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 살다 - 쌈채소 전문‘애벌레 농장’김훈 대표

▲ 귀농 후 다양한 쌈채소 재배로 프로농사꾼을 꿈꾸는 애벌레농장 김훈 대표.

 서울생활에서 벗어나 농장의 자유로움 만끽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기술이 ‘진짜 기술’

“지금 생각하면 운명처럼 느껴집니다.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몸을 주체할 수가 없는 거예요”
“채소는 각각의 효능부터 향미와 질감 또한 다릅니다. 무엇보다 신선한 상태로 먹을 때는 비타민 손실이 적어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우수합니다. 이 같은 채소의 장점을 더 살려낸 채소가 바로 ‘쌈채소’ 라고 할 수 지요.”
애벌레농장 김훈(46) 대표(전북 익산시 춘포면 신동리 413-1)는 그렇게 귀농 6년차를 맞으면서 아이디어가 넘치는 쌈채소 농장으로 지역사회에서 인기가 높다.

김 대표는 전남 순천이 고향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대기업에 입사했다. 친척이 살던 경기도 김포에 집을 얻고 서울로 출퇴근을 시작했지만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스트레스도 풀고 딸아이의 아토피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주말농장도 하면서 그렇게 10여 년의 직장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전북 익산에서 채소를 가꾸던 손위 동서 집에 놀러가면서 ‘이것이다’라는 확신 같은 것이 김 대표의 머리를 스쳤다. “바로 귀농을 결심했지요. 그리고 동서의 도움으로 주변의 땅을 얻고 사고 바로 채소 가꾸는 배움을 시작했습니다.”

2013년 마흔 한 살의 나이, 귀농 첫 해는 쌈채소 재배기술을 열심히 익혔다. 익산시에서 운영하는 농업인대학 1년 과정을 수료했고, 바로 전북농업마이스터 대학의 친환경채소 2년 과정도 연이어 마쳤다. 농사일에 적응하기 위해 오로지 작물재배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애벌레농장’의 주인이 됐다.

농사는 충분한 노하우·조언 듣는 것부터
“농장의 이름과 함께 진짜 농사꾼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농사의 생명은 노하우를 가진 선배들에게 충분한 조언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디어와 디지털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이 건강하고 소비자가 찾고 싶은 채소를 생산 판매할 수 있거든요.”
김 대표가 채소농장에 확신을 가진 이유는 채소는 수입하기는 까다롭지만 직거래는 수월한 작물이라는데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쌈채소 위주로 시작하던 농장을 서서히 샐러드 채소, 어린잎 채소, 기능성 채소 등으로 확대했다.

지금도 김 대표는 전국 어디든지 이름 있는 채소 농장은 다 찾아다니며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실수는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것은 물로 전국의 채소 전문가들과 함께 동질감과 친분 등을 쌓으며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이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농사도 현실에 안주하면 망합니다. 다양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식습관과 선호음식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교육도 자주 받고, 그러면서 보완할 수 있는 작물도 늘려가고, 포기할 것은 해야만 이 농사를 이어갈 수 있지요.”

소비자 선호 매년 바뀌어
다양성 확보 중요

현재 김 대표가 재배하는 채소종류는 30여 가지다. 매년 같은 것은 아니고, 그 해의 상황과 소비자 성향 등을 고려해 작목을 변경한다. 어느 날 문득 꼭 심어보고 싶은 작물이 있으면 네덜란드나 스페인 등지도 마다하지 않고 나갔다. “최근 소비자 선호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채소는 새싹 삼과 샐러드, 항산화활성 비타민 등의 기능성 채소 그리고 아티초크, 아스파라거스 등과 같은 열대와 아열대 재배 채소들입니다. 내년이면 다른 신품종이 또 나오게 돼있죠.”
“채소 농가들마다 다양성은 있지만 최근의 소비자 인기 작물들은 수시로 변합니다. 예를 들어 언제나 고정적인 채소들이 상추, 쑥갓, 셀러리, 파슬리, 양상추 등이라면, 자주 기호가 바뀌는 작물로는 아마란스, 가지고추, 배추무, 콜라비, 아이스플랜트, 샬롯 등 셀 수 없이 많죠”

김 대표는 이제 지역의 운동가이기도 하다. 아내 김은희(46)씨도 든든한 동지가 되어주고 있다. 김 대표는 귀농전문 강사 그리고 지역신문에 ‘김훈의 귀농일기’라는 칼럼도 쓴다. 아내 김 씨는 지역의 생태와 자연환경을 칼럼이나 강연 등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젊다 보니까 자치단체나 농업기술센터 같은 곳에서 자주 불러주는 편입니다. 주로 귀농귀촌 정착 노하우나 농산물 직거래 판매마케팅 등을 이야기하는데, 처음 귀농하신 분들이라 다들 너무 진지합니다. 그래서 더 많이 준비를 하게 되고 노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들에게 최대한의 정보를 주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거든요.”

귀농귀촌은 좋은 습관·바른 자세가 중요
김 대표가 언제나 귀농귀촌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다. “쉽게 생각하지 말고, 성급하게 행동하지 마라는 겁니다. 또한 어떤 기술이든 배우려고 맘먹었다면 바른 자세와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식과 기술은 어떻게든 습득할 수 있지만, 지역과 마을주민한테 직접적으로 배우는 기술이 공동체를 이뤄나가는 진짜 기술이거든요. 마지막으로 꼭 기억할 것이 돈 되는 작물만 쫓기보다는 스스로 재배하는 작물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스스로의 미래를 더 밝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업도 기업경영과 마찬가지로 경영의 일부분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삶이 바뀌려면 생각이 바뀌어야하고, 농사가 잘되려면 노동이 아닌 삶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가 바라는 삶이 우리 모두에게 전이되기 위해서 건강한 밥상이 우리의 식탁으로 자연 그대로 옮겨졌으면 하는 바람을 꿈꿔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