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인터뷰 - 생활개선회 노래 만든 작사가 김병걸 씨

“나에게 노래는 세상으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
히트곡 ‘다함께 차차차’ ‘사나이 눈물’ ‘안동역에서’ 등 작사
“생활개선회원은 농촌의 밝은 미래 열어가는 주인공”

흙묻은 두 손을 잡으면/ 따스한 정이 흐른다/ 사랑과 행복을 가꾸어/ 살아갈 고향이란다/ 뿌린대로 거두리라/ 거둔대로 나누리라/ 사랑 지혜 함께 모아/ 희망을 열고/ 마음도 몸도 건강한/ 여성지도자/ 새역사를 만든다/ 생활개선회~

생활개선회원들이 행사마다 즐겁게 부르며 ‘한마음’을 확인하는 ‘생활개선가’의 1절 가사다. 노래가 흥겹고 구성지기 때문에 어깨도 절로 들썩여지고, 따라부르기도 쉬워 금세 곡조가 입에 붙는다.

이 노래는 2005년 생활개선중앙연합회가 출범한지 1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생활개선회는 당시 CD 수천개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했다. 이후 이 곡은 회원들로부터 꾸준하게 불리워지면서 생활개선회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노래로 사랑받고 있다.

이 곡을 만든 사람이 궁금해졌다. 수소문을 해 보니 그는 현재 한국전통가요협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김병걸(62) 작사가다. 그동안 수많은 히트곡을 제조해 가요계에서는 유명한 작사가였다. 그의 히트곡 가운데는 가수 진성의 ‘안동역에서’, 조항조의 ‘사나이 눈물’,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 편승엽의 ‘찬찬찬’ 등이 있다. 최근 송해가 부른 ‘나팔꽃 인생’도 그가 작사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낙원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김병걸 작사가를 만날 수 있었다.

-독자들이 생활개선회가를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 했는데 오늘에야 김병걸 작사가를 소개를 할 수 있게 됐다. 생활개선회가를 만들 때 상황을 듣고 싶다.
“2005년 생활개선중앙회가 중앙회 창립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생활개선회가를 모집했다. 당시 농촌진흥청에 근무하는 고교 동창생 이학동 지도관의 주선으로 생활개선중앙회 간부들을 만났고 음반제작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고 용역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일련의 작업을 거치고 2005년 10월 13일 농촌진흥청 대강당에서 전국 생활개선회원 1,000여 명을 모아 놓고 노래를 지도했는데 우렁찬 합창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이날 ‘생활개선회가’와 함께 헌정한 ‘생활개선회 응원가’도 있다. 이 곡도 디스코 리듬으로 어깨춤이 절로 나는 신나는 노래다.

-생활개선회 노래를 들어 보면 농촌과 전원생활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나는 농촌 출신이다. 학교도 안동농림고등학교를 나왔고, 이후 대구예술대학을 졸업했다. 당연히 농촌에 대한 향수와 넉넉한 인심이 그립다. 생활개선회가에 대해 의뢰가 왔을 때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 즐겁고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아마도 내게 농촌과 여성 친화적인 정서가 풍부해서 그런가 보다.

-문학적 소질이 있었는지?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동인지를 만들고 문예활동에 심취했었다. 고3 때는 학교에서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엔 도서관에서 내 마음껏 시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도 했다. 20대에 ‘월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했고 아직도 다양한 문학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왜 작사가의 길에 들어섰는지?
“나를 지도하신 정두수 선생께서 ‘순수시는 배가 고프다. 노래시를 쓰면 경제적으로도 괜찮다’고 권유해서 노래시를 쓰게 됐다. 군대에서 제대한 1983년부터 본격적인 작사가로 나섰다.”

“내가 원래 제일 잘하는 것이 노래이고, 다음이 그림그리기, 그 다음이 시를 쓰는 일이다. 어쨌거나 1985년부터 작사가로 승승장구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작품이 박혜성의 ‘도시의 삐에로’, 서울시스터즈의 ‘청춘열차’ 등이 있다.”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도 작사한 것으로 아는데…
“이 곡은 이호섭 작곡가와 함께 작업했다. 처음 연습할 때는 복고풍에 약간 촌스런 멜로디였지만 처음 이 곡을 작사할 때 히트할 예감을 가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전국 노래방에 ‘차차차 노래방’, ‘차차차 노래연습장’이라는 상호가 뒤덮을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했다. 노래 가사에도 ‘근심을 묻어 놓고 다함께 차차차’ 또는 ‘잊자~ 잊자~ 오늘 만은 미련을 버리자’라고 했듯이 힘들고 어려울 때 국민들이 이 노래로 위안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편승엽의 ‘찬찬찬’, 조항조의 ‘사나이 눈물’ 등이 연이어 히트했다.”

