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 개헌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농업인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식량주권을 지키는 주체인 농민에게 걸맞는 대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 개헌안, 농어촌·농어민 지원하는 내용 신설
개헌안 제129조 제1항에 국가의 지원의무 규정
5월25까지 국회 표결절차 남아…통과여부 미지수

지난 3월21일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대통령 개헌안 2차 발표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농어민을 지원하겠습니다”라고 서두를 시작한 조 수석은 “농어업을 단순한 산업이나 경제논리가 아닌 공익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농어촌과 농어민을 지원함에 있어 필요한 계획을 국가가 수립하도록 의무화했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 제123조 제1항은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대통령 개헌안의 제129조 제1항은 ‘국가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 보전 등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을 바탕으로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신설함으로써 기존 내용보다 농어민의 기본권 확장과 식량주권을 지키는 주체로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앞으로 공익형 직불제 확대를 비롯해 농정의 틀을 바꾸는데 헌법이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농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제121조 경자유전 원칙과 예외규정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생명산업이자 우리 식량주권을 지키는 안보산업인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했었다. 지난해 3월 농업인단체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우리 농민은 생명산업이자 기간산업의 종사자인 동시에 식량주권을 지키는 주체이지만 그에 걸맞는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개헌안을 통해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국가 지원의무를 규정해 공약 실천에 가까워진 셈이다.

하지만 또 다른 산이 남아있다. 바로 국회 표결절차다. 지난 3월26일 국회에 접수된 대통령 개헌안은 헌법 규정상 공고 후 60일 이내 개헌안 표결을 진행해야 하지만 야당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같은 날 열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김재경 위원장(자유한국당)은 “헌법 개정은 정당한 내용과 함께 절차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어야 하지만 내용과 절차 모두 부적절하며, 불행한 대통령만을 보아온 국민들의 아픔을 외면한 개헌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에 개헌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야당의 입장이 강경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개헌안 통과는 현재로서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별인터뷰-한국농어촌복지포럼 정명채 대표

▲ 한국농어촌복지포럼 정명채 대표

“유럽처럼 농업을 공공재로 인식해야”

국민 인식 변화에 헌법 개정이 큰 역할
국가의 지원만큼 농민도 책임 다해야

그렇다면 헌법이 바뀌면 농업과 농민의 삶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같은 의문에 한국농어촌복지포럼 정명채 대표는 유럽의 사례를 들며 개헌으로 우리 농정의 미래도 긍정적으로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명채 대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으로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과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농어촌비서관으로 일하며 문재인 대통령과도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농정분야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과 국가균형 발전을 위해 농촌발전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구체적 사항을 조언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공동농업정책을 펼치고 있는 EU(유럽연합)에서 본받을 점이 있다면서 “EU 전체로 보면 농업은 GDP 비중이 1.7%, 고용은 4.6%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체 예산의 40%를 농업부문에 투입하는게 우리와는 많이 다르죠. 이는 농업을 공공재로 인식한 EU가 토양과 수질을 살리기 위해 저농약·무농약·유기농업이 정착될 수 있도록 막대한 직불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만약 농업을 사유재로 취급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농민 한 명이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과다한 농약을 쓰게 되면 땅과 지하수가 오염되고, 그걸 먹는 사람의 건강까지 해칩니다. 결과적으로 전 인류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죠. 저독성 농약을 쓸수록 환경적으로 도움이 되니까 그만큼 지원을 해주는게 유럽 농정의 기본 시스템인데, 우리도 이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봅니다”고 의견을 더했다.

농업이 지금보다 2배, 3배 발전한다고 해도 전체 산업계로 보면 1~2%정도 밖에 늘지 않는 구조에서 국가가 농업·농촌을 지원함에 있어 국민들을 설득할 근거가 필요하다. 바로 이번 개헌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정 대표는 지적했다. 특히 농산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 과잉상태인 현실에서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농민의 노력을 합당한 것으로 보는 국민들의 인식 변화에 헌법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쌀값을 18만 원에 책정하고 그 차액을 보상하는데 “왜 농민만 쌀값이 떨어지면 돈을 주는 겁니까?”라고 반문하는 소비자에게 쌀농사를 지음으로써 지하수 저장, 홍수조절, 토양유실 방지, 환경보전 등의 공익적 의무를 다하기 때문에 국가가 소득을 보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느 국민이 수긍하지 않겠냐며 정 대표는 농업이 공익적 가치를 수행하는 일에 이미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국가의 지원만큼 농민도 그만큼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눈 앞의 돈벌이나 손쉬운 농사법에 안주하지 말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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