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북쪽 산악지대에 위치한 바타드 마을은 산비탈을 계단식 논으로 일궈 벼농사를 짓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 논두렁 길이의 합은 지구 반 바퀴가 넘으며 세계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경관이 뛰어나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이푸가오족이 2000년 전 맨손으로 일군 이 다락논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원주민들은 가뭄이 들면 벼농사에 필요한 물 확보를 위해 이웃 부족과 물 전쟁을 벌였다. 젊은이가 장가를 가려면 이웃부족의 목을 베어 와야 하는 풍습이 있어 이들 부족에게 헤드헌터(Head Hunter)라는 악명이 붙어 다녔다고 한다. 높은 산 계곡에서 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짓다 보니 물은 곧 생명이요, 물 확보를 위한 부족 간의 처절한 전쟁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관개시설이 부족했던 1960년대만 해도 우리 농촌에도 가뭄이 들면 이웃 간에 논물싸움이 벌어졌고 때론 마을 간의 다툼도 심각했다. 지금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 확보를 위한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업화와 인구증가로 물 수요가 폭증하고, 지구환경 변화로 물 부족현상이 심상치 않다. 한국도 이미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국가다. 이대로 가면 2025년경에는 지구상의 국가 중 2/3가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우린 아직 물을 물 쓰듯 하지는 않나 되돌아 볼 때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아 해마다 겪는 가뭄에 대비한 물 확보 대책은 있는지 궁금하다. 나라 전체가 정치적으로 어수선한 이때 물처럼 모든 것에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으며 항상 낮은 데로 임하는 노자의 도덕경에 물이 갖는 7가지 덕목이 정치에도 절실한 때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