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기획- 도시민, 농업·농촌을 품다④ - 푸리(FOORI)

최근 정부가 도시농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이제 농업은 도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도시지역에서 우리 농업농촌을 연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본지는 이러한 사례를 발굴해 우리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기획을 연재한다.

 

▲ 오현지 학생이 참여하고 있는 ‘푸리’팀은 쌀 수요의 저하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의 보탬이 되기 위해 쌀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통계청의 ‘2017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8kg으로 전년보다 0.1k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이후 가장 작은 폭으로 둔화된 수치지만 여전히 정부는 쌀소비 촉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숙명여자대학교 인액터스 소속팀 ‘푸리’가 팔을 걷어붙였다. ‘푸리’는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기 위해 모인 단체로 현재, 생산자와 소비자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바틀쌀’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바틀쌀로 쌀소비 촉진에 보탬이 되고 있는 ‘푸리’ 오현지 학생을 대표로 만나봤다.

1인가구‧집들이 선물로 바틀쌀 추천
시내 위치한 백반집과 계약판매 예정

쌀의 재탄생
‘푸리’는 foodrebirth(푸드리벌스)의 약자로 ‘푸드의 재탄생’을 의미한다. ‘푸리’는 현재 2년차에 접어들었으며, 오현지 학생 외에 박성애, 이아영, 강소이, 김현아 학생이 ‘푸리’를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

“처음에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면 좋을까 고민했을 때, 낙과 등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과일즙 등으로 이미 많이 판매되고 있어 쉽게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죠.”

이후 오현지 대표는 자신과 친구들의 식생활 패턴에서 사회문제를 찾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자취를 하는 주변 친구들이 밥 대신 빵과 에너지바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을 보면서 쌀 소비량 감소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고.

“저도 학교를 다니며 공부하느라 밥을 챙겨먹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 사실을 인지한 후 직접 쌀 소비량을 찾아보니 30년 만에 반 토막 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 푸리를 이끌고 있는 강소이, 이아영, 김현아, 박성애, 오현지 학생(사진 왼쪽부터)

이에 오현지 학생은 친구들과 합심해 집밥의 따뜻함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바틀쌀을 개발에 힘을 가했다. 그 과정에서 친구나 가족 등 지인의 집을 처음 방문할 때, 휴지나 양초 대신 직접 맛보며 느낄 수 있는 쌀을 선물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고 한다.

“집들이 선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단순한 비닐포장이 아닌 와인병 모양의 바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닐포장 대신 병을 사용한 또 다른 이유는 밀봉이 되지 않아 벌레가 생기는 점을 막기 위해서다.

한편, 와인병 모양의 바틀을 구하기 힘들어 오현지 학생은 멤버들과 함께 방산시장을 매일같이 돌아다녔고, 결국 대구의 한 거래처 사장님을 설득한 끝에 자신들이 원하는 병을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직접 맛보고 느끼고
‘푸리’가 사용하는 쌀은 신동진미로 전북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품종이다. 특히,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한 ‘올해의 명품쌀’ 최우수상을 수상한 쌀이기도 하다.

“바틀쌀이란 아이디어를 내고 SK청년비상창업아이디어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꾸준히 옥션 등 소셜커머스를 통해 함께할 농가를 찾기 시작했죠.”

초반에는 ‘맨땅의 헤딩’이라는 말처럼 직접 농가를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했지만 마음이 맞는 농가를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때문에 오현지 학생은 멤버들과 함께 소셜커머스 쌀 카테고리에서 근무하고 있는 MD를 만나 현재의 옥정영농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그리스로마신화 속 데메테르를 시그니처로 사용한 ‘바틀쌀’

지금은 소포장 시대~!
‘푸리’가 판매하고 있는 바틀쌀은 750g으로 시중에 소량으로 판매되고 있는 5kg보다 현저히 낮은 그램 수다. 이에 대해 오현지 대표는 “1인가구들은 5kg을 빠른 시일 내에 먹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밀봉이 잘 되지 않아 벌레가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 밥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5kg보다 낮은 750g을 판매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푸리’는 소비자가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현미와 흑미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바틀쌀은 쌀이 나오는 입구가 좁아 포장하는데 번거로움이 있다. 때문에 오현지 대표는 멤버들과 함께 직접 옥정영농을 방문해 손수 포장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구에 위치한 한 국수업체를 방문해 포장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익히고 있다.

신동진미 알리기 위해 노력할 터
현재는 소셜커머스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바틀쌀을 판매하고 있는 ‘푸리’는 앞으로 서울 시내에 위치한 백반집과 계약해 바틀쌀을 본격적으로 판매할 생각이다.

“신동진미가 전통브랜드임에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내에 위치한 백반집에 신동진미 쌀을 판매해 신동진미의 진가를 더욱 알리고 싶습니다.”

이제 2년차에 접어든 ‘푸리’는 현재 새로운 디자인으로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먹고 싶은 쌀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교내 시각디자인과 학생과 협업해 새로운 디자인을 창안해냈습니다. 1년 전에는 농부의 의미를 되새겼다면 올해는 그리스로마신화 속 농업과 식물의 여신인 데메테르를 시그니처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곡식의 어머니’ 또는 ‘대지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데메테르. 그가 작물을 성장시키고 풍성한 수확의 선물을 농업인에게 안겨준 것처럼 오현지 학생도 ‘푸리’팀을 대표해 바틀쌀로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풍요로운 양식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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