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36)

철 지난 옷은
깨끗이 세탁하고
잘 건조시킨 후
방습제․방충제 넣어 보관

날씨가 여름으로 가고 있다. 긴긴 겨울동안 입었던 두꺼운 옷들을 더 늦기 전에 손질해 보관해야한다. 여름이 오면 높은 온도와 습도로 갖가지 미생물들이 번식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직물 옷에 음식물 같은 얼룩이라도 묻어 있다면 미생물들의 좋은 영양공급원이 되므로 반드시 세탁해 보관할 필요가 있다.

세탁은 물세탁과 유기용매(기름)에 하는 드라이클리닝이 있다. 이 두 가지는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진다. 드라이클리닝은 염색이 빠지거나, 늘거나, 줄어들지 않고 세탁이 된다. 물세탁은 물에 세제를 넣어 깨끗이 세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염색이 빠지거나 다른 세탁물을 오염시키기도 하고,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등 옷의 변형이 생길 수 있다. 또 볼펜 자국처럼 물세탁으로 제거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드라이클리닝에는 물 대신 유기용제(드라이클리닝용 기름)가 사용된다. 이것은 탈지력(脫脂力)이 뛰어나서 옷에 기름기와 결합된 지용성(脂溶性) 때는 잘 제거되지만 수용성 때는 제거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같은 원리로 친수성(親水性) 섬유인 셀룰로즈계(면, 마, 레이온 등)나 단백질계(모, 견)직물의 세척력도 좋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51년경부터 차지시스템(charge system) 방식이 등장했다. 이것은 드라이클리닝용 기름에 물빨래용 세제를 넣고 소량의 물을 보태 세탁하는 방법으로, 수용성 때도 함께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유기용제, 세제, 그리고 물의 양 등을 적절하게 맞추지 않으면 세탁효과가 낮거나 물에 빤 것처럼 줄거나 변색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드라이 소프라는 것이 개발돼 보다 쉽게 사용하고는 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세제의 적정 사용량이 일반 물세탁에서의 세제량에 비해 상당히 많고(때론 10배 이상), 장마철 비오는 날이면 모직물은 수분함량이 많아져서 드라이클리닝 하는데도 물에 빠는 것과 같은 변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거기에다 유기용제는 값이 비싸서 사용 후 회수해 다시 사용한다. 회수과정에 드는 비용도 적지 않으므로 헹구지 않거나 헹구더라도 간단히 헹군다. 게다가 세탁 중에 재오염 되기도 쉬워 드라이클리닝을 되풀이하면 이런 오염이 축적돼 점차 더러워지기 쉬운 문제까지 생긴다.

주부들의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세탁소를 찾는 경우가 잦아졌다. 드라이클리닝에의 의존도도 높아졌다. 옷에는 품질표시제도에 따라 옷의 치수, 섬유의 혼용률, 그리고 세탁방법까지 적혀있다.
물론 이 품질표시제도는 제품의 질을 높이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물로 빨아 변형이 왔을 때, 옷에 부착된 세탁방법이 드라이클리닝이었다면 제조업자는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그 방법을 권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양모제품을 빠는 세제도 잘 발달돼 있어서 니트 제품이나 패딩 등도 물로 깨끗이 헹궈 빨 수 있다.

요컨대 드라이클리닝이 ‘만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든 반드시 세탁은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깨끗이 세탁하고 잘 건조시킨 후 방습제, 방충제 등을 넣어 보관하기를 권한다. 옷도 여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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