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한복명인 이광희 씨

한복(韓服)은 우리 민족의 얼과 정체성을 지켜주는 민족의 전통의상이다. 설을 앞두고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입어왔던 한복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자 이광희 한복명인을 만났다. 그는 24년간 한복살리기에 앞장서 온 한복 명인으로 지난 2013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시행한 한국예술문화 명인인증에 참여해 한복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광희 한복명인으로부터 이 시대 한복의 위상과 한복을 제대로 입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한복은 자연그대로의 색으로
 아름다움을 표출해 낼 수 있어

 우리 것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한복 입기를 생활화해야

한복은 민족의 얼·정체성을 지닌 전통의상
대를 이어 보전해야

“세계 여러 나라마다 그 나라의 전통의상이 있습니다. 한복은 우리 민족의 얼과 정체성을 지닌 우리의 전통의상이므로 우리 국민들은 한복을 사랑하고 애용하며 대를 이어 지켜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친정어머니가 직접 삼베를 짜서 가족들의 옷을 정성스럽게 만드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한복 만드는 일에 빠져들었습니다. 그후 28년 동안 이곳 서울 서초동에서 한복 매장을 개장해 운영 중에 있습니다.”

이어 이 명인은 우리 고유의 한복을 좋아하지 않는 것보다 멀리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며 어릴 때부터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한 달에 한번이라도 한복 입는 날을 정해서 한복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돼 한복과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복은 특별한 날에 자신을 아름답게 표출하기 위해 입는 만큼 가족 행사와 명절 때라도 한복입기에 힘써야 된다고 했다.  

특별한 날, 나를 나타내는 옷으로 한복 입었으면…
결혼식은 가정과 친척 간의 축제의 날이다. 신랑신부와 부모 심지어는 가까운 친척들이 한복을 착용해 한복의 아름다움을 한껏 표출하고, 입었을 때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좋은 날 한복을 입어 복을 빌어준다는 생각으로 친척을 중심으로 하객들이 한복을 입는 것을 적극 실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명인의 친정동네 종부는 친척과 동민의 혼례마다 각기 다른 한복을 바꿔 입고 복을 빌어준다고 한다. 이런 탓에 종부는 1년에 32벌의 한복을 갈아 입은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계절마다 한복을 지어입을 정도로 한복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7~8년 전부터 대여문화가 급속히 성행하면서 한복을 일회성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와 입으면 불편하고 실용적이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한복을 가까이 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 명인은 예복으로 격식을 갖춰야 하는 한복은 불편할 수 있지만, 평상복으로 나온 한복은 편하다면서 일본에서도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 기모노를 입는 문화처럼 우리도 우리 것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한복입기를 생활화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복은 자연그대로의 화사한 색상으로
은은함과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해 줘

한복은 색감이 원색으로 뚜렷하고 선명해서 좋다고  했다. 그 사람이 가진 분위기와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도 한복이 가진 특징이다. 한복은 입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옷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원단과 색을 사용한다. 따라서 용모에 상관없이 한복을 입으면 자연그대로의 화사한 색상과 부드러운 선, 따뜻한 옷의 색감으로 은은함이 묻어나 얼굴이 환해지고 예뻐보인다고 했다.

다음 한복을 입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여성들은 먼저 속옷으로 속바지인 고쟁이를 잘 갖춰입고 치마와 저고리를 입어야 한다. 치마·저고리를 잘 갖춰입고 화려하고 예쁜 장식용 노리개와 비녀, 머리꽂이를 하면 한결 귀티가 나고 예뻐 보인다고 했다. 겨울에는 방한복으로 두루마기를 입으면 제격이다.
남성들은 바지·저고리에 조끼와 마고자를 입어야 한다. 겨울에는 방한복으로 두루마기를 입는데, 남성들이 바지·저고리만 입고 두루마기를 입지 않으면 옛날 어른들께서는 ‘속옷 바람으로 어딜 다니느냐?’며 두루마기 입기를 강력하게 권장했다고 한다.

전통한복은 천연소재로 만들어
보온·보습·통풍에 좋은 힐링 의상

한복은 그 소재로 봄에는 목면(木綿)인 광목이나 누에실을 얇게 짠 명주, 여름에는 바람이 잘 통하는 모시, 가을과 겨울에는 보온성이 뛰어난 누에실을 두껍게 짠 명주로 옷을 짓는다.
이들 모두 천연소재로 만든 탓에 보온과 보습, 통풍이 잘 되는 힐링 소재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힐링소재로 만든 한복입기를 적극 권장한다고 했다.

특히 보온성이 높은 명주를 두고 옛날 사람들은 ‘명주옷을 입으면 이웃 여덟 마을이 따뜻해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요즘같은 한파에 명주 옷으로 건강하고 따뜻하게 추위를 견뎌냈으면 한다고 예찬했다.
이광희 명인은 10여 년 전 한복만들기를 주문받아 밤새워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기술자들이 힘을 합쳐 아름다운 한복으로 만들어진 후의 성취감과 노고, 자신에 대한 대견함에 기뻐했던 시절이 그립다고 했다.

“한복을 입는 것도 행복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껴요. 한복이 점점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어 한복 명인들이 전통을 고수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 전통을 살린다는 사명감으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지켜간다면 우리 한복이 다시 사랑받을 날이 올 거라 믿어요.”
한복 연구만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에 계속 할꺼라는 이 명인은 한복을 연구하는 후배들도 자신처럼 한복 만드는 일에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한복 장인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새로운 직업을 찾아 떠나는 점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현실을 토로했다.

한복사업 쇠퇴로 혈액순환 촉진 원단으로
이불 개발해 도약 꿈꿔

이 명인은 한복 쇠퇴에 따라 요즘엔 코미디언인 남편 서인석씨의 친구로부터 의료기용 광물 80가지를 배합한 물질에 혈액순환을 순조롭게 하는 이온성 성분을 원단에 입혀 만든 ‘이광희금침(衾枕)’이란 이름의 이불을 개발했다.
이 명인은 바느질을 오래 해온 탓에 어깨를 비롯해 온몸에 혈액순환이 안 돼 두들겨 맞은 것 같은 통증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했다. 그런데 이 이불을 쓰고 난 뒤 큰 효험을 얻었다고 한다. 이광희금침은 유명 정신과 의사인 이시형 박사가 운영 중인 힐리언스마을로부터 납품 의뢰를 받는 등 수요가 늘고 있어 한복만들기 보완사업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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