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32)

모자 쓰고 장갑 끼고
긴팔 옷에 마스크 쓰는 게
최고의 자외선 차단법

‘미운 며느리 봄 김매기 시키고 고운 딸 가을걷이 시킨다’는 속담이 있다. ‘봄볕에 타면 보던 님도 못 알아본다’는 말도 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조상들이 봄볕의 위력을 비유한 말들이다.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된다. 자외선은 여름에 가장 세지만 습도가 높고 먼지가 많아 실제로 사람 피부에 강하게 영향을 주는 것은 봄이다. 게다가 겨우내 약한 자외선에 익숙해 있던 피부의 방어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봄볕의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게 돼있다.

자외선(UV:ultraviolet)은 태양광선 가운데 가시광선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복사선(輻射線)이다. 요근래 공해로 인한 오존층의 파괴로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양이 증가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서 세 종류가 있으나 대체로 오래 쬘 경우, 기미와 잡티를 만들고 화상을 입히기도 하고, 피부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외선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2012년 4월,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이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한쪽 일사성 피부염’에 관한 흥미로운 논문을 실었다. 논문에는 28년간 트럭 운전을 한 69세 미국 남성의 얼굴 사진이 나와 있다. 얼굴 오른쪽은 눈 가에 주름만 조금 있을 뿐인데, 운전대쪽 창으로 햇볕을 쏘인 왼쪽은 20세나 많은 89세 노인처럼 쭈글쭈글해 있다는 설명이 실려 있었다. 연구팀은 그게 자외선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외선의 ‘무서움’에 대한 설명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피부건강과 미용을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개발해 오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학자들이 자외선 차단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자외선차단제의 재료 중 빛을 받았을 때 DNA를 손상시킬 수 있고, 자외선 차단제가 흑색종(멜라닌 세포의 악성종양) 발병률을 증가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하는 학자들도 있다. 워싱턴의 한 시민단체(EWG: Environment Working Group)는 1000여개의 차단제를 분석한 결과 5개중 4개가 햇볕을 차단하지 못하거나 해로운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오히려 자외선을 인간에게 이롭도록 활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 알다시피 자외선은 비타민D를 합성해내고 살균작용도 한다. 햇볕에 이불을 널어 말리고, 장독을 열어 자외선을 소독에 이용하던 조상들의 지혜도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고든 아인슬레이(Gordon Ainsleigh)라는 학자는 규칙적으로 적당히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암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햇볕은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주기 때문에 자외선지수가 높은 지역에서는 다른 질병까지 호전된다고 했다. 실제로 겨울에 일조량이 부족한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의 암 발생률이 남동부 지역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자외선 차단 방법에 대해서는 학자들 견해가 거의 일치한다.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며 긴팔 옷에 마스크를 쓰는 게 최고의 차단방법이라는 것이다. 그건 바로 우리조상들의 지혜가 아니던가.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