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는 그동안 만연했던 성폭력으로 고통받던 여성들이 당당하게 나서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 열풍을 일으켰다. 미국 헐리우드 배우의 성추문 스캔들 이후 시작된 ‘미투’ 운동은 양성평등의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투(Me Too) 운동’이 국내에서도 법조계에 이어 문화예술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최영미 시인이 ‘괴물’이란 시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유난히 도덕성과 정의를 외치며 사회지도층이라 자부하던 자들이 성폭행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그들의 이중성과 양심을 팔아가면서 변명하는 모습이 가증스럽기만 하다.

‘미투’의 외침은 이들의 생존 문제이며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은 디케(DIKE)다. 법과 정의의 여신은 오른손에는 칼,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칼은 정확한 판정에 따라 정의가 실현되도록 하기 위함이요, 저울은 판단과 측정의 기준이며 객관성의 잣대다. 디케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것은 판정에 있어 사사로움을 떠나 공평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 정의와 공평함의 잣대라 할 수 있는 저울이 고장 난 것 같다. 정의의 상징인 저울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나 힘없는 사람은 영원한 피해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성폭력 피해자의 용기 있는 외침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투’ 운동은 지속돼 정의와 공평함이 살아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