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귀농아지매 장정해 씨의 추억은 방울방울

생명 있는 것은
다 똑같이 소중한데
마음대로 판단해서
잘못했어요~

작년 말부터 남편이 나가는 사진동호회 총무집에 개가 새끼를 다섯 마리 낳았는데 한 마리 가져가라고 성화였다. 산중턱 외딴집에 도착하니 목장주인인 총무가 우릴 보고 강아지를 안고 왔다. 무려 4개월이 지나 덩치는 중간 개인데 하는 짓은 어리다. 목장에서 키우는 개라 사료에 우유를 얻어먹어 목이 어딘지도 모르게 투실투실한 것이 진돗개라는데 귀도 처지고 의심스러운 데가 많은 덩치 큰 갈색 강아지였다.

마을 철물점에서 목줄을 사서 집으로 왔다. 아침에 남편이 치워놓은 스티로폼과 헌옷을 깔아놓은 개집에 목줄을 채우고 줄에 매어놓았다. 그런데 이게 웬 난리법석인가? 처음부터 목장에서 놓아 키우던 녀석이라 그런지 목줄에서 목을 빼려고 소리를 지르고 낑낑대며 몸부림쳤다. 개집 앞에 밥상을 차리듯 물에 사료에 우유 그릇을 늘어놓았지만 이 녀석은 아랑곳없이 다 뒤엎고 앞발로 버티면서 목줄에서 목만 빼려고 용을 썼다. 줄에 묶이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듯 저항이 필사적이었다. 날은 춥고 녀석을 개집 안으로 넣어야겠는데 녀석은 목줄도 싫을 뿐더러 개집 안으로는 더욱 더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일단 그대로 두고 집으로 들어갔다.

이튿날 아침, 남편이 잠을 깨운다. ‘강아지가 없어!’ 뛰어나가 보니 동그랗게 목줄만 빠져있다. 살던 곳에서 적잖이 떨어진 이 동네에서 제 집을 찾아 갈 수도 없을 것이고, 길가로 내려갔나, 뒷산으로 올라갔을까? 밤새 살짝 내린 눈 위로 찍힌 발자국을 따라 남편은 한참을 헤매다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는 것이다. 데리고 올 때 잘 키우겠다고 철석같이 말한 것이 어제 일인데, 걱정이 태산 같았다. 게다가 이름도 서로 짓지 못한 터라 찾으러 나가도 부를 이름조차 없다. 나는 처음 볼 때 퉁퉁하게 생겼다는 맘이 있어서 아무하고도 의논 없이 혼자 급하게 퉁퉁이로 부르기로 했다. 산에서 가장 잘 보이는 황토방 부엌 앞으로 개집을 옮기고 그 곁에 개밥 물 우유를 늘어놓고 돌아다니다 배가 고프면 이걸 먹으러 올 거라는 생각에 기다리기로 했다.

한낮이 지나도록 전혀 변화가 없다. 내 낙심, 절망은 더 커져갔다. 다급히 손을 모으고 ‘하나님 도와주세요. 퉁퉁이가 돌아오게 해주세요. 저희가 잘 돌볼께요. 퉁퉁이가 진돗개 같지 않다고 덜 반긴 것을 용서해주세요. 생명 있는 것은 다 똑같이 소중한 것인데 내 마음대로 판단한 것 잘못했어요, 이제 돌아오면 같이 잘 살겠습니다.’

잠시 뒤 남편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뒷산에 강아지가 있단다. 남편이 위에서 몰고 내가 아래쪽에서 잡아야 하는데, 가시덤불 사이로 코앞에서 빠져 나가니 잡을 수가 없었다. 일단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나가보니 우유도 먹었고 사료도 먹은 흔적이 역력했다. 배고프고 목도 말랐을 것이다. 녀석은 아직 어린 강아지였고 의지할 곳이 필요했을 것이다. 퉁퉁이가 집으로 내려와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것을 눈치 챈 우리는 양동작전으로 포위망을 좁혀 드디어 내 품에 안았다. 그리고 퉁퉁이라고 자꾸 불러주며 쓰다듬어 주었다. 남편이랑 다시 목줄을 맸지만 이내 쑥 빼버리고 달아났다.

하지만 처음과는 달리 순순히 다가온다. 그렇게 목줄 매는 게 싫다는데 우리는 황토방 부엌 안에 넣고 풀어주었다. 거기에 짚도 깔고 담요로 잠잘 곳을 마련해 주었다. 남편은 혼자 있는 퉁퉁이에게 과자며 남은 소시지며 별식을 갖고 들어가 이름을 불러주며 돈독한 관계를 쌓고 있다. 앞으로 천천히 목줄 매는 훈련도 하고 집을 지키는 일도 배우게 되겠지. 요란한 신고식 끝에 새 식구가 된 퉁퉁이!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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