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39)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의 요체(중요한 점)가 무엇인가?” 그러자 공자가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즉,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며,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며,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임금은 어진 사랑과 위엄을 가지고 신하를 대해야 하며, 신하는 절개를 가지고 충성을 다하고, 아비는 근엄과 자비로 자식을 대하며, 자식은 아비에게 효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 공자가 말하는 도이며, 인간의 의지를 초월한 ‘하늘의 가르침’이란 말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 같으나 그처럼 ‘~답게’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성 싶다.
또 한명의 전직 대통령이 포승줄에 묶여 법의 심판대에 서는 ‘전직 대통령의 불행’이 또다시 되풀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백억 원의 뇌물수수와 횡령 등 무려 18가지 안팎의 가볍지 않은 혐의로 구속됐다. 헌정 사상 네 번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이로써 현재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 4명 중 2명(전두환·노태우)은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고, 나머지 2명(박근혜·이명박)은 구속돼 영어의 몸이 됐다.

우리 헌정사를 놓고 보면, ‘전직 대통령 수난과 불행의 역사’라 이를 만큼 역대 전직 대통령 11명 중 5명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검찰조사를 받는 참담한 말로를 맞았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은 건국의 공이 있지만, 독재와 부정부패로 4·19혁명 후 미국 하와이로 망명, 불귀의 객이 됐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1970년대 각종 민주화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구속되진 않았지만 세 차례 사법 처리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장기집권을 꿈꾸다 1979년 최측근인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피살되는 비운을 맞았다. 전두환ᆞ노태우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정부때인 1995년 군사반란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돼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사면·석방됐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과 친인척, 측근들이 알선수재와 각종 청탁에 연루돼 사법처리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그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사건’으로 탄핵을 당한 뒤 뇌물수수,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돼 현재 수감 중이다. 이처럼 연이은 전직 대통령들의 수난을 두고 한 일간지의 어느 논객은 ‘조선시대 사화(士禍)를 방불케 한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말로가 흡사 정해진 코스처럼 늘 좋지 않은 것은, 지금처럼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가 초래한 불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진정 우리에겐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만나는 일이 왜 이다지도 어려운 걸까… 우리 모두는 그 문제에 있어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자성과 함께 공자의 가르침을 곱씹게 되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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