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 살다 - 전북 순창 흙건축연구소 ‘살림’ 김석균 교장

▲ 각종 흙건축 장비들을 모아놓은 창고에서 일에 열중하고 있는 김석균씨.

 한옥마을 풍물 놀이꾼에서 순창 귀농지기로…
 청년귀농인과 흙집건축체험학교 운영
 흙집 목수 양성·치유 숲 등 일자리 창출에 기여

한 20여 년 전 쯤 전주한옥마을에는 줄곧 잡놈이 살았다. 김석균(55). 상쇠로 풍물을 주도했고, 놀자 판 사회는 도맡아서 했다. 스스로 잡놈(?)이 되어 많은 이들의 여백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 그가 있는 곳은 언제나 낭만과 여유로 가득했다.
빈약하고 초라했던 전주한옥마을이 지금의 전국적인 관광지로 명성을 얻기까지 그가 뿌린 잡놈의 흔적들을 어찌 지울 수 있으랴. 지금도 전주한옥마을을 지키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얘기하고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조용히 전주를 떠났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났을까. SNS 등 이곳저곳 틈새로 전통 흙집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전도사로 이름이 높았다. 그와 함께 청년들이, 때로는 남녀노소가 흙집 공부도 하고 봉사하는 모습들은 마을 어귀의 샘물처럼 맑게 비쳐졌다. 그 소식들과 함께 다시, 전주한옥마을은 왁자지껄 흥겨움이 자리 잡았다. 그가 어느 해 이즈음 봄꽃처럼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한옥마을에 머문 것은 채 몇 달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을까. 그는 전북 순창에서 흙집을 지으며 귀농·귀촌 전도사가 되어 있었다.
“흙집을 지으며 전국을 돌아다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북 순창군 동계면 주월(舟月)마을 도로 옆에 공터와 농협창고 건물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리모델링에 들어갔지요. 그때가 2013년 2월이니까, 벌써 5년이 되었네요.”
김 씨는 공터를 구입한 자리에 작은 수입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흙건축연구소 ‘살림’을 꾸렸다. 그리고 나머지는 흙건축체험교육장을 열었다. “사업장 대표는 와이프에게 맡기고, 저는 흙건축체험학교장을 맡았습니다. 체험은 함께 어울리고 즐거워야 효과가 큰 만큼 저한테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하하”

청년귀농인 위한 공유주택
‘더 집’ 성과

김 씨는 내친 김에 농협공판장을 리모델링 해 2층에는 방2개 딸린 살림집 4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청년 1인가구를 위한 공유주택 ‘더집(더불어 함께 사는 집)’을 운영했다. 귀농귀촌자에게 즉각적인 정착지를 제공해 흙건축도 가르치고 공동의 작업도 수행하면서 귀농귀촌의 연착륙을 돕기 위함이었다. 현재는 8명이 거주하며 순창군의 주택수리와 마을의 행사에 풍물공연 등 재능기부를 꾸준히 펼치다보니 순창군민들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단다.
마을 주민들과 더 소통하고 전국적인 마을로 만들기 위해 1층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했다. 누구든 손님이면 쉬어갈 수 있고, 농촌관련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개방한 것이다.
“농촌에 청년이 없다는데서 착안했지요. 청년의 귀농귀촌을 돕고, 그들과 함께 공동의 수익사업도 진행하다보니 군청에서는 그것이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더군요.”

▲ 청년 귀농귀촌인들과 함께 흙건축을 공부하고 재능기부도 하면서 모두가 동네목수를 꿈꾸고 있다.

전국 최고 귀농귀촌 우수군의 ‘주역’
특히, 농식품부가 주관하고 75개 자치단체가 참여하는 ‘2016 미래창조 귀농귀촌 박람회’에서 순창군이 우수군으로 선정됐다. 이를 인정받아 김 씨는 농식품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김 씨가  활약한 덕(?)에 순창군은 전국에서 귀농귀촌하기 좋은 자치단체로 이미 이름이 높다.
“귀농하는 사람이라면 내 집 정도는 내손으로 지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흙집건축학교의 목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옛날에는 동네에 목수 하나씩 있었듯이 마을마다 동네목수를 양성하는 것이 꿈이기도 하지요.”

흙건축연구소는 동네목수 양성교육, 생태단열 주택 설계 시공, 이동식 흙집 제작 판매 등을 한다. 자연재료로 시골집 단열하기, 작은집 짓기, 아궁이 개량하기, 폐 팔레트로 농막짓기, 적정기술과 난방과 생태단열, 흙미장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김 씨의 철학은 ‘배워서 남 주자’다. 김 씨는 전북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흙에 빠진 이후로는 대학원에서 흙 관련 과정을 공부했다. 부인 이민선 씨는 설계를 전공했다. 그래서인지 부인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저는 모두가 같이 노는 역할을 주로 합니다. 잘 놀고 즐거워야 집도 짓고 단합도 하고, 그래야 또 좋은 집도 완성되고 그렇지요.” 김 씨는 “지역 안에서 지속가능한 건축의 전형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이웃과 마을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약간의 기술이면 된다”고 강조한다.

주민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내친김에 인근의 숲도 구입했다. 숲에도 일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일명 ‘치유의 숲’을 구상했다. 그 숲속에 귀농귀촌자들과 함께 나무위의 집(트리하우스)도 만들고, 오두막도 지었다. 올해는 ‘숲속의 작은 도서관’도 만들 작정이다.
“요즘은 농촌아이들도 농촌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일차적으로 순창군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농촌체험을 놀이로 즐길 수 있는 ‘놀이 숲 교육’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순창군청 김희정 공보계장은 김 씨가 처음 순창에 올 때만해도 그냥 씩씩하고 잘생긴 분으로만 알았단다. 그렇지만 함께 일을 하고 지켜보면서 그 매력에 푹 빠졌다. “이제 김 씨는 귀농·귀촌인들과 함께 순창의 중심이 되었지요. 김 대표가 있어 순창의 이미지가 나아지고 더 살만한 지역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여름 방학이면 흙 건축 체험을 위해 전국에서 청소년들의 참여가 뜨겁다. “주로 도시지역의 작은 교육기관들이 많이 오는데, 더 받고 싶어도 공간과 함께 해줄 청년귀농 기술자가 부족해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흙건축의 생명은 천연의 자연재료를 얼마나 과학적으로 활용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귀농귀촌의 마음가짐도 결국은 흙으로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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