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농기계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농기계 개발과 예방교육은?

▲ 농촌여성들은 각 시군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실시하는 농기계 교육 등을 통해 농업 경영에 대한 자신 감을 함께 키우고 있다.

농촌지역을 방문했을 때 경운기 등 농기계를 끌고 도로 위를 지나 는 농업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로가에 위치한 논과 밭에 가기 위해 도로를 달리는 것이지만 농기계는 자동차로 분류돼 있지 않 아 위험부담이 크다. 이처럼 농기계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일반 차 량보다 약 8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편한 농작업을 위 해 개발된 농기계지만 계속된 고령화와 미숙한 운전으로 농업인들 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인들의 안전한 농작업을 위해서는 농기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또 농기계 관련 정책은 어떠한 것들이 생겨야 하는 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4년간 1890건 사고발생…한해 평균 78명 사망
농촌 고령화·안전부주의 등 원인으로 파악
농기계 운전면허증, 농업인 의견수렴이 먼저

농기계 사고 발생 원인은?
지난해 수확으로 바쁜 10월, 취재 차 전라북도 정읍의 한 동네를 찾았다. 취재에서 만난 농업인은“ 얼마 전 농기계 사고를 당한 어르신 때문에 마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어두운 밤에 경운기 운전을 하다 앞을 못보고 도랑 에 빠져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나는 괜찮겠지’ ‘내가 생각하기에는 안전해보여’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하는 행동들이 농기계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농기계 사고는 특별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닌 농업인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다. 다른 지역 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업인은 경사진 곳에서 운전을 하다 갑자기 경운기가 후진하는 바람에 그대로 전봇대에 경운기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지나가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일반차량과 달리 농기계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되지 않아 면허증을 취득해야 할 의무가 없으며 음주 단속 대상도 아니다. 때문에 등화장치 장착, 정기검사 등 안전 규제에서도 조금 더 자유로운 편이다.

규제가 강하지 않기 때문일까. 계속해서 새로운 농기계가 등장하지만 농기계 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와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최근 4년간 농기계 교통·안전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농기계로 인한 교통사고는 총 1890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31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사율이 평균 16.6%에 달해 일반 교통사고 치사율 2.1%보다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누구나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오토 바이 사망사고율(5.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또 지난해 5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3년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농기계 관련 안전사고 중 연령 확인이 가능한 사례는 모두 827건으로, 이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한 사고는 535건 (64.7%)으로 나타났다.

사고 원인별로는 안전 부주의가 216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안전수칙 불이행이 1130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농기계 사고율이 높게 발생하는 이 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반 차량처럼 에어백과 안전벨트 등의 안전장치가 없고 대부분 고령운전자로 운전 미숙 을 원인으로 파악했다.

실제 농촌진흥청 ‘농기계 교통사고 실태 보고서’ 에 따르면 농기계 사고의 64.6%가 60대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농기계 사고의 98.4%는 전방 주시 태만과 판단 잘못, 조작 미숙 등 ‘안전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농기계, 교육·대행서비스로 편리만큼 안전하게

고령 농업인, 농기계 배달 대행서비스 원해
운전면허제도 앞서 농업인 안전의식 높여야

▲ 행정안전부와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농기계 사고율은 일반 차량 사고율에 비해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는 농업인을 위한 다양한 농기계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농기계 교육·개발에 예산 투입
농기계 사고율이 일반 차량에 비해 8 배 이상 높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전문가 들은 농기계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안전장치를 갖추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농업인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농업 기계 안전교육사업과 농업인 업무상 손상조사 연구사업, 농업기계 안전장치와 기준 개발 등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도로교통공단과 농촌지역 농업기계와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 한 교통안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도로교통공단은 지역별 맞춤형 교육자료 개발 외에도 다양한 교육을 지원하고 농진청은 교육프로그램 운영에 적극 협력해 지방조직 단위로 농업기계 교통안전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농진청은 농기계로 인한 안전사고가 매년 발생함에 따라 올 바른 농기계 사용과 운전부주의 방지 등 을 위해 안전교육 전문 강사 165명을 육성하기로 했다.

이에 농촌지원국 역량개발과 홍순중 박사는 “올해 4월부터 본격적인 농기계 교육에 들어간다”며 “각 도 농업기술원 이나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농기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실시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에 있는 농기계 교육을 조금 더 기술적으로 강화해 전문가들을 양성하겠다는 의미를 포함 하고 있다.

이어 홍 박사는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교육을 통해 농기계 관련사고 대책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성친화형 농기계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농기계 시장은 대부 분 수도작 농기계로 형성돼 왔다.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의 수도작 기계화는 거 의 완료된 단계로 볼 수 있다는 게 동양 물산기업(이하 동양기계) 측 설명이다.

하지만 농촌 인력의 고령화로 농촌일 손이 부족하고 특히 밭작물은 대부분 여성농업인이 농사짓는 경우가 많아 여성 친화형인 밭작물 농기계의 개발 요구가 높다.

국내 밭작물 기계화는 58.3%이며 특히 파종·이식은 8.9%, 수확 23.9%(농진 청 식량과학원 통계)로 기계화가 부진한 실정이다. 밭작물 농기계 개발과 공급을 담당하는 동양기계 고민영 차장은 “밭작물은 품종이 다양하고 소량재배 구조라 수도작 기계보다 다양한 제품 개발이 요구돼 부담이 가중된다”고 공급의 어려움을 토로 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여성농업인의 농 작업 여건개선을 위한 여성친화형 농기계 개발 확대에 23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농업현장에서는 임대 농기계 배송과 농작업 대행 서비스 등에 대한 지 원 확대 요구가 많다. 이에 정부는 올해 여성농업인의 농기계 임대사업 이용활 성화에 480억 원 예산을 투입해 편리한 농사를 지원한다.

