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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알고 짓는 농사꾼이 성공합니다”■미래농업 희망, 농촌 가꾸는 청년농부 시리즈 - 경북 안동 더 끌림 고태령 대표
이희동 기자  |  lhd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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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8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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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끌림 고태령 대표의 성공은 남다른 철학과 부지런했던 아버지의 가르침이 합쳐진 결과다.

현 정부의 핵심정책은 단연 일자리 창출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처음 실시하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역시 일자리 창출과 궤를 같이하는 정책이다. 1200명 모집에 3326명이 신청해 경쟁률 2.8대1을 기록할 정도로 농업에 대한 청년들의 시각도 점차 바뀌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새싹같은 청년농부부터 당당한 사업가로서 면모를 갖춘 완성형 청년농부를 만나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독성있는 씨 제거한 과일즙으로 소비자 이목 집중
2번의 큰 위기로 4년간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기도
부지런함․기부하는 삶…아버지의 가르침 이어가

내 아이가 매일 먹는 과일즙을 만들자
한국농수산대학 현장교수, 한국4-H중앙연합회장 역임, 연매출 8억원의 더 끌림 CEO, 새농민상 수상까지 경북 안동의 고태령 씨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남들은 모르는 땀방울과 절심함, 아버지의 남다른 가르침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고아로 온갖 고난을 겪으며 억척스럽게 사과농사를 지었던 아버지는 1990년대 초반 ‘문자사과’를 개발해 청와대에 납품할 정도로 농사에 있어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던 분이라고 고 대표는 기억한다.

“365일 내내 아버지는 새벽 4시에 일어나셔서 일이 있든 없든 저를 4시 반에 깨우셨어요. 그땐 정말 왜 저러시나 했는데, 지금의 저를 만든 원동력인 부지런함을 아버지가 물려주신 거라 생각합니다.”

   
▲ 씨방이 제거된 사과.

그런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불철주야 일해온 결과 고 대표는 사과나무 2000그루와 묘목판매, 과일즙 가공으로 연매출 8억 원을 달성해 냈다. 특히 씨를 제거한 사과즙과 배즙은 전국적인 히트상품이 됐다. 사과씨에는 종족보존을 위해 청산가리 성분인 시안화물이 함유돼 있다는 말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씨를 제거한 가공법을 개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기계로 씨를 포함한 씨방을 제거하면 평균 20% 내용물의 손실을 보고, 처리속도가 일반가공법에 비해 더디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손해를 본다. 하지만 고 대표는 소신을 갖고 그 손실을 기꺼이 감수한다고.

“내 아이에게 매일 먹일 수 있는 사과즙을 만들기 위해 저온착즙, 사과씨 제거, 무첨가, HACCP 인증.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1포(120㎖ 기준)에 1000원으로 일반 사과즙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고급화 전략이 통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는 믿음을 소비자에게 심어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고 대표는 사과즙과 배즙에 이어 올해 포도즙 출시까지 준비하는 등 상품군도 차차 넓혀가고 있다.

재배부터 판매까지 모든 경우의 수 생각해야
“저도 2번의 큰 위기가 있었어요. 한 번은 보증이 잘못되는 바람에 큰 돈을 날렸고, 한국4-H중앙연합회장을 맡으면서 농민운동에 올인했다가 큰 낭패를 봤죠. 4년 동안 컨테이너에서 생활해야만 할 정도였지만 젊다는 걸 밑천 삼아 닥치는대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렇게 농사일에만 매달려 일하다 보니 조금씩 빛이 보였고, 과일즙 가공공장으로 인생을 걸어보자라는 심정으로 전 재산을 탈탈 털었는데 다행스럽게 결과가 좋았습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고 대표는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걸 목표로 하지 않았다. 꾸준하게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온 아버지처럼 고 대표도 소아암 환자 후원과 지역의 초등학생과 중학생 장학회를 해오고 있다. 심지어 컨테이너에서 생활했던 시절에도 현금서비스르 받아 후원했을 정도였다.

   
▲ 독성이 있는 씨를 포함한 씨방을 제거하는 과정.

앞으로도 더 번 만큼 더 나누겠다는 고 대표의 또다른 농사철학은 바로 이유를 알고 농사 지으라는 것이다. 2013년부터 한국농수산대학의 현장교수로서 매년 2~3명의 실습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내가 왜 농사를 짓고 어떻게 지을 것인지, 어떤 판로로 얼마의 수익을 낼 것인지 모든 계산하에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열심히만 농사 짓는다고 성공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제조체 대신 목초와 녹비로 친환경적인 사과를 생산하고 그걸 위생적이로 가공한 제품들은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판매한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비싸더라도 기꺼이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게 고 대표의 판단이었다. 지금은 3만 명의 고정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고 대표는 제품과 함께 동봉하는 홍보물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한 번 보고 버리기 일쑤인 팜플릿 대신 2주에 한번씩 한지에다 편지를 쓰는 일이었다.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편지에는 내가 파는 제품의 홍보성 내용이 아니라 제철 과일과 채소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적어요. 한 사람의 농민으로서 우리 농산물을 애용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보통의 안부글도 적어서 이름 그대로 편지를 써서 보내고 있어요.”

요즘 많은 청년들이 농업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할 거 없으면 농사나 짓지’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다. 이에 고 대표는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사명감을 가지고 농업에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그런 마음이라면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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