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6·13 지방선거 D-30, 여풍 미미

1995년부터 여성 기초자치단체장 1.52%에 불과
주요 정당, 광역자치단체장 여성 후보 공천 뒷전

“유리천장을 깨자”라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7’에 따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0.650으로 조사 대상 144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정치계에도 해당된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되고 선거가 6회 이상 치러지는 동안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314명 중 여성은 10명뿐이었다. 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성후보는 전멸 수준이었으며,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성 농업인의 지위 향상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농촌을 알리고 있는 농업계지만 여성 후보자들을 만나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6·13 지방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올해 7회째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여성 출마자들은 20.69%를 기록한 지난 선거 때보다 약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선거에 해당되는 말일 뿐, 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성 후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저조한 공천으로 인해 올해로 제7회째를 맞는 지방선거에서 여성 광역단체장은 아직까지 당선된 적이 없다.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에 여성의 공천이 적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선 지방자치 이후 선거가 총 6회 진행될 동안 광역자치단체장 여성 후보자는 전체 후보자 314명 중 단 10명에 불과했다. 또한 역대 기초자치단체장 총 1378명 중 여성은 단 21명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1.52%로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공천된 여성후보는 몇 명이나 될까. 지난 10일 기준, 공천을 끝낸 더불어민주당은 시도지사 후보 17명 모두 남성이었으며, 14곳의 공천을 확정한 자유한국당은 세종시장 송아영 후보 1명만이 여성이었다. 아울러 11곳의 공천을 마친 바른미래당에도 여성후보는 없었으며, 8개 시도 후보를 확정한 정의당에서는 박주미 부산시장 후보가 유일한 여성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더 자세히 분석한 결과, 시·도지사선거 예비후보자 64명 중 남성은 57명이었으며 여성은 7명인 10%로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구·시·군의 장선거도 이와 비슷하다. 총 1080명 후보자 중 남성은 1016명이었으며 여성은 64명(6%)으로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시·도의회의원선거 역시 2082명 중 여성은 단 277명이었으며, 구·시·군의회의원선거 5824명 중 여성은 1058명에 불과했다.

특히, 농촌지역은 여성 후보의 모습을 더 찾아보기 힘들었다. 구·시·군의회의원선거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서울특별시 779명의 예비후보 중 남성은 563명, 여성은 216명으로 약 2배 차이를 보였지만 경상도와 전라도 등 농촌지역은 여성이 남성 예비후보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 후보자들도 현저히 적었다. 구·시·군의회의원선거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인천광역시와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가 1명씩 후보자를 냈으며, 전라남도가 2명, 경기도와 충청남도가 각 3명씩 후보 등록을 마쳐 총 12명이 여성 후보다. 이에 반해 남성 농업인 후보는 515명으로, 남성 농업인에 비해 여성농업인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매번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 이에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들과 인천여성정치네트워크는 국회 정론관에서 “6·13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당내 여성후보를 전략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한 의원들은 “그동안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여성공천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당헌 8조 성평등 실현에는 해당 국회의원 지역구의 기초·광역의원의 30%를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하고 있지만 기초단체장과 광역자치단체장에는 할당제가 제외돼 있다”고 말하며 “이번 선거에 광역자치단체장에 여성은 1명도 찾아볼 수 없어 지방정치 영역에서도 위로 갈수록 유리천장이 두텁게 존재한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계 성평등, 유권자 인식 변화 동반돼야

무색해진 여성 후보 30% 공천 요구 목소리
농업계 변화 위해선 여성 후보자 발굴 필요

이총각 인천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정치 분야에서 성평등과 기회 균등의 헌법 정신이 제대로 실현돼야 사회 모든 분야와 생활 전 범위에서도 진정한 민주주의와 성평등 및 균형 있는 발전이 가능하다”며 정치의 성평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의원들은 여성 정치인의 등장이 힘든 이유에 대해 “여성이 출마를 결의해도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조직 기반의 열악한 현실 등 상대적으로 불리한 경선을 치르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의 남성중심적인 정치 구조 안에서는 공정한 출발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출마도 어려운 여성 후보에게 있어 본선 승리는 더욱 힘든 관문이다.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장 여성 후보는 본선에서 탈락을 맛 봐야 했다. 한 예로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에게 0.6% 차이로 졌으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후보에게 7% 뒤진 46.2%를 얻어 낙선했다.
아울러, 이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투운동 이후 발생하고 있는 펜스룰을 언급하며 “펜스룰 같은 것을 무력화하는 조치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권력을 분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스룰은 여성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날 의원들은 여성 후보 공천을 위해 ▲당에 대한 기여도가 충분히 검증된 여성후보 ▲여론조사 결과 본선 경쟁력을 가진 여성후보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의정활동을 성실히 수행한 여성후보 ▲성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최적의 여성후보를 전략 공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자회견에도 계속되는 여성 후보들의 낙선으로 유력 정당들이 여성 후보 공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매 선거 때마다 여성계와 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각 정당에 ‘광역단체장 여성 후보 30% 공천’을 원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각 정당은 여성 후보를 적극적으로 공천하라는 여성·시민단체들의 요구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여성후보를 찾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당선을 목표로 하는 정당에게 당연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 정치인들을 키우기 위해 그들의 인재풀을 만들어주고, 깊숙이 뿌리박힌 남성 기득권 중심의 정치 네트워크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여성 정치인들이 정당 안에서 경력과 자원을 쌓아가기 위해서는 정당들의 의지와 역할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투표권을 갖고 있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다.
유권자들은 “아직 여자는…”, “여성 후보는 우리 시군을 위해 목소리를 못 낼 것 같다”며 오래 전부터 사회가 만들어 온 착하고 조신한 여성이라는 울타리 안에 정치인을 밀어 넣지 말고 그들을 정치인 그 자체로 바라보며 그들의 공약에 귀 기울여야 한다.

특히, 변화된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농업인의 목소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실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농업인을 공천해야 할 것이다.
올해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7%까지 높아진 만큼 그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본 후, 여성 후보와 남성 후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한 뒤,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여성이 주도하는 지자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