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단발성 지원으로 농업교류는
제대로 싹트지 못한다.
남북농업협력 목표를 정확히 설정해
성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협력방식을 만들어 가야 한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한반도에 4월의 봄은 65년 장벽을 허물었다. 분단이후 북한 최고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땅을 밟았다. 냉전과 분단의 상징인 곳에서 ‘판문점 선언’을 통해 끊어진 대화를 복원하고 끊어진 길을 연결하기로 했다. 30분 차이 나는 남북 간 표준시를 서울표준시로 통일했다. 반세기 넘도록 체제대결의 수단인 대남·대북 확성기가 동시에 철거됐다. 남북교류협력사업에 훈풍(薰風)이 부는 듯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의제로 한 남북정상회담의 훈풍이 향후 남북한 간에 본격적인 경제협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남북경제협력사업에 대해서는 확실한 밑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동선언에서 “각계각층의 다방면적 협력, 교류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했다.”라고 명시했다.

남북농업협력이 가장 먼저 거론될 소지가 많다. 북한에서 농업은 가장 큰 산업이고, 낮은 생산성으로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유엔제재가 풀리면 전방위적으로 농업협력이 최우선적으로 다뤄질 것이다. 식량은 물론 비료, 종자, 농약, 농기계 등과 같은 농자재 지원과 함께 수리시설 개보수, 경지정리사업 등까지 다양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적 차원의 교류로서 남북 간 협의만 이뤄지면 다른 사업보다 일찍 추진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정부가 진행하고 상업적 교류는 민간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수입해야할 농산물을 북한과 계약 재배하는 것도 그 중 한 방법이다.

한반도 정세변화로 10여 년간 단절됐지만 과거 2000년대 들어서서 두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으로 농업교류가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진행된 바 있다. 특히 2005년에는 남북농업협력위원회가 구성돼 비록 성사되지 못했지만 5개 농업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협동농장 협력을 비롯해 농업과학기술교류, 인적교류, 종자부문 협력, 산림자원 보호, 축산·과수·채소·잠업·특용작물 분야 협력 등이다. 이미 합의된 사업을 추진해 나가면 남북 농업분야 협력은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북한농업을 연구하고 첨단 농업기술을 전수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줘야 한다. 농업을 토대로 다른 산업도 맞물려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량종자와 다수확농법, 능률적인 농기계들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이고 농사를 과학적으로 지어 알곡생산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축산물과 과일, 온실 남새와 버섯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농업의 목표는 생산량 증대다. 주민의 평화는 의식주가 해결될 때 찾아온다. 매년 반복되는 식량부족해결이 평화로 가는 지름길이다. 남북농업협력을 통해 온전한 평화 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

그간 대북 농업지원은 2010년 5·24조치 전까지 정부차원뿐만 아니라 민간단체가 나섰다. 2000년대 들어 2007년까지 거의 매년 10만~50만 톤 규모의 대북 쌀 지원을 했다. 남는 쌀을 지원함으로써 농업도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 농업인들이 남북정상회담의 화해 무드를 반기는 이유다. 남북농업협력위원회를 시급히 가동시켜 논의에 그친 지원사업을 추진하길 바란다. 씨앗이 발아해 열매 맺기까지는 여러 가지 요소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단발성 지원으로는 농업교류는 제대로 싹트지 못한다. 남북농업협력 목표를 정확히 설정해 성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협력방식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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