농기계 안전 사용을 위한 교육 늘어나
많은 종류의 농기계가 끊임없이 개발 되고 농기계 임대 사업소가 등장하면서 농진청은 물론 각 지자체에서 도내 농업인을 대상으로 농기계를 안전하게 사용 할 수 있는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농기계 교육은 최신 농기계를 이용한 현장실무기술과 교통법규, 사고 사례 등의 안전교육으로 진행된다.

특히 농기계 교육을 진행하는 담당자들은 사 고에 대한 경각심 고취와 안전장치 이용 계도 등으로 농작업 안전사고 예방을 최우선으로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교육에 앞서 이론 교육이 먼저 진행되는데 이론 교육은 농진청이 도로교통공단과 업무협약을 맺은 바, 도로교통 공단의 강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농기계와 도로운전에 대한 이론 교육으로 진행된다.

또 ‘찾아가는 농기계 교육’ 등 여성농업인을 위한 농기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각 도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 등은 임대 농기계 사용 급증에 따른 농기계 안전사용과 무면허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농기계 안전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각 도에서 실시하는 교육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농업기계 분야별 고장진단과 핵심 정비기술 중심 교육, 소형트랙터와 승용관리기 등이다. 또 각 시군에서는 여성농업인이 농업인 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여성친화형 교육 장비를 비롯한 안전운전 시뮬레이터 사고체험(직접·간접체험), 농업용 드론을 이용한 체험 실습 등도 함께 진행한다.

이 같은 농기계 교육에 대한 농업인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찾아가는 농기계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는 농업교육팀 김정훈 농업기계교육담당자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농업기계 노후와 고장에 따른 불편함과 현장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농업인에게 필요한 관련 법규 등 정보를 제공해줌으로써 매우 유익하다는 반응 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찾아가는 농기계 교육’을 수강한 경기도 연천의 한 여성 농업인은 “농기계에 대해 배우면서 농업경영에 참여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며 “교육이 늘어나는 만큼 농기계를 배달 해주는 서비스도 생긴다면 농기계를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여성농업인 역량강화를 위해 3륜 승용관리기, 관리 기 부착 파종기, 관리기 부착 중경 제초 기 등 올해 4종의 여성친화형 농기계를 개발해 여성농업인의 농작업 여건도 개선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기계 교육 중 여성농업인이 전체 교육생의 20% 이상 되도록 농기계 사용 교육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농업인 인식개선이 먼저
농진청에 따르면 농기계 운전자 중 43.7%만이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상당수의 농기계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며 운전미숙과 안 전 불이행으로 사고가 발생한다.

이에 몇 몇 시군에서는 농기계 조종사 면허 취득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는 농기계가 아닌 농업용으로 분류되는 3톤 미만 소형굴삭기다. 농기계 안전사고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농기계를 운전하는 농업인들이 농기계 운전이 가능한지 주기적으로 인지 능력 등을 검사하는 제도와 면허 제도를 도입해 운전 미숙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목소리는 농촌현장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된 농촌현장에서 농기계 면허를 새롭게 취득하기 란 어려운 일이다.

이에 홍순중 박사는 “면허제도 등 농업인의 운전능력을 검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기계에 대한 농업인들의 인식이 바로잡혀야 한다”며 “안전사고와 관련해 운전자들의 안전 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안전에 대한 농업인들의 인식이 변화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 박사는 농기계를 판매하는 농기계 업체 또한 농업인에게 올바른 설명을 할 수 있도록 농기계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로에서 농기계를 운전할 경우, 농기계는 일반차량에 비해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일터로 가야하는 농업인에게 도로를 이용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안전을 위해 위험수단을 아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위험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교육과 제도가 생겨도 농업인 스스로 경각심 없이 농기계를 사용한다면 안전과 관련된 교육들은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 것이다.

■미니인터뷰-경기도농업기술원 김정훈 농기계교육담당

“면허제도 필요…농업인 공감대 형성 우선”

“농기계 교통사고 치사율은 자동차 사고의 8배에 이를 만큼 심각하다. 때문에 각 농업인단체에서는 농기계 등록제와 면허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농기계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몇몇 시군에서는 3톤 미만의 소형굴삭기 교육 등을 통해 농기계 자격증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3톤 미만은 농기계가 아닌 농업용으로만 분류되는 장비이기에 농기계 면허증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선진국은 자동 차운전면허를 세분화해 농기계도 면허 증 따야 운전할 수 있다. 정부는 어떠한 농기계를 면허증제도에 포함시킬 것인 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농촌은 고령화로 대부분의 농업인이 60~70대다. 가까운 병원에 가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이들이 직접 기관 등을 방문해 면허를 따기에 는 어려운 감이 있다. 때문에 면허제도 에 대한 농업인들의 높은 공감대를 이 끌어내야 한다.

농기계 면허제도보다 가장 우선시 돼야 할 것은 농업인들의 안전 불감증 해소다. 오랫동안 농기계를 운전하고, 속도 가 느리다는 이유로 농기계를 만만하게 보고 안전장치 없이 농기계를 운전 한다면 면허제도가 있다 해도 큰 사고 에 몰릴 수 있으므로 농업인 스스로가 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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