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28)

유명브랜드가 아니면서도
값싸면서 가볍고 따뜻한 옷으로
폭넓게 자리 잡는 롱 패딩

초겨울부터 SNS를 뜨겁게 달군 롱 패딩이 10~20대 초반 남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교복처럼, 그리고 젊은이들은 마치 유니폼처럼 애용 중이다. 게다가 맹추위는 롱 패딩 유행을 부채질했다. 한 의류업체는 롱 패딩 덕분에 지난해 대비 115.9%나 많은 이익을 올렸다고 한다. 가볍고 따뜻한데다 유행까지 타고 있으니 롱 패딩의 전성시대쯤 된다.

패딩(padding)이란 옷을 만들 때, 솜이나 오리털 같은 소재를 넣어 누비는 바느질 기법, 또는 그렇게 만든 옷을 말한다. 패딩이 언제부터, 누가 처음 입기 시작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중국이나 티베트 등이라는 견해가 있으나, 추위를 막기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곳곳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중국의 경우, 기원전 1000년쯤에 패딩을 입은 흔적이 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도 동예시대(B.C. 300~A.D. 300년쯤)의 기록에 누비로 보이는 옷이 있다. 그 역사가 오래됐음은 물론, 지금까지도 오목누비, 납작누비 등의 전통 바느질법이 전해지고 있다. 아마도 동양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일찍부터 널리 패딩이 활용돼 온 듯하다.

패딩에 대한 재미있는 분석도 있다. ‘십자군이 사라센에게 진 것은 패딩을 몰랐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사라센이 비단에 솜을 두어 만든 가벼운 패딩 옷 위에, 사슬갑옷을 입고 싸울 때, 십자군은 두껍고 무거운 철제 갑옷을 입고 창칼을 휘둘러야 했다. 싸우기 힘들었을 것이다. 패딩은 그렇게 십자군 전쟁을 통해 12세기쯤 유럽으로 건너갔다고 본다. 철제 갑옷차림으로 싸우는 십자군들은 철갑옷에 피부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갑옷 속에 패딩 옷을 입었다. 갑옷을 입지 못하는 병사들은 가슴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마 부스러기나 겨를 넣어 만든 옷을 조끼처럼 입기도 했다. 십자군 전쟁이 끝나자 갑옷 속에 입던 패딩 옷이 점차 상의와 하의로 발전했다. 14세기 중엽부터는 평상복으로까지 일반화돼 17세기 중반기까지 장장 300여 년 동안 서구 남성들의 일상복이 됐다. 여성들도 패션 아이템으로 패딩을 이용했으나, 18~19세기를 거치며 속옷이나 웨딩드레스 등의 특수복에 사용되는 정도였고,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패딩은 점차 시선 밖으로 벗어난 듯했다.

패딩이 다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1979년이었다. 최초로 죽의 장막인 중국에서 패션쇼를 했던 피에르 가르뎅이, 두둑이 솜 넣은 옷을 입고 다니는 중국인들에게서 영감을 얻은 게 현대판 패딩패션의 시작이라는 견해다. 여기에 서양 디자이너들의 창작 능력이 더 해지면서 패딩은 발전을 거듭했다. 더욱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패딩 된 아웃도어 웨어가 더욱 세계인의 의생활에 깊이 자리하게 됐다.

그 패딩이 이 나라에서도 힘을 떨쳤다. 2012년경 특수 브랜드들이 비싼 값을 자랑하면서, 빈부를 가리는 수단처럼, 특히 청소년들을 흔들어 이런저런 폐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게 요즘엔 유명브랜드가 아니면서도 값싸고, 가볍고 따뜻한 옷으로 폭넓게 자리 잡는 분위기다. 그러나 유행하는 롱 패딩을 입지 못해 우는 청소년도 있어 보인다.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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