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0년 동안 열심히 일했어. 등에 짐 지고 다니며 땀을 소나기처럼 흘렸지. 천사 같은 너희들을 위해 평생 일했고 무거운 짐도 가볍게 생각했어. 돈이 바로 인생이야.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프랑스의 작가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의 한 대목이다. 고리오 영감은 큰돈을 벌어 두 딸을 거액의 지참금을 마련해서 귀족가문의 백작 부인으로 시집을 보낸다. 그러나 허영과 사치에 물든 딸들의 빚을 갚느라 아버지는 전 재산을 다 날리고 허름한 하숙집에서 일생을 마감한다.

결국 영감은 장례 치를 돈 한 푼 없이 죽어가는데 두 딸들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그를 끝까지 간호해주던 같은 하숙집 젊은 학생에게 노인은 임종 직전에 이런 말을 남긴다. “나는 항의하네! 아버지가 짓밟히면 나라가 망하는 거야. 이 사회는 부성애를 기초로 해서 굴러가는 법이지. 자식들이 애비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모든 건 무너지고 말거야. 나는 내 생명을 자식에게 다줬건만 그 애들은 단 한 시간도 내게 안 주는군!”

180년 전의 프랑스의 현실이 낯설지 않은 오늘 우리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가족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온몸으로 살아온 이 땅의 아버지들이 자식을 출가시키고 재산까지 다 퍼주고 설자리를 잃고 늙어버린 ‘고리오 영감’ 같은 슬픈 현실을 우린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 것인가.

최근 ‘아버지의 눈물’이란 시와 소설이 SNS에 회자되고 있다. 그중「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라는 김현승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유난히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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