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노상철 단국대병원 충남농업안전보건센터 교수

농약으로부터 자신 지키려면
위험성 사전에 인지하고
독성 낮은 농약 선택해야

▲ 노상철 단국대병원 충남농업안전보건센터 교수

농약은 말 그대로 농작물의 성장과 병해충 예방을 위한 ‘약’처럼 사용되고 있으나 농약을 다루고 노출되는 사람에게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농작물 잔류 농약에 대한 검사나 허용기준치에 대한 내용들은 지난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에 더욱 엄격해지고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농민의 직업성 농약중독에 대한 조사와 연구들은 외국의 연구결과들과 비교해 초기 단계다.
농약중독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에 노출돼 나타나는 급성중독과 오랜 기간에 노출돼 나타나는 만성중독으로 나눌 수 있다. 대다수의 농업인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농약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만성농약중독으로 이어져 말초신경 기능장애, 악성종양, 생식기계 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의 좋지 않은 건강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업인 농약중독 코호트 구축을 위해 조사를 하면서 농업인들에게 농약 구매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 보건상담을 진행한 중이다.
한 농업인에게 물었다. “농약 판매상에 가셔서 농약을 구매하실 때 어떻게 하세요?”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같았다. “풀(또는 벌레)에 잘 듣는 걸로 줘요”, “이번엔 뭐 치면 돼요?” 등으로 농약 판매상에 묻고 그곳에서 추천해 주는 것을 별다른 의심 없이 들고 온다는 것이다. 해당 농약의 독성이 어떠한지, 원제나 계통이 무엇인지, 사용 시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독 방법은 어떠한지 등의 내용은 구매 시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설문을 통해 농업인들이 자주 이용한다고 대답한 농약판매상과 농협을 섭외해 직접 방문을 해봤다. 작목별로 시기마다 적절하게 농약을 판매하고 있으며, 적절한 가격과 용량을 고려해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농약 판매상의 대답에는 농약의 독성 수준을 고려한다는 답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원제별, 상품명별 판매량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냐는 물음에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분명한 대답을 듣기는 어려웠다.

우리나라에 농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들이 있다. 한국작물보호협회에서는 매년 ‘작물보호제(농약) 지침서’를 책으로 발간·배포해 농업인과 농약 판매상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해당 협회의 웹 사이트에서도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관리하는 ‘농약정보서비스’는 농약을 판매하기 전에 회사에서 농약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전국 농업안전보건센터 홈페이지의 ‘농약안전보건정보’에서는 2014년 작물보호제 지침서를 시작으로 매년마다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인체독성과 물리화학적 정보, 농약관리법에 따른 안전사용기준, 올바른 농약 보호구 착용법, 농약 성분별 노출 시 증상과 응급조치 방법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농약을 살포하는 농업인의 농약중독과 관련한 조사와 연구들은 미비하다. 농업인이 농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농약을 사용하는 자신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농약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하고자 하는 농약의 독성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는 것, 같은 원제나 계통 중 독성이 비교적 낮은 농약을 선택하는 것 등은 농업인의 직업성 농약중독 예방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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