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41)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은,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에 잘랐다고 하는 전설 속의 복잡한 매듭을 이른다.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푸는 방식이 아니라 단칼에 베어내 푸는 방식이다. 문제 해결방식의 혁신이나 승부수, 과정 생략의 위험성을 지적할 때 흔히 인용된다. ‘대담한 방 법을 써야만 풀 수 있는 문제’란 뜻의 속담으로 자주 쓰이기도 한다.

때는 기원전 334년, 알렉산더 대왕으로 잘 알려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3세가 22세의 나이로 동방원정을 떠났을 때 얘기다. 전설에 따르면, 프리기아 왕국에는 왕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테르미소스 신탁에서 “테르미소스에 우마차를 타고 오는 자가 왕이 될 것”이라는 계시가 내렸다. 이때 시골농부 고르디우스와 그의 아들 미다스(마이더스;황금손)가 우마차를 타고 테르미소스 성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그가 신탁에서 말한 왕이라고 기뻐했고, 곧 고르디우스의 아들 미다스가 프리기아의 왕이 됐다. 이후 미다스는 자신과 아버지가 타고온 우마차를  프리기아의 신 사바 시오스(제우스)에게 바쳤고, 신전의 신관들은 이 우마차를 신전 기둥에 매우 복잡한 매듭의 줄로 묶어놨다. 그후 이 마차를 맨 복잡한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된다는 말이 전해 내려왔다.

알렉산더가 프리기아로 진격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이 얘기를 듣고 마차의 매듭을 풀려 했으나 워낙에 복잡하고 정교하게 묶여져 있어 풀 수가 없었다. 그러자 알렉산더는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칼을 뽑아 이 매듭을 싹둑 베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운명은 전설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그뒤 알렉산더는 신탁의 계시대로 아시아의 왕이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가 끝간데 없이 실타래처럼 뒤엉키고 꼬여서 돌아가는 형국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명목으로 조직이며 관련자들을 마구 흔들며 두들기고 있다. 그리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교조 합법화, 국민세금으로 민간업체와 청년들 월급지원, 탈원전 등 수많은 논란을 낳는 정책들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적폐청산의 전위대격인 각종 ‘~조사위, ~개혁위’는 흡사 붉은 완장을 둘러찬 점령군처럼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코드조사’에 열을 올린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선량한 국민들마저 편가르기 하고 줄 세우는 작태가 서글프기까지 하다.
진정 우리 사회를 옥죄고 있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어줄 현자·선지자는 없는 것일까. 봄날은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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