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농업 현장탐방 - 충남 홍성‘행복농장’

▲ 농장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허브재배에 열심히인 김화천씨(왼쪽)와 최정선씨.

농업의 기능은 다양하다. 국민 먹거리 생산은 물론, 최근에는 치유·힐링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충남 홍성의 행복농장은 성인 만성정신질환을 가진 장애인들에게 직업재활의 일환으로 농작업을 가르쳐주면서 사회복귀를 돕고 일을 함께하는 동료로 받아들이고 있다. 보호시설에 머물던 장애인들은 농업으로 일하는 기쁨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행복농장에서 허브재배와 자연구시프로그램을 겸하는 최정선 대표와 보호시설을 떠나 홀로서기에 성공한 김화천씨를 만나 농사짓는 재미를 들어봤다.

 장애인들, 농업으로 정서 안정
 여럿이 농작업하며 사회성 형성 

장애이웃, 자연에서 구한다
꽃을 좋아해 정원 돌보는 것을 천직으로 삼은 행복농장 최정선 대표는 자연구시프로그램의 기획 단계부터 이사진으로 함께했다. 20년 전 도심의 정신병원에서 입원환자들에게 주1회 종이꽃교육을 하면서 장애인들과 처음 만난 최 씨는 홍동면 갓골에서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텃밭관리법을 알려주는 주민교사로 10여 년 활동하기도 했다.

“학년이 올라가도 농촌에서는 아이들이 동네에 계속 살아서 인연이 계속 이어져요. 일주일에 한 번씩 흙을 만지면서 작물을 기르다가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자기 밭을 정해주는데 작물들을 돌보면서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어요. 다운증후군이 있는 폭력적인 아이도 텃밭을 돌보면서 폭력성이 사라졌습니다. 농업의 힘이 아이의 변화를 이끈 거라고 믿어요.”
정신과 의사와 지역 농업인 등 6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된 협동조합 행복농장은 농업의 사회적 기능을 더욱 알리기 위해 2014년부터 자연구시프로그램을 운영해 건강한 지역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자연구시프로그램은 ‘자연에서 구한다’는 뜻입니다. ‘사실을 토대로 진리를 탐구한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에서 이름을 따왔죠. 연1회 충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참여인원을 모집하고 있어요.”

▲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위치한 행복농장은 비닐하우스 4개동에서 매년 다양한 허브를 재배·판매하고 있다.

함께 일하며 농업인으로 성장
“자연구시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장애인들은 짧다면 짧은 4박5일 동안 농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씨앗파종법을 배우면서 농업을 알아갑니다.”
최정선 대표는 행복농장에서 원예작물을 재배하며 농사는 물론 자연구시프로그램도 도맡아 장애인들과 최접점에서 만나고 있다.

“작년에 모집한 12명의 장애인들과 4박5일 동안 기본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씩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면서 알기 쉽게 농작업을 가르쳤죠. 그 중 농사일에 관심을 갖고 의지를 보이는 4명의 장애인들이 선정됐고 2~3주 동안 심화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심화과정에는 일꾼과 같이 농사일에 직접 투입돼 일을 하면서 일반인들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행복농장에서 기본·심화과정의 자연구시프로그램을 통해 농사일을 배운 장애인들은 행복농장이나 지역 협업농가를 통해 4~6개월 간의 인턴기간을 거쳐 정직원이 된다.
인턴 때는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월급을 보조해 농장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허브 키우며 자연치유
환청이 들리는 조현증을 앓고 있는 김화천씨는 자연구시프로그램을 통해 행복농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장애인보호시설에 13년 간 머물렀던 그는 어느덧 농장에서 일한지 3년째다. 그는 허브 재배를 도우면서 인근 주공아파트에 독립할 수 있는 목돈을 모았다.
“농사는 혼자하면 힘들고 어려운데 같이 하니까 갈수록 재밌어요. 허브향기를 맡으면서 일하니까 기분도 좋고 허브에서 꽃이 핀 것을 보기도 해요. 동료들이 일하고 있으면 따라서 하게 되고 익숙한 일에는 자발적으로 먼저 나서기도 해요.”

행복농장에 첫 출근했을 때만 해도 그는 말수도 적고 표정도 어두웠지만 어느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며 최정선 대표의 신뢰를 얻었다. 그가 독립하면서 최정선 대표는 김화천씨가 정신병 약을 규칙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아침마다 농장에서 살뜰히 챙기고 있다. 행복농장에서 화천씨는 ‘화천언니’로 불리고 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