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 :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여성이 안전해야

▲ 무릎관절염은 육체적인 고통으로 정신적 질환까지 유발하는 질환으로 특히 여성농업인이 남성보다 직업적 영향을 많이 받아 발생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직업병, 무릎관절염 

여성농업인, 쪼그려 앉는 작업자세로 무릎질환 위험 높아
무릎관절염, 육체적 문제 넘어 정신적 문제까지 야기
농업인 대상 예방프로그램과 근거리 의료기관 절실

통계청은 2017년 농림어업조사에서 농업인구수가 242만2000여명으로 2016년보다 7만4000명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세 이상이 134만 명으로 전체 농가의 55.3%를 차지했고, 70세 이상은 무려 22만 명이 늘어난 73만 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이렇게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농촌에서 대표적 만성질환인 무릎관절염은 매우 심각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 문제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질환을 일상생활 장애뿐 아니라 우울감, 무력감, 소외감 등 정신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도시보다 농촌, 남성보다 여성,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에게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대표적인 건강불평등 질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농업인만을 대상으로 한 무릎관절염의 성별, 연령별 연구가 드물고 생활습관, 직업적 위험요인에 관한 연구는 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무릎관절염에 취약한 여성농업인
지난 2013년부터 조선대학교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이하 센터)는 전남지역의 550명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무릎에 대한 정밀검사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의 결과를 살펴보면 여성농업인에게는 무릎관절염과 퇴행성요추후만증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오랫동안 쪼그려 앉기 자세의 작업이 많은 탓으로 풀이된다. 센터는 무릎관절염에 영향을 미치는 4가지 요인으로 연령, 성, 쪼그려 앉기 작업시간, 교육수준으로 분석했다. 무릎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연골판 파열 비율은 여성농업인이 남성보다 14.3% 높았고, 쪼그려 앉기 작업을 오래한 여성농업인은 내반슬변형(무릎관절이 바깥쪽으로 활처럼 휘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나이보다 직업적 영향이 큰 것이다.

이처럼 여성농업인이 무릎관절염에 취약한 것은 농업이라는 직업적 특수성으로 근골격계 질환이 근육량이 남성보다 적은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고 같은 부위의 손상이 누적되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악화되는 구조 때문이다. 결국 이에 대한 해결책은 농작업 환경개선과 함께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근거리의 의료시설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 오랜 시간 쪼그려 앉는 자세로 일하는 여성농업인의 무릎은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내반슬변형과 관절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송한수 센터장은 “센터는 농업인 무릎관절염 특성과 업무관련 연구를 통해 농작업 환경개선과 근골격계 질환의 보상근거를 마련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면서, “아울러 농업인을 대상으로 예방프로그램을 보급해 농촌에서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와의 건강불평등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8주간의 방문운동을 실시해 무릎증상은 36.6% 감소, 무릎신전근력 78% 향상이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센터는 농촌의 특성에 맞는 운동프로그램의 효과적 보급을 위해 4가지 요소를 고려했다. ▲60대 이상 고령자에 적합한 저위험 운동 ▲마을회관에서 가능한 운동 ▲해당연령의 문화적 특성 고려 ▲요추와 무릎중심의 운동 등이다. 또한 무릎과 허리운동을 따로 하면 효과가 떨어지므로 함께 할 수 있는 운동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농업인에 특화된 근거리 의료기관 필요
‘백리 밖의 천하명의보다 십리 안의 동네의원이 낫다’는 말처럼 농업인에게 필요한 것은 첨단의료시설을 갖춘 대도시의 큰 병원보다 바로 가까운 거리의 우리 동네 의료시설이다. 우리농업에서 강소농이 큰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의료시설이 열악한 농촌에서는 ‘강소의(强小醫)’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 2016년 문을 연 전남 곡성군의 ‘농업인 재활센터’는 농부병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전남 지역 최초의 지자체 보건의료기관이다. 9억6000여만 원의 사업비로 건물을 세우고 2억1000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근골격계 초음파진단기, 체외충격파치료기, 근전도검사기 등 최첨단 재활치료장비를 완비해 주민 중심의 보건복지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을 이용하고 있는 한 농업인은 “여기저기 쑤시고 아플 때마다 버스 타고 광주나 남원까지 나가야 했는데, 여기는 시설도 좋고 운동도 가르쳐 주니까 아주 좋다”면서 시설과 프로그램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하루 평균 50명의 군민이 이용하고 있는 재활센터는 재활의학 전문의가 진료 이후 물리치료사가 그에 맞는 운동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밴드, 짐볼, 폼롤러 같은 소도구를 활용해 근력과 유연성을 높이는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마을별로 셔틀버스를 운행해 이동편의도 제공하고 있다. 물리치료 분야는 곡성군 소재의 전남과학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연계하고 있고, 조선대학교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와 MOU를 체결해 해당 농업인의 조사와 연구 등 추적관리에 공동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센터에서 곡성군민 중 30여 명에게 농업인에 특화된 운동프로그램을 전수해 이들이 주민들을 교육하는 강사로 활동하면서 지역 내 일자리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농업인 재활센터 이양훈 담당자는 “처음 반신불수로 누구의 도움 없이 운신도 힘들었던 분이 지금은 걷는 건 물론이고 뛰어다니시는 분도 계시고, 연세 70이 넘으신 분이 180도로 다리를 찢으실 정도로 유연해지신 분도 많아졌다”면서 이용하는 주민들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매일 보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제 이곳은 곡성군 주민들의 삶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곳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미니인터뷰-전남 곡성군 김영락 보건의료원장

“농업인 재활센터 전국으로 확대되길”

전남 곡성은 3만여 명의 전체 인구 중 8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으로 65세 이상 인구도 33%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도 상당한 수준이다. 농업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자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진료비 지출도 두 번째로 많아 농업인들의 부담이 매우 크다. 그래서 이에 맞는 치료와 재활서비스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지난 2016년 보건의료원 내 ‘농업인 재활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물리치료사, 간호사가 상주해 재활운동과 재활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농업인뿐 아니라 관내 장애인도 이용하고 있다.

고령의 농업인들은 장기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데 우리 재활센터가 생기면서 인근의 광주광역시, 전주시, 남원시 등 인근의 도시로 나가지 않아도 돼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재활센터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같이 운동하고 얘기하면서 돈독한 정도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월 1회 기준으로 재활진료와 운동치료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진료장비·약과 주사 처방에 대한 비용만 부담하면 되는 게 큰 이점이다.

우리 농업인 재활센터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전국의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도 확대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