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하이트진로음료 조운호 대표

우리가 즐겨 마시는 음료는 오렌지, 사과, 포도, 매실과 같은 과일과 쌀, 보리, 옥수수 등을 원료료 한 곡류 음료수가 주를 이룬다.
이에 따라 한국 음료시장의 성장은 우리농업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국민은 원료가 한 톨도 국내에선 생산되지 않는  커피나 콜라, 오렌지 음료 등을 주로 사 마신다. 이에 한국의 음료시장 90%를 외국계 브랜드가 점유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이런 열악한 한국의 음료시장에서 국내 농산물로 만든 순수 국산음료를 개발해 낸 하이트진로음료의 조운호 대표를 만났다. 제일은행 행원에서 생소한 음료업계에 진출해 순수 국산음료를 개발한 낸 조운호 대표의 성공담을 들어봤다.

 농진청 육종 ‘흑색보리’로 ‘블랙보리’차 개발
 숭늉 대용 음료로 국내 음료시장서 인기몰이

국내 음료시장, 외국제품 90%
한국음료 개발하려 음료업계 진출

“제일은행 근무 10년 차이던 1995년 34세 젊은 나이에 출판과 정수기 제작을 주로 하는 웅진그룹의 윤석금 대표가 창업한 웅진식품의 마케팅본부장으로 발탁돼 음료업계에 진출했죠. 당시 국내 음료시장은 롯데, 해태, 코카콜라 등 3대 기업이 전체의 80%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CJ식품은 국내 식품업계의 독보적인 1등 기업으로 세계적인 스포츠음료인 게토레이와 자체음료를 가졌지만 롯데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롯데에 매각됐죠. LG생활건강은 열심히 했으나 히트작을 내지 못해 성공을 포기하고 롯데에 넘기고 코카콜라의 한국 판권을 인수, 지금은 롯데와 LG의 양강체제가 됐죠.”

이런 상황에 국내 음료시장은 커피, 콜라, 오렌지주스 중심의 외국제품이 90%를 장악하고 있다. 국내 음료업계는 세계적 브랜드 음료를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판권을 얻어 영업을 하는 상황이다.
조 대표는 성공의 지혜를 빌려 사명감을 갖고 송곳과 같은 정과 무거운 망치로 바위를 깨듯이 틈새상품 개발과 시장개척에 나섰다고 했다.
“목표 도달에 앞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관련업계 연구소와 전문가를 찾아 상담했습니다. 하지만 그들로부터 여러 원료로 온갖 제품을 만들었지만 성과를 못 거뒀다며 할 게 없다는 얘기만 들었죠. 특히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인색했습니다.”

일본 ‘따라 하기’ 국내음료시장
순수 우리음료 개발 사명감 불타

당시 국내 음료업계는 일본에서 히트한 음료를 5년 뒤 카피하면 안정적으로 국내시장에 정착시킬 수 있다는 안이한 ‘미투(Me Too) 전략’을 따르기에 급급했다. 조 대표는 음료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무모하리만큼 틈새음료상품 개발을 위해 애를 썼다. 그러다 조 대표는 무역협회 도서관에서 재미난 자료를 찾았다.

‘외국 음료브랜드 한국 도입 연도표’란 자료였다. 한국에 세계 1등 음료에서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90%가 우리 시장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음료는 10%에 불과했다. 이에 조 대표는 순수 우리음료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소명으로 삼았다.
“해방 후 50년 간 우리는 외국음료를 마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정한 우리음료를 만들어 외국음료가 판치는 한국시장에 자리 잡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내고 순수 우리 음료 개발에 매진했다.
코카콜라, 델몬트, 썬키스트, 네슬레 등과 같이 세계적인 우리 음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과 전투력으로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200억 매출이면 성공적이라는데…
1000억대․200억대 등 히트작 여럿 개발

음료는 용기(容器)의 역사이다. 음료를 어떻게 용기에 담아 밖에 나가 마실 수 있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 음료업의 관건이다. 나폴레옹이 전쟁 중 군인과 병기는 운송이 쉬운데 전투식량을 가지고 다니기가 어려워 병조림을 만든 게 계기가 돼 음료시장이 시작됐다고 한다.
“한국에서 음료를 개발해 150억~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게 되면 성공작이란 평을 받습니다. 이런 제품은 평균 3년 주기로 나옵니다.”
조 대표는 가을대추를 시작으로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 등 히트작을 냈다. 1,000억  원대 매출 제품 3개, 200억 원대 5개, 100억 원대 매출 7개를 개발해 음료업계의 기린아로 각광받았다. 그가 개발한 ‘아침햇살’은 베트남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신개념 기능성 ‘블랙보리’ 음료 출시
세계적 음료로 각광받을 제품

순수 국산음료 개발의 새 지평을 연 조 대표는 웅진에서 하이트맥주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최근 보리음료인 ‘블랙보리’ 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웅진에서 만들었던 ‘하늘보리’의 초기 매출을 능가하는 매출을 보여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음식에는 궁합이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유럽인들은 육류를 주식으로 먹고 난 뒤 후식으로 탄산음료나 커피를 입냄새 제거 목적으로 마십니다. 일본인은 생선류 음식을 먹다보니 입에서 나는 비린내를 없애려고 녹차를 마시죠. 녹차의 탄닌 성분이 비린내 제거에 효과적이거든요.

한국인은 고려시대 이후 지금까지 보리숭늉을 후식으로 마시고 있습니다. 이는 발효식품인 된장과 젓갈음식을 먹은 뒤 숭늉이 탈취제가 되기에 그래왔던 거죠. 숭늉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인만이 마십니다. 따라서 보리차를 숭늉에 버금갈 제품으로 개발해 출시하면 세계적인 음료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해남 흑맥, 광양 매실, 고흥 유자 등
지역특산물을 음료와 연계해 개발할 것

한편 조 대표는 2012년 보리수매 폐지 이후 농촌진흥청이 육종한 ‘흑맥’ 보리를 전남 해남에서 재배해 420톤을 생산, ‘블랙보리’ 음료의 주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해남의 ‘흑맥’과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우수영(右水營), 그리고 윤선도의 고택(故宅)을 연계한 관광지 개발에도 힘을 보탤 계획입니다. 또한 광양의 청매실과 관련된 축제 확대와 고흥의 유자를 이용한 음료 개발, 관광지화에도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인구는 우리보다 약 두 배 정도 많고, 음료시장 규모도 40조에 달하는데 반해, 한국의 시장규모는 4조4천억 원으로 1/10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여지도 있습니다. 한국음료시장도 7조 매출이 엿보입니다. 국산음료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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