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탄고도(運炭高道)는 강원도 정선 고한에서 함백역으로 이어지는 평균해발고도 1100m가 넘는 40㎞의 험준한 산길을 닦아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길로 한국 산업화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강원도 정선 사북과 영월 상동을 잇는 화절령(花折嶺)이란 고갯길이 있다. 예로부터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온 산에 만발해 이 길을 가던 나그네와 나무꾼이 한 아름씩 꺾어갔다고 해서 불린 이름이 화절령(꽃꺾이재)이다. 길이 새까맣도록 석탄을 실어 나르던 60~70년대에는 초등학교까지 있었던 마을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석탄산업이 사양화되면서 이 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골프장, 스키장, 카지노산업이 들어서고 하늘 길은 새로이 트래킹 코스로 개발했다. 봄이면 진달래, 철쭉, 가을이면 구절초, 단풍, 겨울이면 설경이 장관을 이룬다. 화절령 쉼터에 당시 한 초등학생이 쓴 ‘아버지’ 란 시(詩) 한 구절이 마음을 짠하게 한다.

「아버지는 광산을 팔년이나 다녔다/그런데 아직도 세 들어 산다./ 월급만 나오면 싸움이 벌어진다./ 화투를 져서 빚도 지고 온다./빚을 지고 온 날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죽어라고 빈다. ~ 중략」 탄광촌의 가슴 저린 삶의 현장을 보는 듯하다.

한때 석탄은 서민의 긴 겨울에 시린 등을 덥혀줬고 밥도 짓고 물도 데우는 등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연탄은 서민의 삶을 지탱하고 산업화를 앞당기는 밑거름이 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록이 우거진 5월, 광부의 애환이 담긴 폐광의 현장을 체험하고 야생화 길을 걸으며 힐링의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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