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농업 응원군, 도시농업

도시지역의 토지나 건축물,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해 취미․여가․학습․체험 등을 목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행위를 통칭하는 ‘도시농업’. 최근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도시민들이 늘어나고 도시농업의 분야도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정부도 최근 활발한 도시농업 추세에 발맞춰 지난해 도시농업법을 개정․공포하며 도시농업의 날(4월11일)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다. 본지는 이처럼 확산되고 있는 도시농업의 효과와 활성화 방안, 그리고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특집으로 꾸며봤다.

도시농업, 환경․사회문제 치유
도시화에 따른 인구 집중으로 도시가 팽창하고, 고층빌딩과 포장도로의 증가로 녹지가 부족해지면서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경쟁 지상주의와 개인주의 확산은 도시민의 정서적·심리적 불안을 불러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요즘 이러한 문제를 치유하는 데 도시농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빠른 변화에 지친 도시민들의 건강, 여유를 동경하는 욕구가 도시농업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주5일 근무제와 길어진 평균 수명으로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여가활동을 농업에서 찾으려는 경향은 농업(Agriculture)과 여흥(Entertainment)을 결합한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무궁무진한 도시농업의 가치
도시농업의 가치는 사회·경제·환경·교육 등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경제적 가치= 작물을 직접 기르는 과정에서 느끼는 농업의 소중함은 우리 농산물 소비 확대로 이어져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농촌진흥청 조사에서도 도시농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우리 농산물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의 건물 벽면과 옥상을 푸른 식물로 녹화하면 건물 표면의 온도를 낮춰 냉·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실제 옥상에 정원이나 텃밭을 조성하면 16.6%, 벽면녹화까지 병행하면 평균 30% 정도 냉·난방비가 절감된다. 식물은 햇빛을 반사하고 수분을 증발시키므로 도시 내 대기온도를 낮춰 열섬현상을 줄이고, 농지의 물과 공기 순환기능은 도심의 홍수를 예방하고 녹지의 지하수 보유량을 증대시킨다. 연구에 의하면, 도시 100㎡를 10m 깊이로 녹지화하면 200ℓ 가량의 빗물저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환경적 가치= 옥상과 벽면 등에 다양하게 심어진 식물들은 호흡을 통해 산소와 수분을 배출하고 다양한 유해가스를 흡착하는 기능이 있다. 도심 속 100㎡(30평)의 면적에 식물을 재배하면 성인 2명이 1년간 호흡할 수 있는 산소가 발생된다. 집안 내의 식물은 유해물질을 흡착해 각종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 등 새집증후군을 줄여준다.
옥상정원이나 옥상텃밭, 벽면녹화 등은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해주고, 도시화로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기도 한다. 미국 시카고에서는 건물 위 녹색 텃밭을 활용한 그린 루프(Green roof) 사업을 통해 2500만ft²의 옥상정원을 구축해 자원순환형 생태도시로 변모했다.

▶사회적 가치= 도시농업은 도시빈민, 노숙자,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 복지제도로서의 가치도 높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피플스 그로서리(비영리단체)는 슬럼가 내에 텃밭을 경작해 수확물을 주변 빈민가에 저가로 공급해 도시농업으로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은 사례로 유명하다. 또한 미국 밀워키주의 한 도시농업회사는 장애인, 은퇴자, 출소자 등 다양한 사람을 고용해 재배한 농작물을 1만여 가구의 빈민층에 제공하고 있다.

▶교육적 가치= 옥상정원과 텃밭은 자연에 대한 이해를 즐거움과 함께 전해주는 최고의 학습장소이자 천혜의 놀이터다. 최근에는 도심주변의 텃밭에서 농업체험을 진행하는 유치원 등이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학교텃밭 등도 조성해 학생들이 작물의 성장과정을 관찰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농업의 중요성을 체험토록 하고 있다. 

도시농업, 재배를 너머 치유까지~
세계의 도시농업은 역사적인 사건을 계기로 독특한 성격을 지닌 형태로 정립됐다.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전후(戰後)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은 사회문제 치유를 목적으로 시작돼 발전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민족적 정서에서 시작됐다. 도시농업이란 용어가 생기기 오래 전부터 길모퉁이나 집 안팎의 자투리땅에 푸성귀를 심고 가꾸고 나눠 먹던 뿌리 깊은 농경문화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고도성장기 개발열풍에 밀려 사라졌던 텃밭은 도시의 자투리땅을 빌려 다시 태어나며 다양한 기능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농업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 형태는 텃밭공동체다.
1990년대 이후 생명을 가꾸고 내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작물을 키우겠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공식적으로는 1992년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던 주말농장을 그 효시로 보기도 한다. 함께 나누는 이웃을 모토로 한 텃밭공동체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잊혀졌던 ‘이웃’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캠퍼스 빈 땅에 농사를 짓던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레알텃밭학교, 예술가들과 지역주민들이 황폐한 도심에 농촌의 향기를 불어넣기 위해 결성한 문해도시텃밭 등은 두드러진 특징을 가진 공동체로 손꼽힌다.

도시농업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꽃가꾸기 등 가벼운 원예활동을 통해 병을 치료하는 치유농업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는 식물재배 경험을 통한 치유효과를 인정해 장애우, 재활이 필요한 환자, 사회적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용 중이다.
65세 이상 은퇴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만 텃밭을 가꿔도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향상됐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농촌진흥청과 법무부가 공동으로 청소년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했더니 텃밭 가꾸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도시농업의 다섯 가지 매력

도시농업의 매력은 하나둘이 아니다. 도시농업을 통해 사람들은 다른 여가활동들에서 느낄 수 없는 다양한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 몸과 마음의 건강= 농사일을 통해 육체적인 노동의 즐거움을 느끼고, 자연 속에서 생명체와 교감하며 정신적 안정도 찾는다.
• 가꾸는 재미= 농사일을 통해 하루하루 변화하는 생명의 성장을 관찰하고 결과가 아닌 과정의 중요성을 경험하며 가꾸는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 나누는 행복= 직접 가꾼 농작물을 이웃과 나누며 행복도 느끼게 된다.
• 뿌듯한 자부심=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직접 기른 채소를 식탁에 올리는 주부의 행복과 환경을 지키는 도시농부로서의 뿌듯한 자부심도 느끼게 된다.
• 먹는 즐거움= 직접 생산한 안전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밭에서 바로 수확해 맛보는 즐거움은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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