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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의 걸림돌, 밑반찬 문화■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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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9  10: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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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열모 본지 대기자

 개인과 나라의 품격은
 식탁문화에서 나타난다.
 우리 밑반찬문화 개선해야…

한국 식당에서 간단한 음식을 주문해도 여러 가지 밑반찬이 따라 나온다. 특히 한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고급 식당에 가면 밑반찬이 너무 많아 접시를 포개놓기도 한다.
한국 식당의 이러한 밑반찬 문화를 한국의 푸짐하고도 넉넉한 인심이라고 자랑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그 문제점을 요약하면 첫째, 우리 식품의 품격을 스스로 낮추는 것이고, 둘째, 귀중한 식품자원의 낭비, 셋째, 비위생적 식습관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문한 음식만 나온다. 일단 나온 음식은 모두 계산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주문도 하지 않은 밑반찬을 공짜로 식탁에 차려놓으니 우리 음식을 스스로 천대하는 셈이다. 또한 공짜로 나온 그 밑반찬의 대부분은 젓가락도 대지 않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린다. 뿐만 아니라 찌개나 물김치 같은 국물음식을 여러 사람이 숟가락으로 떠먹는 비위생적 식탁문화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한류가 지구촌에 확산되자 한 때 우리의 한식도 세계로 널리 알리려는 여론이 일어났다. 이러한 움직임에 고무된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국고를 투입해 ‘한식세계화재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한식을 궁극적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요리에 이어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외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요리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당시 정부가 새로운 요리 개발에만 노력을 집중한 반면, 이미 지적한 우리의 낙후된 식탁문화을 개선하기는커녕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요리 개발은 하나의 기술적 과제이기 때문에 마치 공장에서 새로운 제품을 연구·개발하듯 전문 요리사들이 짧은 시일에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에 한식의 밑반찬 문화나 찌개나 물김치를 함께 떠먹는 식사관행은 하나의 전통문화로 단시일에 바꿀 수 없는 어려운 과제다.

따라서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부끄러운 식사관행을 일반대중이 뼈저리게 인식하고, 이를 시정해야겠다는 범국가적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다행히 서울의 일부 식당에서 이러한 밑반찬 문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목격되고 있다. 이들 식당에서는 종전에 식탁을 메우던 여러 가지 밑반찬 대신에 꼭 필요한 김치와 깍두기를 넣은 두 개의 자그마한 항아리 곁에 집게와 가위를 식탁마다 차려놓고 손님에게는 빈 접시만 나눠준다. 손님은 나눠준 접시에 필요한 양의 김치와 깍두기를 꺼내 가위로 잘라 먹으니 위생적이고 낭비도 없게 된다. 어떤 식당에서는 꼭 필요한 밑반찬을 뷔페식으로 각자 떠다 먹게 하고 남기지 않는 손님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

사람의 품격은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며, 그 중에서도 특히 식탁 매너에서 가장 뚜렷하게 부각된다. 같은 음식이라도 그 음식을 먹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며, 그 모습에서 인품을 가늠하게 된다. 한 나라와 민족의 품격도 그 나라의 식탁문화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이 진정 문화선진국 대열에 서기 위해서는 지금의 식탁문화를 하루 속히 개선하고자 하는 범국가적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나 예로부터 내려오던 전통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오랜 세월 체질화된 우리의 밑반찬 문화를 새롭게 개선하는 과제는 더욱 어렵다. 그렇지만 지금의 밑반찬 문화를 반드시 개선해야겠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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