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 일자리를 창출하자 -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후평리공동농장

▲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농촌마을 공동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얼굴 보기 힘든 지역 주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한다.

“집에만 있으면 하루가 너무 긴데, 요즘에는 동네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도 떨고 같이 일하는 게 낙이에요.” 경기도 안성 미양면에 위치한 후평리공동농장에서 감자와 오이 수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어르신들의 말이다. 고령화로 인해 일자리를 찾기 힘든 어르신들이 친구들과 만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실시하고 농촌복지형 마을공동농장 사업 덕분이다.
공동농장을 통해 일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어르신들. 마을 청년농부들과 마을 어르신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운영하고 있는 후평리공동농장을 방문했다.

고추 등 어르신 맞춤형 작목 키워
공동농장으로 소득UP․문화생활UP

감자․오이, 어르신들 손에서 탄생

경기도 안성은 인구 약 18만 명이 사는 지자체이지만 공동농장이 위치한 미양면은 문화시설과 교통편이 부족하고 논과 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청년들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어르신들 또한 일자리는 물론, 병원과 문화시설을 즐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후평리공동농장을 이끌고 있는 청년농부들은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농촌마을 공동농장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마을의 오랜 터줏대감인 어르신들이 일감이 없어 집에만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현재 농촌은 노동력이 부족하지만, 꼭 젊은이들의 노동력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어르신들의 노동력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사업을 지원받게 됐습니다.” 이처럼 후평리공동농장은 부족한 농촌 노동력을 지역 어르신들을 통해 해결하는 지역순화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농촌마을 공동농장 사업은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지난 2016년 말부터 실시되고 있으며, 안성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 공동농장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배수옥 생활자원팀장은 “후평리공동농장은 이 사업이 내려왔을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받고 미양면에 시설하우스를 설치해 감자와 오이 등을 수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후평리공동농장을 이끌고 있는 이재성 총무는 어르신들의 작업 능력에 맞춰 맞춤형 작목을 준비하고 있다.

“감자는 어르신들이 직접 씨감자를 심고 수확에서 포장까지 담당하셨습니다. 하지만 오이는 어르신들이 수확하기에 높은 위치에 매달려 있어 앞으로는 고추 수확을 진행할 생각 중입니다.”

이재성 총무는 조합원들과 함께 항상 어르신들을 위한 작물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고 한다. 때문에 오는 7월에는 색깔만으로도 쉽게 구별해 수확할 수 있는 고추 농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공동농장은 하루 종일 농장을 관리하지 않아도 되며, 약속이 있으면 그날은 공동농장 일을 잠시 쉬어도 된다. 그렇다고 어르신들이 농장 일에 책임감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하루 3~4시간 정도, 조합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공동농장을 방문해 내 가족이, 내 손주가 먹는 다는 생각으로 수확과 포장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

한편, 어르신들이 직접 수확한 감자를 구매하기 위해 후평리공동농장을 방문한 주부들도 많았다. 이날 감자를 구매한 한 40대 여성은 “어르신들이 직접 수확하고 포장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감자를 믿고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공동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후평리공동농장은 마을 내 위치한 사이공방에서 DIY가구 만들기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기고 있다.

소득부터 문화생활까지 즐겨요

후평리공동농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동농장은 복지형으로 단순히 소득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농사 외에도 치매예방과 문화생활을 위해 옛 새마을부녀회관을 리모델링 해 ‘사이공방’을 만들었다. ‘사이공방’은 소통카페와 전시실, 프로그램실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후평리공동농장은 어르신들을 위해 맨손체조와 노래교실, 화분원예교실, 바리스타, 제과제빵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르신들은 “몸이 힘들어 농사짓는 것도 힘들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도 혼자서는 꿈도 못 꿀 일들인데 공동농장 덕분에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며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소득까지 올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마을공동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최귀분, 윤정자, 김복순, 강진녀, 정영숙 어르신들은 오랜 시간동안 같은 마을에서 함께 농사를 지었던 만큼 눈빛만 봐도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이다. 때문에 공동농장에서 함께 뭉쳤을 때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이재성 총무는 설명했다.

“점점 농촌이 고령화되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농업에 종사했던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농업에 대해 배울 점도 무척 많습니다.”

온고지신의 정신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후평리공동농장은 어르신들과 청년들의 조화로 농촌 삶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

 

“공동농장으로 지역사회 활력화 도모”

■ 미니인터뷰 - 경기도농업기술원 이기택 농촌자원과장

“계속되는 고령화로 인해 농촌 노인들의 건강과 삶의 질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도심은 퇴직 후 경로당과 스포츠센터, 노래 교실 등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가까이에 있지만 농촌은 병원조차도 차로 30~40분 나가야 하는 거리에 있어 여가생활을 즐기기엔 턱없이 부족한 공간입니다.

또 계속되는 도심이주 현상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마저 적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굴된 사업이 바로 복지중심형 마을공동농장입니다.

앞으로 공동농장을 통해 노년기, 역할 상실에서 오는 농촌 노인의 사회심리적인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농촌노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외된 농촌노인과 젊은 층의 상호협력을 통한 유대강화로 지역사회 활력화까지 도모할 생각입니다.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오는 2020년까지 마을공동농장을 20개소까지 늘려 많은 노인들이 농촌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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