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오은영의원 소아청소년클리닉 오은영 원장

대다수 한국 가정이 그렇듯 어머니의 자식사랑은 한없이 크고 거룩하다.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라면 누구나 자녀가 아프거나 다치면 병원에 데려가 의사를 붙들고 낫게 해 달라고 애원한다.  병든 자녀의 머리맡에서 밤새 오르내리는 열을 내리려고 물수건으로 이마를 닦아내기도 한다. 어머니의 이러한 사랑을 자녀들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오히려 어머니에 대한 미움을 가슴에 새기는 자식들이 늘어나고 있다.
‘SBS-TV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과 부모를 위로한 국민 육아 멘토인 소아청소년 정신과전문의 오은영 박사를 만나 어머니와 자식 간 사랑을 지키기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어머니와 자녀 간
 잘못된 소통으로 생긴 불화
 평생 잊지 못 할
 마음의 상처 될 수 있어

어머니는 본능적 모성애로
자식의 위험에 뛰어든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는 자식을 잉태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모성애를 지니게 됩니다. 또 자식을 낳으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물처럼 자식을 품으며 사랑으로 키웁니다.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0.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를 구하려고 위험에 뛰어들죠.
미국 신문에서 난 어머니의 숭고한 자식사랑 기사를 소개하죠. 변호사인 36세의 어머니는 남편과 함께 두 돌을 넘긴 아이를 데리고 호수로 놀러갔습니다. 고무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던 도중 보트의 바람이 빠지면서 보트가 가라앉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어머니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호수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녀는 마치 역도선수처럼 아이를 어깨 위로 들어 올려 얼굴이 물 밖으로 나오게 해 숨을 쉬게 하고, 한 손으로는 헤엄을 치며 호수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남편은 전화로 구조를 요청했고요.

어깨 위에 아이를 올린 어머니는 힘이 부쳤지만 안간힘을 쓰며 좌우를 번갈아 아이를 들어 올렸어요. 어머니와 아이가 호수에 빠진지 20여 분이 지나 구조대가 왔지만 물밖에 코를 내민 아이는 살았지만 어머니는 차가운 호수에서 저체온증으로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기사 말미에는 ‘신이 어머니에게 내준 마지막 에너지로 자식을 살려냈다’고 쓰여 있더군요. 이처럼 어머니의 사랑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오 원장은 우리의 어머니들도 자식이 다치거나 아픈 위급한 상황이 되면 영하 10도의 혹한에도 겉옷을 챙겨 입지 못한 채 맨발로 아이를 업고 병원으로 뛰어간다며 어머니들의 본능적인 자식사랑은 자녀가 유치원, 초등학교, 대학생이 되고 40~50대 중년이 돼도 쉼 없이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어머니와 자식 간 이견 발생시
명령과 꾸중보다 대화로 설득해야

이러한 어머니와 자식 간 사랑도 한순간에 틈이 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어린 자식이 밥투정을 하며 밥을 안 먹으려 하면 어머니는 밥을 먹여야 된다는 일념으로 “밥을 왜 안 먹어!”하며 큰소리로 꾸중한다. 때로는 “에이 미워! 넌 미워!”라며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거친 말을 하기도 한다. 이때 자식들은 자신이 잘못한 일은 잊은 채 어머니가 했던 말을 오래도록 기억에 새긴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자식이 잠든 귀여운 모습을 보게 되면 모성애가 다시 발동해 낮에 큰소리를 치며 꾸중한 것에 대해 마음의 상처를 느끼며 후회한다고 한다.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 중에는 자녀와의 잘못된 소통으로 얻은 마음의 상처로 우울증을 호소하며 상담해 오는 어머니가 많습니다. 특히 대학입학을 앞둔 사춘기 자녀의 경우 소통이 더욱 어려워 불화가 크게 생기기도 합니다.”
오 원장은 대학입시를 앞둔 자녀와의 올바른 대화기법을 다음과 같이 A군과 B군 어머니의 대화사례를 예시해 설명했다.

A군의 어머니는 대학입시를 앞둔 자식에게 늘 상냥하게 “우리 아들 열심히 해야 할 텐데. 네가 TV를 보는 모습을 보니 엄마는 불안한 마음이 드네~”하며 나긋나긋한 말투로 아들을 타이른다. 그러면 아들은 ‘엄마가 걱정하시는구나…’라고 인식해 “어머니 저는 새벽 5시까지 공부했어요. 지금 잠시 쉬는 거예요. 걱정 마세요. 열심히 할게요”라고 대답한다.
오 원장은 A군의 어머니처럼 윽박지르는 말투가 아닌 상냥한 말투로 자식에게 자연스럽게 화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내야 된다고 했다.
반면 B군 어머니는 공부를 안 하는 아들을 보고 대뜸 “너처럼 그 따위로 놀고 공부를 안 하면 어떻게 대학을 가겠니? 그 따위로 해선 대학문턱에도 못가겠다”고 다그치기만 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아들은 어머니에 대한 반감과 불화만을 유발시킨다고 오 원장은 설명했다.

자녀를 굴복시키려 하지 말고
올바른 가치관 갖도록 조언해야

오 원장은 가까운 사람, 특히 자녀에게는 대화 도중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유의해서 대화해야 된다고 말했다.
“어머니들은 자식을 사랑과 가르침으로 대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비난과 명령, 지시를 받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가 부모에게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끔 현명하게 대하는 방법과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또 가족 간 말 때문에 섭섭해지거나 감정손상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대화를 통해 삶의 철학과 지침, 가치관 등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마음의 안정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부모는 자식과의 대화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좋은 말로 대화해야 한다고 오 원장은 강조한다. 특히 부모는 자녀에게 자신의 뜻을 강요하고 굴복을 얻으려 하지 말고 감성적인 조언으로 자녀가 잘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자녀에게 큰소리로 화를 내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오 원장은 환자 중에 친정아버지가 외항선 선원이라는 여성을 상담한 적 있다며 그녀의 얘기를 들려줬다. “1년에 4주 정도만 아버지를 만나기 때문에 애틋한 부정(父情)을 갖지 못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논둑에서 들꽃을 꺾어 만든 꽃다발을 건네주며 꼭 껴안아 주던 기억과 저녁 잠자리에 들 때 머리맡에 뒀던 들꽃 향기를 기억하며 평생 삶의 활력을 얻었어요.”
이처럼 부모와 자식 간에는 따뜻한 감정의 교감과 기억을 남겨야 한다고 오 원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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