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곳에 가면 - 전북 정읍 쌍화차 전통찻집 녹원

▲ 쌍화차거리가 새로 형성되고 있는 정읍 신도시 쪽에 위치한 전통찻집 녹원의 박수경 대표는 쌍화차에 정을 듬뿍 담아내고 있다.

진한 향과 맛으로 유혹, 집집마다 특색있는 쌍화차로 손님맞이

“전통 찻집이지만 오는 손님들은 오히려 젊은 손님들이 더 많아요.”쌍화차가 주 메뉴인 정읍 전통찻집 녹원의 박수경 대표가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흔히 전통찻집이라 하면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 속 가사에 등장하는 ‘옛날식 다방’ 분위기가 먼저 떠오르지만 녹원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입구에 아담한 정원을 솜씨 좋게 꾸며 손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찻집 안 분위기도 여유롭다. 황토를 바른 벽에 어른 몸통만큼 굵은 서까래가 받치고 있어 고풍스럽지만 중압감보다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 전통과 다도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녹원은 젊은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녹원 솔잎차, 녹원 쌍화차)

“정읍 지역은 예로부터 쌍화차가 유명했던 지역입니다. 지역 특성상 산악지대가 많고 각종 산야초가 흔해서 집집마다 겨울이면 산에서 캐온 약재에다 숙지황을 넣은 쌍화차를 큰 가마솥에 다려 마시며 겨울 추위를 달래고 건강을 챙겨 왔죠.”
이렇다보니 정읍 시내 경찰서쪽 앞에는 ‘전설의 쌍화차거리’까지 형성됐다. 또 요즘 몇 년 사이 녹원이 있는 정읍 신시가지 쪽에도 쌍화차 전문 찻집이 여러 곳 생겼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그저 입소문만으로 정읍 쌍화차가 유명해져 쌍화차거리는 정읍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엔 정읍쌍화차협회까지 구성돼 정읍 쌍화차의 더 큰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많은 쌍화차집이 있지만 가게마다 특징이 있고, 녹원도 역시 마찬가지다.

다도 공부를 18년간 해온 박수경 대표는 정읍 쌍화차를 좀 더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여기에 손님들의 취향을 살펴서 녹원만의 쌍화차를 선보인다.
“우리집에 오시는 손님들을 정성껏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쌍화차 코스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녹원에서는 음식의 코스 메뉴처럼 쌍화차를 코스로 내놓는다.
주문을 하면 쌍화차를 주방에서 준비하는 동안에 기다리는 손님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해바리기씨를 듬뿍 담아낸다. 그리고 따뜻한 차가 나오고, 노릇노릇하게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진 가래떡이 꿀과 곁들여져 등장한다.
“손님들에게 좀 더 특별히 대접할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가래떡을 뽑았죠. 쌀 40kg씩 일주일에 한두번 꼭 직접 뽑아요” 전북 신동진 품종의 제일 좋은 쌀만을 고집하는데다 떡 가래 굵기도 좀 더 굵직하게 만들어 먹음직하게 만들었다.

▲ 녹원 전경.

주인공인 쌍화차는 검은빛 장수곱돌 그릇에 넘칠 듯 찰랑찰랑 담겼다. 손님들은 많은 쌍화차 양에 놀라기도 하지만 쌍화차 속을 숟가락으로 휘저었을 때, 그 속에 밤, 은행, 대추, 호두 등 각종 견과류가 가득해 다시 한번 놀란다. 한약재의 깊은 맛과 건강한 맛이 담긴 쌍화차다.
“쌍화차에는 황기, 당귀, 생강 등 20여 가지 약재가 들어갑니다.”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손님들을 위해 유기농 사탕수수도 작은 종지에 담아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시원하고 향긋한 솔잎차로 입가심하면 개운하게 쌍화차 코스가 마무리된다.

“항상 손님들이 무얼 좋아하실까 염두에 두죠.”
정읍 쌍화차거리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내장산 단풍이 하나둘씩 떨어지는 날부터가 본격적인 문전성시를 이뤄 4월까지 계속된다.
긴 겨울의 끝이 저만치 보이기에 따뜻함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정읍 쌍화차거리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고아낸 쌍화탕의 진한 향과 맛을 음미하며 겨울 추위를 물리고 봄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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