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탐방- 기록으로 들여다 본 ‘어머니의 유산’

▲ 지난 19일 국립여성사전시관을 방문한 여성들이 ‘어머니의 유산’ 기획전을 둘러보고 있다.

우리는 현재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준다. 이와 관련, 한국 근현대사 속 ‘어머니’와 관련된 일반인들의 기증 유물을 한 자리에서 만날 볼 수 있는 전시회가 경기도 고양시 소재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어머니의 일기장, 저고리 등으로 어머니가 살았던 그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유형과 무형의 유산을 물려준다. 그 유산은 자녀들이 살아가는 삶의 등불이자, 어머니의 부재를 대신 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어머니의 유산’ 전시회를 통해 어머니가 물려준 유산의 참 뜻을 마주해보자.

여성사전시관, 육아일기‧생활유품 등 다양한 기증유물로 꾸며져

“쓰지 않고 그냥 살았다면 허망한 세월에 그쳤을 것을 기록하니 중요한 역사가 됐다. ‘우리의 일상에도 역사는 흐른다’는 광고의 문구처럼 영웅이나 위인의 생애만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한 시절의 역사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 힘이 역사가 존속하는 저력이 된다.” - 백임현 ‘사생활의 역사’

이번 전시회에 일기장을 기증한 고(故) 백임현 씨의 글처럼 영웅이나 위인의 생애만이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한 시절의 역사를 살고 있다. 특히, 항상 일상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소소하다고 느꼈던 어머니의 유품들을 누군가 기억하고, 다른 이들에게 공개되면 그 또한 개인의 산물에서 사회의 공적가치로 환원된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유산’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해 어머니가 남긴 물건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이해해보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전시된 유산을 살펴보면 개인 일기와 육아일기, 성적표, 졸업증서, 생활소품, 저고리 등 54종으로 다양하다.

글로서 유산을 남겨주신 어머니
1968년부터 2015년까지 37년간 작성한 일기를 기증한 고 백임현 씨와 4권짜리 육아일기를 기증한 고 박정희 씨의 유산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백임현 씨가 작성한 일기를 살펴보면 37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기록돼 있으며, 개인의 일상뿐만 아니라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사회적 사건도 고스란히 작성돼 있다.

아울러, 고 박정희 씨의 육아일기는 1952년부터 1963년까지 작성된 것이다. 약 11년의 시간동안 아이들을 살뜰하게 보살피는 마음으로 다섯 남매가 태어나서 한글을 배울 때까지를 기록한 그림 육아일기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관람객들에게 공감을 얻어냈으며,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 1988 서울하계올림픽 열렸을 당시, 추억이 깃든 기증품도 눈길을 끌었다.

생활용품으로 유산을 남겨주신 어머니
글 이외에도 옷과 양철바구니 등 시대를 읽을 수 있는 기증품도 자리했다. 특히, 고 양을진 씨의 의복 28점이 속옷류와 함께 전시돼 있어 당시 시대의 복식을 한 눈에 확인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일제강점기에 기자로 활동했던 고 최은희 씨의 유품인 자개앨범과 양철상자, ‘한국개화 여성열전’도 감상할 수 있다. 이날 ‘어머니의 유산’ 전시회를 관람한 한 여성은 “나도 일기를 쓰고 있지만 한 번도 역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며 “하지만 이번 전시회를 통해 나 또한 역사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현재,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살펴보면 누군가를 보조해주는 보조적 역할이란 고정관념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머니 즉, 여성의 유물로 꾸며진 이번 전시회를 발판삼아 여성이 만들어가는 여성의 역사가 더욱 확장되길 바란다.

한편, 여성이 만든 여성의 역사를 직접 한 자리에서 눈으로 확인해보는 좋은 기회인 이번 전시회는 오는 5월13일까지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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