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기후변화, 자유무역협정 확대
고령화 등으로 우리 농업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도 밀려온다.

설 앞두고 걱정 없이 농사짓고
안심하고 농산물 판매가 이뤄져
농가소득이 늘어나길 소망한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설 명절이 다가온다. 도시는 얼굴을 갖고 농촌은 영혼을 갖고 있다. 설날이 가까워 오면  도시에 사는 가족들이 고향에 모인다. 귀소(歸巢)와 망향(望鄕)이란 아름다운 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고향은 언제나 그리운 곳이고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다. 농촌도 이젠 도시화돼 예전 같은 ‘설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설레는 설이 됐으면 좋으련만 농업인의 마음이 편편치 못한 게 농촌의 현실이다. 입춘이 지났는데도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은 잦아들 생각이 없는 듯하다.

영하 15도를 밑도는 날이 지속되면서 시설하우스농가들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농작물 재배에서 수량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는 흔히 재배기술과 품종, 환경을 일컫는다. 이 가운데 환경은 제어가 불가능하다. 요즘 같은 이상기후는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한다. 이런 한파가 계속된다면 자동화시설에서도 농사짓기가 쉽지 않다.

한동안 잠잠하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일부 산란계농장에서 발생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져 비상이다. 농장 내외부를 철저히 소독하고 의심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방역당국에 신고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이래저래 농업인은 겨울나기가 힘들다. 그나마 설을 맞아 개정된 청탁금지법 덕에 최근 농축산물 판매가 35% 늘었다고 하니 반갑다. 충분한 양질의 식량 확보는 국가 존립의 기반이다. 생산기반은 식량안보의 강력한 대안이다. 또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는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은 농촌이 건강하고 활기찬 농가들로 구성될 때 가능하다.  

변화무쌍한 시대다. 알파고와 로봇이 친숙한 제4차 산업혁명시대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지만 농업분야의 대응은 원활하지 못하다. 미래농업은 기술혁신과 융합되면서 가장 멋진 산업이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농업을 융합한 스마트팜이 늘고 있어 다행이다. 일손도 덜고 생산도 늘어 농가효자로 미래농업분야가 아닌가. 허나 외형은 성장하고 있지만 내실화까지는 갈 길이 먼 듯하다. 우리 농촌 실정에 맞는 스마트팜 개발과 함께 관련교육을 확대하고 전문가를 양성해 나가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농업인은 빠르게 변하는 농업 환경과 도도한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빠른 실행력을 보유한 조직이 시장경쟁에서 항상 우위를 차지한다.’는 명제는 진리다.

농산물은 선택권을 가진 소비자가 있다. 시장이 원하지 않는 농산물을 출하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매력적인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현대는 끊임없이 경쟁하고 노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품질 향상과 재배기술이 뒤따라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진행 중이다. “농업에서 양보하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라며 국내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무부처 장관이 공언했다.

한미FTA 발효 전 5년 동안과 비교하면 농업의 피해가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농업·농촌 국민의식조사에서 앞으로 시장이 더 개방되면 농축산물을 어떤 기준으로 구입할지 묻는 질문에 도시민의 41.4%가 “품질 우수성을 고려해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원산지를 따져보는 게 아니라 품질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것이다. 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구매 충성도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최근 기후변화, 자유무역협정 확대, 고령화 등으로 우리 농업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도 밀려온다. 무술년, 설레는 설을 앞두고 걱정 없이 농사짓고 안심하고 농산물 판매가 이뤄져 농가소득이 늘어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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