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지천으로 흩날리는 4월이다. 산에도 들에도 봄날을 즐기려는 상춘객들로 넘쳐난다. 그럴 수밖에 없으렷다. 어디를 가도 만화방창(萬化方暢)이니 꽃과 푸름과 맑은 하늘이 반겨주고, 봄바람은 꽃비를 몰고 와 그대의 옷자락에도 내 마음 속에도 야릇한 감정으로 살며시 내려앉는다.
주말 휴일에 가족과 떠난 꽃구경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름다운 감동이었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흐드러진 벚꽃 무더기들은 하늘조차도 가릴 심산이었다. 어딜 가도 진달래 산수유 개나리꽃이 반긴다. 가볍게 일렁이는 봄바람에도 사방에서 꽃을 토해냈다. 여기저기마다 상춘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표정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즐거웠던 꽃구경은 얼마가지 않았다. 산책길 귀퉁이마다 주차장마다 먹거리로 가져온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바람에 날려 허공으로도 날았다.
오후 늦게 찾은 고로쇠가 유명한 한 농촌의 산책길은 단체 관광객들이 쓸고 간 자국들이 상흔처럼 남았다. 진달래가 뭉개진 자리 위로 태우다만 쓰레기부터 술병들까지 볼썽사납게 흩어져 있다. 그토록 눈부신 봄날의 하루는 일부 상춘객들의 무책임으로 아쉬움이 남았다. 문득, 상춘도 인생도 봄날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렸다는 상념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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