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32)

1950년대 이승만 정권의 자유당 독재시절 얘기다.  당시 대통령이 말할 때마다 무조건 옳다고 “지당(至當)하신 말씀 입니다” 앵무새처럼 말해 ‘지당장관’이란 별칭이 붙은 장관이 여럿 있었다. 또한 대통령 말씀(?)에 감탄해마지 않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이가 있어 눈물을 흘린다는 뜻의 ‘낙루(落淚)장관’으로 불린 이도 있었다.
1956년 10월, 서울 광나루에 이승만 대통령을 따라 낚시를 간 이익홍 내무부장관이 이승만 대통령의 방귀소리를 듣고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해 아첨ᆞ아부의 극치를 이루며 한때 세간의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 유신독재의 시퍼런 서슬 아래 문교부장관에 임명된 Y모씨는 박정희 대통령 앞에서 “이 둔한 말에 채찍을 가해 주십시오!”라고 아첨해 ‘둔마장관’이라 불렸다.
이 정도는 그래도 봐줄 만하다. 1990년대 말 DJP(디제이피) 연합정부 시절, 자민련몫 해양수산부장관에 임명된 J모씨는, 자신의 장관 발탁 배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생선회를 좋아 하기 때문”이라고 답해 어이없게도 ‘생선회 장관’이란 별명이 붙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런 장관들과 비슷한 머리를 가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발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1월24일 문재인 대통령의 66세 생일을 맞아 국내 주요 지하철 광고에 이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옥외 전광판에 문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가 나갔다. 영상에는 “문 대통령 태어난 날을 축하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돼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문구가 실리고, 문 대통령의 2012·2017 대선출마 영상도 담겼다고 전해진다. 모든 광고비용은 대통령 지지자들이 부담했다고는 하나 가뜩이나 경기불황과 안보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들이 많이 힘들어 하는데 좀 자중했어야 하는데… 하는 지적들도 만만찮다.

이런 어수선한 마당에 들려온 해외토픽 하나… 최근 먼 바다 건너 영국에서는 메이 총리가 호칭도 낯설고 조금은 황당한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했대서 연일 화제다. 고령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사회상황에서 ‘현대사회의 고질적 전염병’이라는 국민들의 외로움을 치유해 주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정부의 위민(爲民)정책 실행의지가 담겨 있어 박수를 받는다. 메이 총리는 “외로움은 현대 삶의 슬픈 현실”이라며, “노인이나 돌봄이 필요한 이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자기생각을 나누지 못하고 지내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가 나서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왜 이런 게 안되는 걸까. 진정으로 아랫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투철한 신념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던지는 장수가 우리에겐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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