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유상오 한국귀농귀촌진흥원장

 1955~1975년생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186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조기 은퇴에 내몰리고 있다.
자녀들의 대학 뒷바라지와 결혼 분가 등 지출이 많은 시기에 조기 은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기은퇴 후 재취업도 쉽지 않다. 대부분은 단순 노무직이나 경비원, 대리운전기사 등에 국한되며 그나마 이 일도 길어야 5~10년 정도다.
도시에서 재취업이나 사업 진출은 능력이 출중하거나 자금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조기은퇴에 대비해 귀농을 일찍부터 계획하고 준비해
노후생활의 안정을 찾아야 한다. 유상오 한국귀농귀촌진흥원장을 만나 적은 돈으로 안정적으로 귀농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귀농인들이 유기농산물 생산과
 도농밥상공동체 활동에 주력해야

은퇴 후 80세까지 농촌생활하고
이후엔 병원․문화센터 가까운 도시로 나가야

“저는 농촌을 동경해 노후에는 농촌에서 살려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우연의 일치인지 경희대에서 조경을 배우고 연세대 대학원에 도시계획을 전공했습니다. 그 후 일본에 건너가 지바대에 환경계획 박사학위를 받았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 같은 공부가 전부 농촌정착에 긴요한 정보를 얻는데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학업을 마친 그는 주택공사에 근무하다가 경향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그리곤 귀농을 위해 몇 년 전 경북 상주에 있는 산지를 사서 개간 가능한 99,000㎡(3만평)을 터전으로 삼고자 주말마다 상주를 다니면서 산과 땅을 다듬고 있다. 그가 한국귀농귀촌진흥원을 운영하는 것은 귀농인들을 돕는 것을 우선으로 하지만 자신의 귀농을 위해 보다 면밀한 귀농정보를 습득하려는 방편이다.
그는 한국귀농귀촌진흥원을 운영하면서 터득해낸 ‘은퇴 후 3천만 원으로 귀농해 노년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은퇴자의 귀농은 도시에서 살던 집을 남에게 월세로 내주고 3천만 원의 적은 돈으로 귀농하는 형태로 해야 합니다. 시골에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해 도시에 있는 친지나 이웃, 선후배에게 공급해주면서 민박을 운영하는 형태의 귀농이 적합합니다.”
100세 장수시대인 만큼 50~60세까지는 도시에서 살고 60~80세까지 농촌에서 저노동으로 부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6차산업을 하고, 80세에 임박해서는 자식도 은퇴 후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형태의 귀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쇠해지는 80세 이후에는 병원과 문화센터에 다니기 편리한 도시로 다시 돌아와 자식과 국가에 폐를 끼치지 않는 행복한 여생을 보낸 뒤 웰다잉(Well-dying)으로 인생을 마감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선도농가에서 농사기술 배운 뒤
본인 농사 시작해야 실패위험 적어

3천만 원이란 적은 돈으로 농촌에 가는 것이니 처음부터 농사를 짓지 말고 농사규모가 크고 생산도 잘하고 마케팅, 판매, 경영, 가공, 민박 등을 잘하는 선도농가에서 농사일을 배운 뒤 본인의 농사를 지어야 실패위험이 적다고 그는 말한다.
“60세 전후까지 봉급생활을 하다가 농사를 짓는 게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선진농가에 취업해 육체노동보다 농산물 가공, 민박, 체험관광, 서비스분야를 중심으로 부가소득 창출기법을 배운 뒤 농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귀농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그는 강조한다.
“집 한 채와 텃밭, 가공시설 일부를 갖추면 됩니다. 서울이나 대도시 근교는 땅값이 비싸니 중산간지대에 가면 폐가와 빈집이 많아요. 농막과 창고도 쉽게 찾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 곳을 찾아가 선진농가에 취업해 배운 기술과 경험으로 농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농지 300평 씩, 3필지 900평을 장만해 봄에는 순채소인 두릅, 엄나무, 가죽나무, 옻나무, 오가피 등을 사람 키에 맞춰 키우면 노동력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냉이와 씀바귀, 달래 같은 나물은 쪼그리고 앉아 채취하므로 노령인들의 농사로는 적합지 않고 가공도 어렵다고. 그렇지만 두릅은 몇 개를 따면 1kg당 2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어 별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순나물은 입맛이 없는 봄철에 나오는 농산물이라 가격이 비싸도 소비자들이 잘 사고, 친지나 이웃, 선후배에게 판매 후 남는 것은 초절임 해뒀다가 민박손님에게 반찬으로 내주면 인기라고.
“6월에는 매실, 살구, 보리수, 체리, 복분자, 앵두를 수확·판매하고 남은 것은 효소로 담가 팔면 됩니다. 10월은 특이하게도 산촌 가까이에 있으면 덩굴 3형제라고 불리는 으름, 다래, 머루를 딸 수가 있어요. 앞에 개자가 붙은 개머루, 개다래 등은 없어서 못 팝니다. 그래도 팔다 남으면 냉동실에 얼렸다가 민박손님에게 요구르트에 섞어주면 인기가 좋습니다. 그러고도 남으면 술을 담가 팔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죠.”

이 같은 먹거리를 도시의 20개 단골가정에 판매하다 보면 신뢰가 쌓여 이웃에도 소개하니 직거래로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고 유 원장은 말했다. 농산물과 가공식품 판매에다 방 2개짜리 민박으로 연소득 1500만 원을 보태면 연간 2400만~3000만 원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20%인 360만 명이 귀농을 한다면 농촌인구가 크게 늘어나 인구절벽을 막을 수 있고, 전문영농으로 지역농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니 개인과 지역, 국가로서도 귀농은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360만 귀농인들이 유기농산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해준다면 대한민국에 커다란 유기농 카테고리가 형성되며, 도시민은 안전먹거리를 사먹을 수 있게 되는데, 이를 ‘도농밥상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도농밥상공동체 활동이 활발해지면 농업인들은 제값 받는 안전먹거리 생산에 주력하게 되고, 또 이를 맛보려는 도시민이 많이 찾아들 것이라고 유 원장은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귀농인들이 안전먹거리 생산을 주도하며 농촌·농업의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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