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29)

▲ 사진출처=평창 동계올림픽 홈페이지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 방한 복식이 
 동계올림픽을 빛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낸 문화 가운데에는 세계 최초·최고·유일한 것들이 많다.
고조선 시대부터 시작된 온돌도 그중 하나다. 따끈따끈한 온돌방에서 하룻밤 푹 쉬고 나면, 추위 뿐 아니라 온 몸의 피로까지 싹 날려버리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그 증거가 평창에서도 확인됐다. 한국의 온돌을 경험한 외국 선수들은 그 매력에 빠져 “몸이 녹아내린다”며 감탄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무릎을 쳤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추위를 이겨내는 조상들의 지혜는 온돌뿐 아니라 복식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일찍이 오늘날의 패딩인 누비옷을 활용해 추위를 이겨낼 줄 알았다. 저고리, 치마, 속바지, 겉바지는 물론 두루마기, 도포 같은 袍(포) 등에 솜을 넣어 다양한 방법으로 누벼 입었는가 하면, 초피(담비 종류의 짐승 털), 양털, 쥐털, 토끼 털 등으로 갓 저고리(털을 넣어 만든 덧저고리)와 배자(조끼 형태의 옷)를 만들어 더 따뜻하게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종 난모(煖帽 : 머리를 따뜻하게 하는 모자)로 체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면서 치장을 해 한껏 멋을 부렸다. 난모는 이름도 형태도 다양했다. 이마만 가리는 액암(額掩)도 있고, 이마와 귀와 뒷목부위를 가리는 남바위와, 볼을 감싸주는 볼끼가 달린 풍차도 있다. 반가의 남성들은 흑립(갓) 아래 어깨까지 따뜻하게 하는 휘항도 썼다.
이들 난모는 겉은 비단으로 하고, 동물의 털이나 융 같은 천을 덧댄 가장자리에 또 털을 두르고 수술 장식을 하는 형태가 기본이었다. 난모에 사용하는 털의 종류로 계급을 구분하기도 했다. 남성들은 검은 비단으로 하지만 여성들은 검은색 뿐 아니라 붉은 비단에 수를 놓고 구슬 같은 장식을 달아 더욱 아름답게 치장했다. 조바위, 아얌 등 더 많은 난모가 있다.

지난 9일에 개막한 평창 동계올림픽은 개막식에서부터 우리 문화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렸다.
특히 우리 전통복식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준 무대였다.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선두에 섰던 플랜카드 요원들의 의상은 한복의 이미지를 잘 살리면서도 겨울동화 속 요정의 모습처럼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반짝이는 구슬을 엮어서 흰 눈이 송글송글 맺힌 듯 동화적이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구슬은 우리 선수들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흘렸을 땀방울의 ‘열정’을, 연결된 철사는 전 세계가 스포츠로 하나가 된다는 ‘인연’을 표현한 것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의 슬로건인 ‘패션, 커넥티드(Passion, Connected)’를 형상화한 것이다.
박세리·황영조·이승엽 등 8명의 스포츠 스타로 구성된 ‘태극기 운반수’의 의상은 솜을 넣고 두툼하게 누빈 흰색 도포와 두루마기를 기본으로 디자인됐다. 특히 ‘세조대(끝에 술이 달린 띠)’와 풍차에 사용된 형형색색도 조화로웠다.
우리가 평소 돌아보지 않던, 역사 속에 하찮게 묻혀버리고 말듯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방한 복식이 이번 동계 올림픽을 통해 빛을 내며 세계적으로 알려져 참으로 자랑스럽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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