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취임 8개월 만에 사퇴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한 첫 현직 장관이 됐다. 취임사에서 “농업인의 뜻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통과 공감의 농정을 펼치겠다”던 야심찬 각오는 1년도 채 안 돼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지난 70년간 63명이 농식품부 장관을 거쳐갔다. 장관 평균 임기는 1년1개월 정도다. 이번에 사퇴한 김영록 장관은 평균 임기도 채우지 못했다. 사실 김영록 장관의 지방선거 출마설은 연초부터 솔솔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다”며 출마 가능성을 부인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설을 앞두고는 “현재로서는 장관 본연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며 묘한 여지를 남겼다. 최근에는 AI 방역 홍보 문자메시지를 본인 명의로 발송해 출마를 염두에 둔 ‘편법 홍보’가 아니냐는 의혹도 샀다.
이런 가운데 신정훈 청와대 농어업비서관도 전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농정의 수장들이 줄줄이 자리를 떠났다. 국정과 농정을 책임져야 할 관료들이 농업인과 국민들의 여망을 뒤로하고 자신들의 정치행보에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항상 힘없는 농업분야보다는 지방행정의 수장직이 더 맘에 드는 모양이다.

한 나라의 관료는 자신만의 의지로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과 국민의 기대와 책무를 어깨에 짊어진 중차대한 자리다. 후임 장관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난국의 한국농업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농업철학이 투철한 인물이 자리에 앉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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