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섭취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최소한 알권리․선택권 보장해야

환경단체나 소비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간간히 제기되던 GMO(유전자변형 농산물)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 되는 모습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와 GMO에 대한 불을 다시 붙였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식품정보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고 소비자들에게 식품 선택권을 달라는 것이다. 20만 명을 훌쩍 넘는 국민들이 공감을 표시함에 따라 정부가 답변을 내놨지만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한 기존의 입장을 보이자 시민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GMO 완전표시제를 요구하는 청원시민단은 최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물가인상과 통상마찰이라는 오랜 거짓 근거를 답습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GMO 표시제 강화의 이행을 촉구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청와대의 답변에 부정적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정부의 사과가 우선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유전자변형식품 표시제도 검토 협의체’도 GMO 표시에 반대하는 측이 다수여서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또 GMO 완전표시제가 물가인상이나 통상마찰의 우려가 있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정확한 계산이나 통계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GMO는 당대에 그 영향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과학자들마다 GMO 위해성에 대한 찬반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당장에 그 폐해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속단할 수 없다. 물론, 기후변화와 국제곡물가 상승 등 급변하는 농업생태계를 감안한다면 GMO 연구는 필수적이고, 이는 식량안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한반도에서 매년 반복되고 있는 가뭄과 돌발병해충은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주고 있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GMO 연구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GMO 연구는 투명하고 안전한 틀에서 진행돼야 하며 관리·감독 또한 철저해야 한다. 수입 LMO 유채가 재배돼 생태계 교란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수입곡물 운송 과정에서 낙곡으로 인한 비의도적 재배도 우려되기에 GMO에 대한 정부의 물 샐 틈 없는 관리가 요구된다.

이번 청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보면 실망감이 크다. 역대 정권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했을 뿐이다. 이처럼 정부가 식품업계나 다국적 곡물기업의 눈치를 보며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GMO 완전표시제를 쉬쉬 한다면 국민들의 알권리와 선택권, 그리고 건강은 어디에서 보장받아야 한단 말인가. 요즘 소비자들은 안전한 농산물 구입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물가가 걱정된다면 국내에서 콩, 밀 등의 재배를 더욱 확대하고, 무르익는 남북 화해분위기에 편승해 남북 합작으로 북한에 대규모 콩·옥수수·밀 재배단지를 구축하는 것도 구상해봐야 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GMO 연구와 실용재배가 점차 확대되고 있고, GMO 국내 유입은 막을 수도 없다. 이제 우리정부는 국민들에게 GMO 무해성을 알리기보다는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GMO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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