적 일대 사건’이라며 ‘브리티시 인베이전 ; British Invasion’이라고 대서특필 했다. ‘브리티시 인베이전’은 단어 뜻 그대로 ‘영국 침공’이다.

그리고 그 이틀 뒤인 2월9일 라디오프로인 <에드 설리반 쇼>에 출연해 미국에서의 첫 라이브공연을 가졌다. 이때 그들이 부른 <아이 원어 홀드 유어 핸드 ; I want to hold your hand>란 노래가 라디오 전파를 타고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빌보드 챠트 첫 1위곡이 되면서 미국에서만 5백만 장이라는 앨범판매고를 올렸다. 전국 곳곳에서 비틀즈에 환호하다 기절하는 여성팬들이 속출하고, 미국 전역이 비틀즈 매니아로 뒤덮여 초토화 됐다. 이후 롤링스톤즈·애니멀스·더 후·레드 제플린·블랙 사바스·딥 퍼플 등의 영국 록밴드들이 속속 미국으로 건너와 성공적으로 데뷔해 3년여 동안 ‘브리티시 인베이전’이 미국 전역을 광풍처럼 휩쓸었다.

지난 6월7일, 감기몸살·진통제 아스피린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세계적 화학·제약기업 바이엘 (Bayer)이 세계 최대의 종자기업인 110년 역사의 미국 몬샌토 (Monsanto)를 67조원에 인수했다. 이 일을 놓고 세계 언론들은 ‘세계 농업을 뒤흔든 사건’이라고 대서특필 했다. 미국의 <월스트 리트저널>은 “화학기업인 바이엘이 작물 유전자 정보까지 거머쥐며 전무후무한 농업기업이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엘의 몬샌토 인수는 세계 농업시장을 뒤흔든 일대 사건”이라고 했다.
‘바이엘 인베이전’, ‘바이엘(농업) 침공’이다.
우리나라에도 지사를 두고 있는 몬샌토는 1901년 화학기업으로 출발, 1995년 세계 최초로 GMO(유전자 변형작물)콩을 개발해 세계 최대 종자 회사로 성장했다. 세계 GMO종자시장에서는 국가별로 최대 90%까지 점유하면서 1만종 이상의 작물유전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악마의 기업’으로 불렸다. 바이엘은 이 정보를 분석해 각 품종에 최적화된 농약과 비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GMO 수입국이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내 1·3위의 종자회사였던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몬샌토가 인수함으로써 종자 수입에 따른 로열티(2020년 7900억원 예상-농촌진흥청)를 몬샌토에 지불하고 있는 입장이다. 파프리카·청양고추·시금치·토마토 등 70여개 품목에 대한 종자판매권은 그동안 몬샌토코리아가 쥐고 있었다.

이와같은 소수 글로벌기업의 세계 농업시장 독점이 우리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국엔 종자와 비료·농약가격 상승으로 이어질게 불 보듯 뻔하니, ‘바이엘 농업 침공’을 그저 ‘강 건너 불’꼴로 바라만 보면서 시름에 잠못 이루는 가녀린 농심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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