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행정지침으로 축산농민의
요구를 비켜가겠다는
정부의 대응은 옳지 않다.
법 개정 통한 기간연장과
특별법 제정 등
축산농민 요구 수용해야…

수입 농축산물 공세도 거세…
축산농가를 규제하는 만큼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최근 축산농가는 이런저런 이유로 가장 피해를 많이 받았다. 농축산물시장 개방으로 휘청거리게 한 방을 맞더니 구제역으로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으로 세 번째 강(强)펀치를 맞았다. 이번엔 무허가축사 적법화로 전국의 축산농가를 범법자로 만들고 생업을 잃게 할 우려가 있어 안타깝다. 오죽하면 한파에 국회 앞에서 축산농민들이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을 위해 단식투쟁을 벌였을까. 이는 축산 생산기반을 흔들어 농촌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축산물 소비자가격이 오르는 등 사회경제 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진행 중이다. 현실적으로 FTA는 한국이 이득을 얻기 어려운 협상이다. ‘쉽지 않은 협상이고 갈 길이 멀다’는 협상대표가 던진 말이다. 또다시 축산농민이 피해를 입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때, 정부는 무허가축사를 규제하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아닌 행정지침을 통해 유예기간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축산농가는 이런 미봉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안된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이래저래 축산농가는 불안하고 힘든데 무허가축사 적법화의 유예기간 연장은 법 개정 없이 행정지침만으로는 구속력이 없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현행 가축분뇨법의 경우, 가축사육제한구역에 있는 축사는 허가를 받을 수 없고,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부칙 8조를 통해 특례를 조례로 정한 지자체의 경우는 사육제한구역에 있는 축사도 3월24일까지 허가받을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또한 부칙 9조를 통해 같은 날까지 행정처분을 미뤄놓았다. 사실상 3월24일이면 이들 부칙 특례가 끝난다는 해석이다. 반드시 부칙 8조를 개정해야 된다. 법 개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행정지침은 법률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적법화 대상 축산농민 가운데 80%가 3월25일부터 축사 사용중지나 폐쇄명령 등의 행정처분 대상이 될 듯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얼마 전 국회 상임위에서 열쇠를 쥔 환경부 장관은 “법 개정을 통한 유예기간 연장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농가마다 적법화를 달리 달성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보장해 주겠다”고 했다. 행정지침을 통해 유예기간을 연장하되 적법화를 위해 노력하는 농가와 그렇지 않은 농가로 나눠 그 기간을 차등화 하겠다는 뜻이다. 뒤늦게나마 노력하는 축산농가에 한해 최대 15개월 연장해 주기로 해 다행이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건축법 위반과 사육거리 제한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중소농가에 대한 문제다. 환경부와 농식품부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무허가축사 유형별로 이행기간 범위를 지자체에 지정해주면, 지자체가 그에 따라 적절한 이행기간을 줄 것이라고 한다. 일선 지자체가 지키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행정지침은 법률과 시행령·시행규칙과 달리 실효성이 없기에 그렇다.        

행정지침으로 축산농민의 요구를 비켜가겠다는 정부의 대응은 옳지 않다.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이면 안 된다. 법 개정을 통한 적법화 기간연장과 특별법 제정 등 축산농민과 축산단체의 요구를 수용하기 바란다. 유예기간 연장 후 철저한 현장조사로 무허가축사 실태와 원인을 규명해 무허가축사가 적법화 되도록 해야 한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농가 살림살이다. 수입 농축산물 공세도 거세진다. 축산농가를 규제하는 만큼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외국산 공세로 쇠고기 자급률은 41%에서 39.6%로 떨어지고 있다. 우리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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