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김주훈 소장

최근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우리의 기간산업인 철강․조선․자동차 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다.
경기 쇠퇴의 여파로 올 1분기 산업생산은 1.2%, 설비투자는 7.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생산된 물건마저 잘 팔리지 않아
공장에 쌓이는 재고율이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이다. 이에 따라 신사업의 개발과 성장동력 확충을 통해 나라발전과 국민생활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성장동력을 어떻게 이끌어내야 할 것인지를 알아보고자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 겸 수석이코노미스트인 김주훈 박사를 만났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중공업
 후발주자들에게 내줄 판…
 철강․조선․자동차․전자산업은
 인공지능 첨단제품으로 승부해야

“철강산업, 인공지능기술 응용해
  첨단철강 생산성 높여야”

“1971년 고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정책 연구기관으로 설립한 한국개발연구원에 1989년에 입사해 29년째 근무 중입니다.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땄고, 현재 연구원에서 주로 산업정책 연구를 하고 있지요.”
김 소장은 한국의 기간산업별로 성장 지체 상황과 성장 부진의 원인, 그리고 성장동력 확충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철강은 장기적으로는 중국·인도 등 신흥국들의 추격으로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통상압력이 더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겁니다. 철강산업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낮은 생산비를 앞세운 개도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운 산업이기 때문이죠. 이에 세계 1위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5위로 떨어졌고 국내 2위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2014년 이후 하락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인공지능에 의해 생산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양적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산업은 선박설계기술 수출 등
지식기반형 산업으로 전환해야”

조선산업은 영국·노르웨이·일본으로부터 이어받아 조선강국으로 우뚝 서 한국의 경제발전과 국민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조선산업 역시 인건비가 낮으면서 기술습득이 빠른 중국이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은 LNG선, 시추선 등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 제작으로 경쟁국을 제쳐 왔으나 생산만으로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1인당 소득 증가로 임금상승은 불가피하므로 선박 제작보다는 프랑스의 선박설계업체처럼 선박 설계기술을 개도국에 수출하는 등 지식기반형 산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전후방 연관효과 큰 자동차산업
경쟁력 유지할 첨단자동차 개발 서둘러야

자동차산업도 국내외 판매부진, 중국의 맹추격과 함께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환율하락 등의 악재까지 겹쳐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고 김 소장은 진단했다. 이에 올 1분기 자동차 생산량, 판매량, 영업이익은 동시에 마이너스 기록 중이다. 특히 노동생산성에서 한국은 차 1대 완성시간이 26.8시간 소요되는데 비해, 도요타는 24.1시간, GM이 21.3시간으로 노동생산성 극히 저조하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높은 산업이라서 급격한 경쟁력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제작에는 철강, 타이어, 유리, 배터리, 내장용 섬유 등과 그밖에도 수많은 자재가 투입됩니다. 따라서 이들 자재를 생산하는 하청기업과 직원들의 고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유지돼야 합니다. 더구나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무인자동차 개발을 놓고 선진국들 간 경쟁이 치열한 현 상황에서 한국이 이러한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자동차산업의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체설계에 의한 독자적 자동차 생산국이 된 최초의 개도국이므로 무인자동차 경쟁에서도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어가야 합니다.”

전자산업에서는 반도체를 제외한 가전제품 중에는 중국에 추월된 제품도 이미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반도체 연구개발예산을 대폭 투입하고 있고, 한국의 반도체 개발 인력 스카우트에 혈안이 돼 있다. 이에 가전제품의 음성을 이용한 가전제품 조작 기술과 사물인터넷을 장착한 빌트인화 등과 같이 4차 산업혁명의 진행에 보조를 맞춘 제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김 소장은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신성장동력 창출
지식기반 혁신역량 증진에 힘써야

산업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1960년대 농업국에서 공업화를 빠르게 서둘러 1970년대 이후 중공업 육성에 성공을 거둬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룩한 중공업의 성공만으로는 후진국들의 추월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난 100여 년간 선진국의 산업발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마치 청소년이 성장기를 지나면 더 이상 키가 크지 않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도 성장정체단계에 와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선진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신산업 개발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이제는 이처럼 혁신에 의해서만 성장이 가능한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생산현장의 노동력에서 기술개발, 마케팅 등 지식기반의 혁신역량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이 같은 산업구조 전환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첫째, 대학교육의 파격적인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김 소장은 힘줘 말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화 기술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기술 실현을 위해서는 융합형의 인력양성이 우선돼야 합니다. 대학에서 전공학과 간 칸막이를 허물어 학생들이 각자의 미래설계에 따른 융복합 교육이 제공돼야 합니다. 이미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교육의 융합화가 진행되고 있어요.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학과 간 융복합이 교수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주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청년일자리가 양산되지 않고 있죠. 최근 다행히 일부 대학들에서 학과 융복합을 시도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성공적인 산업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각종 신산업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도 제거해야 한다고 김 소장은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치권의 입법화가 신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물론 우리 산업의 지식기반화 전환은 기존 이해관계의 변환을 의미합니다. 전환기에는 이해손실의 불만들이 생겨날 수 있으므로 이를 신속히 해소해 주는 정부당국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 구석구석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행정자세가 무엇보다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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