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 살다 - 지리산520 행복느낌 농장 김정길 대표

▲ 몸은 고되지만 서서히 늘어가는 농사 실력에 더 힘을 낸다는 김정길 대표

 꾸지뽕·삼채 생산·가공으로 부농 꿈
 약초 활용한 ‘힐링타운숲’ 조성 계획

백두대산 산허리 해발520m에 터 잡아
해발 520m 백두대간 산허리. 지리산 바래봉이 그림처럼 펼쳐진 곳. 계곡을 막고 파랗게 들어앉은 불당제 저수지. 가끔씩 백두대간 산행객이 길을 잃거나 목이 말라 찾아드는 곳. 하늘과 구름과 바람과 별과 시가 오롯이 함께하는 이곳은 전북 남원시 운봉읍 임리마을 산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는 ‘지리산520 행복느낌’ 농장(대표 김정길·55)이다.

잔뜩 구름을 품은 김 대표의 농장 1만6528㎡(약 5000평)에는 꾸지뽕, 삼채를 비롯해 느릅나무와 와송 등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것은 조금씩이라도 다 숨겨져 있다. 농장 헛간에는 농자재도 있지만 어쩌다 푸짐한 음식을 준비할 냄비와 솥 등도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가끔씩의 즐거운 일상들도 금방 짐작이 간다.
“농장 바로 아래가 저수지이다 보니까 귀한 손님이 오실 때는 어항 등을 넣어놓지요. 그러면 참붕어가 한참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여기 저수지는 사람들이 잘 몰라요. 인근에서 알만 한 사람들만 어쩌다 낚시를 오곤 합니다.”

서울서 시민단체 활동 접고
귀농한 지 6년차

김 대표는 남원이 고향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 대학 졸업 후 서울서만 20여 년을 생활했다. 그동안 많은 직업을 가졌다. 그러다가 시민단체인 희망교육 사무처장 때 함께하는 교수로부터 귀농과 수익 작목 등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들었던 것이 오늘의 행복느낌 농장을 꾸린 계기가 됐다.
“지난 2012년 귀농을 할 때까지도 농사를 전혀 모른다고 할 수 있었죠. 고등학교 졸업 후에 서울로 와서 한 20여 년을 살았으니까요. 농사는 심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무작정 덤볐는데, 많은 작목들을 다 죽였습니다. 그러면서 농진청이나 자치단체 등에서 마련하는 영농교육 등에 참여도 하고, 자문도 받으면서 농장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이제는 농사꾼이라고 해도 되겠죠? 하하.”

김 대표의 농장은 이제 삼채를 수확할 시기다. 삼채 밭은 야산 꼭대기에 있어 4륜 차량만 허락하는 곳이다. 동네 할머니 몇 분 놉을 얻었다.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 뽑혀진 삼채뿌리는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할머니들은 흙을 털고 포대에 담는다. 김 대표가 저온저장고에 옮기면 마침내 하루 일과가 끝이 난다.
“올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남원시가 지은 농산물 가공시설에 입주기업으로 선정이 됐어요. 그래서 삼채 장아찌와 효소도 더 많이 담고, 꾸지뽕 열매와 잎차 가공도 조금 더 해볼 생각입니다. 입소문도 나서인지 서서히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농사에 대한 실력도 자신이 생겼으니까 더 힘을 내려고 합니다.”

▲ 트랙터로 삼채를 캐는 모습

5월은 특히 풀과의 전쟁이 치러진다. 풀을 뽑지 못하고 지나간 자리는 한 달이면 허리까지 자란다. 미처 약초를 심지 못한 묵은 땅들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풀숲을 이뤘다. 벌써부터 땀이 등줄기를 적신다. 풀 속의 모기들은 벌써 활동하기 시작했다. 5월의 꾸지뽕 밭은 그렇게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꾸지뽕이나 삼채를 비롯한 약초들은 제초제를 뿌릴 수가 없어요. 청정친환경이 생명인데 농약을 할 수 없으니까 일일이 손으로 풀을 뽑아내야 합니다. 풀도 숲이라는 생각으로 지치지 않고 편안하게 정리 작업을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김 대표는 언제나 부인에게 미안함이 크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다고 했는데 서울에서는 돈도 안 되는 시민단체 활동한다고 고생시켰다. 귀농해서는 부부가 온통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살고 있으니 김 대표로서는 할 말이 없단다. 부인 황은영(50) 씨는 어느 날 돈벌이를 선언했다. 자치단체의 간판개선 사업 등을 추진하는 협회의 사무장을 맡았다. 
부인 황씨는 “가계를 위해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필요하더라고요. 남편의 일손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직장이 있기에 농사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약초 힐링타운 숲 조성하는 게 꿈
부부는 그렇게 지리산 해발 520m 산허리에서 서로를 보듬어 가며 6년여의 귀농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두커니 산을 바라보는 것도 일과의 하나가 됐다. 안개가 자욱하면 더운 날이다. 구름이 끼어있으면 일하기 좋은 날이니 하루 일과를 서둘러야 한단다.

“귀농을 할 때 꿈이 있었어요. 각종 약초를 천연의 환경으로 재배하고, 그 공간에 각종 힐링 시설을 갖추고, 일종의 ‘힐링타운 숲’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지금도 농장 주변에 6만6000㎡(2만 평)을 더 매입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이해도 공감도 해주시고, 성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리산은 비가 잦다. 행복느낌 농장은 비오는 날이 휴일이라고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추적추적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앞산 바래봉은 구름이 머물고, 그 한참 아래 자리한 수백만 평의 국립가축유전자원센터는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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