-노래방 인기곡인 ‘안동역에서’를 빼놓고는 인터뷰가 재미없을 것 같다. ‘안동역에서’로 수입도 꽤 짭잘했을 것으로 보인는데…
“아마도 가수 진성에게 큰 돈을 벌어주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 곡을 호남 출신 가수가 부른다고 해서 거부감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곡이 만들어진지 5년 만에 슬슬 살아나더니 2014년부터 지금까지 5년째 노래방 선곡순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나도 작사가로서 연간 수천 만원의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

-‘안동역에서’ 가사에 얽힌 사연이 있는지?
“내 연애담이 가사에 녹아 있다. 군에 입대하면서 첫사랑 여인에게 둘 중 하나가 시집 장가를 가게되면 그 날 이후 10년째 첫 눈이 오는 날 안동시청 시계탑에서 만나자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느 순정남이 연인을 향한 뜬금없는 약속이었다.”

그래서 그는 실제로 그 여인이 시집간지 10년 되는 해 첫 눈이 내리는 날 안동시청 시계탑에 나갔다고 했다. 나중에 가사로 쓸 때 ‘안동시청 시계탑’은 너무 길어서 ‘안동역’으로 바꿔 썼다고 했다.

“아침부터~ 내린 눈이~ 무릎까지 차는데~/ 사실 첫 눈은 오는 듯 마는 듯 하지 무릎까지 차겠나. 하지만 그 높이가 ‘기다림의 높이’이자 오지 않는 사람에 대한 ‘원망의 높이’라고 보면 된다.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정남의 시린 가슴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안동역에서’는 가사와 곡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보기드문 작품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후 최고의 애창곡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작사가란 직업에 대해 궁금하다
“작사가는 멜로디에 사연을 넣어 기쁘게 또는 슬프게 감동을 전해주는 마술사다. 작곡이 매우 감성적인 작업의 결과물이라면 작사는 가수의 발음과 창법, 음색과 율동까지도 고려해야 하고 멜로디 안에 굴러다니는 언어를 찾아야 하는 지극히 과학적인 작업이다. 오선지 위에 그려지는 작곡의 한계에 비해 작사는 훨씬 자유분방하며 작사가의 역량에 따라 곡조의 모양과 감동을 달리 그려낸다. 특히 뒷 가사를 쓸 경우는 시작과 끝을 면밀히 잴 줄 아는 수학자가 돼야 한다.”

그는 1980년대 이전까지 주로 작사가 먼저 이루어지고 곡이 붙여졌는데 요즘은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요즘은 여류 작사가들의 활약이 크다고 했다.

-자신에게 작사의 의미는?
“세상으로 나가는 나의 유일한 출구는 노래다. 노래만이 나를 구원하고 축복하는 종교이자 친구다. 나는 노래로 내가 꿈꾸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첫 사랑 같은 내밀한 고백을 한다. 처음 취입하는 가수에게 녹음실 마이크가 두렵듯이 작곡가가 건네주는 악보는 언제나 무섭다. 그래도 나는 악보를 기다린다. 그래야만 가수를 만날 수 있고 가수가 열어주는 세상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여성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생활개선회가를 만든지 13년이 지났고, 나름대로 내 생활에 바빠서 사실 당시 일에 대해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 요청을 받고 고향과 농촌, 그리고 농촌에서 열심히 살며 노력하시던 우리 어머님, 이모님, 누님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꿈꾸는 농촌은 생활개선회가에도 나와 있듯이 <흙묻은 두 손을 잡으면 넉넉한 정이 흐르는> 그런 세상일 것이다. 또 가사에 나온 대로 <‘사랑’, ‘지혜’ 함께 모아 새벽을 여는/ 마음도 몸도 튼튼한 여성지도자~> 이런 사람들이 우리 농촌의 미래를 밝고 힘차게 열어갈 것이라 믿는다. 이 노래를 10만명 전 회원이 휴대폰 컬러링으로 활용한다면 회원 결속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생활개선회 파이팅, 농촌여성 파이팅이다.”

[인터뷰 도와주신 분]
이학동 전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이학동 농촌지원국장은 김병걸 작사가와 고교 동창이다. 이 전국장이 농진청 근무 시절 생활개선회에서 회가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김병걸 작사가를 소개했다. 이번 인터뷰에도 함께 동행해 원만하게 인터뷰를 마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현재 당진시농업기술센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병걸 작사가의 주요 작품
안동역에서(진성), 사나이눈물(조항조), 다함께 차차차(설운도), 연모(박우철), 큰소리 뻥뻥(송대관), 여기서(서지오), 상사화(남진), 인동초(현철), 청춘열차(서울시스터즈), 도시의 삐에로(박혜성), 남남북녀(김지애), 분교(나훈아), 사는동안(이태호), 벤치(서주경)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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