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여성 창업열전 - 천연염색체험학습장 ‘도롱골’ 김춘기 대표

봄햇살 받아 저마다 알록달록한 빛을 내는 천연염색 천들이 ‘도롱골’을 물들인다. 충북 청주에서 ‘도롱골’ 공방을 운영하는 김춘기 대표는 한국생활개선청주시연합회원이자 천연염색연구회장이다. 김춘기 대표는 동화작가를 꿈꾸며 습작을 이어오고 있는데, 천연염색과 가죽공예 공방을 통해 농촌체험학습을 운영하면서 어린이들과 만나고 있다.

▲ 김춘기 대표가 손수 물들인 천을 봄볕에 말리고 있다.

농촌체험은 어린이들의 자연교과서

패션쇼 열어 회원들 기량 뽐내

농촌체험학습 통해 사랑 전달

김춘기 대표는 농촌에서 나고 자라 자연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제가 먼저 남편에게 농촌으로 들어와 살자고 제안했어요. 자녀 교육에도 좋을 것 같았어요.”

김 대표의 두 아들은 유년시절부터 지역 곳곳을 누비며 역사탐방을 다니고 글쓰기를 병행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농촌에 있었던 기억들이 나중에 어른으로 성장해서 힘들 때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의 교육철학은 천연염색체험과 가죽공예체험 등을 통해 지역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체험학습에서 만난 아이들은 놀라워요. 아이들에게 가죽을 주고 무언가 만들어보라고 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올 때가 많거든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바느질도 잘하고 가죽에 구멍 뚫는 것도 척척 해내서 교육에 보람을 느낍니다.”

염료, 자연에서 찾고 농사지어

농업과 천연염색은 연관이 없는 것일까. 김 대표는 염색도 농업과 같다고 말했다.

“주변 자연에서 채취한 염자재로 고운 색을 내고 있어요. 다양한 색을 내기 위해서 빨강, 노랑, 파랑의 기본 3색이 필요한데 모두 주변에서 계절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죠.”

그는 빨간색을 내는 염료는 열대지방에서 나는 나무심지인 수목을 많이 사용하고 노란색은 양파껍질, 메리골드꽃과 파란색은 쪽에서 얻는다고 설명했다. 빨강, 노랑, 파랑을 섞어서 원하는 색을 얻고 있다.

“파란색을 내는 쪽은 농사짓고 있어요. 생쪽을 물들이면 옥빛이 나오고 쪽을 석회와 함께 발효시키면 쨍한 파란색이 나오죠.”

김 대표는 인디언핑크빛을 찾는 고객을 위해 천연염료를 혼합해 인디언핑크를 맞춰 고객에게 만족감을 줬던 일화를 들려주며 성취감을 느꼈다고 한다.

“세상에는 비슷해보여도 서로 다른 색이 많은데, 자연에서 얻은 색을 혼합해 고객의 마음에 쏙 드는 색을 찾았을 때는 정말 뿌듯해요.”

김춘기 대표는 자연에서 얻은 원색에 재능을 더해 다양하고 오묘한 색을 구현해내고 있다.

▲ 김춘기 대표는 자연에서 채취한 떡갈나무잎 등을 활용해 천연염색 작품에 무늬를 더하고 있다.

천연염색연구회서 발견한 재능

현재의 김춘기 대표를 만든 것은 그의 호기심을 재능으로 발전시킨 청주시농업기술센터의 천연염색연구회 활동이 컸다.

“천연염색연구회에 가입한지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매주 1회 회원들과 만나서 염색물을 들이고 염색된 천으로 저마다 원하는 생활소품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김 대표는 연구회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집에 돌아와서도 따로 작업실을 만들어 홀로 천연염색 작업을 이어나갔다. ‘도롱골’ 공방은 그의 열정과 청주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농촌에서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이 큰 것 같아요. 농촌에서 여성농업인들이 한 곳에 모여 개인이 가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거든요. 한 사람만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들이 모이고 묶여서 꿈이 생기는 거 같아요.”

그는 여성농업인들이 저마다의 의지대로 행동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생활개선청주시연합회 한마음대회 때 천연염색연구회원들이 직접 만든 옷들과 가방을 본인들이 입고 패션쇼를 준비했어요. 많은 회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수 만든 작품들의 모델이 돼서 선보이니까 연구회원들이 무척 자랑스러워했어요.”

동쪽에서 남쪽으로 돌아 앉아 ‘도롱골’ 이름을 얻은 공방은 남향의 따뜻한 햇볕을 받아 오는 사람마다 아늑함을 느낀다고 한다. 김춘기 대표는 천연염색연구회원들과 ‘도롱골’에서 염색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성농업인들이 저마다의 빛을 담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지식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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