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 - 임계선 영양군연합회장

작은 고추가 맵듯이 내실있는 사업 펼쳐
어렵지만 가치있는 전통장 제조 고수할 터

▲ 임계선 회장은 수고스럽지만 전통적 장맛을 만드는 일을 고수하겠다고 했다.

인구 1만8000여 명의 경북 영양군 상징은 단연 고추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옛말처럼 적은 인구의 농촌지역이지만 350여 명의 회원들이 똘똘 뭉쳐 열일을 하고 있는 한국생활개선영양군연합회의 임계선 회장을 만나봤다.

임계선 회장은 올해 여러 가지 사업 중에서 3개 사업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영양에도 어려운 이웃들이 많아요. 그중 독거노인, 결손가정의 아이를 위한 ‘참사랑실천 사업’은 2월말에서 3월초에 각 면마다 된장과 간장을 전달하는 장나눔행사예요.”

장나눔을 하게된 계기는 다른 단체들이 김치나 반찬나눔행사는 많이들 하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간장·고추장·된장같은 장류를 하는 곳이 없어서라고 한다.

“우리 회원들 대부분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한 전통장류제조사과정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그래서 전통적 손맛에 괴학적인 발효기법이 더해져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어요.” 이렇게 담근 장들은 농업기술센터 뒷마당 장독대에서 1년 동안 숙성해 어려운 이웃들의 식탁에 오른다고 한다.

생활개선회의 임원은 농촌에서 여성리더라고 자부한다는 임 회장은 “어디를 가든 우리들의 표정 하나, 말투 하나, 옷차림 하나가 단체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전문강사를 초빙해 이미지메이킹 교육을 받고 있답니다.”

3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교육을 통해 시골아낙네가 아니라 맵시가 살아있는 여성리더로 거듭나고 싶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한 해 사업중 임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갖는 게 바로 ‘행복한 농촌가정육성 프로젝트’다. 농촌의 급속한 노령화에 핵가족화로 예전의 끈끈했던 정(情)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에 경상북도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할매할배의 날 조례’를 제정해 가족공동체의 회복에 힘쓰고 있다.

생활개선영양군연합회도 이에 발맞춰 손자녀, 부모, 조부모 등 3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다문화가정 140여 명과 함께 경주를 다녀왔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300명까지 인원을 더 늘려 아이, 어른, 노인까지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아이들 재롱잔치부터, 다문화여성이 가족에게 편지쓰기, 본인의 다짐을 얘기하는 시간, 부모에게 드리는 꽃 증정까지 등 각종 아이디어가 넘친다는 임 회장은 시골에서 듣기 힘든 아이들 웃음소리가 넘치는 잔치마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래 살던 곳은 강원도 태백이었다는 임 회장. “1987년도에 영양으로 시집왔을 당시에 고추 1근에 2500원이었어요. 농약도 제대로 못 치고 기계화도 되지 않아 수확량도 시원찮았어요. 그래서 먹고 살게 마땅치 않아 막막하기 그지없었죠.”

그러던 중 부엌개량사업이 시행되면서 콩 삶던 가마솥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메주를 제조하는 것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1992년도에 마침내 메주 가공공장을 세웠다. 이듬해 이종환·최유라가 진행하는 ‘지금은 라디오시대’의 라디오장터에 소개되면서 사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임 회장의 공장이 성장하는 것을 지겨보던 주변에서 비슷한 공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된장, 간장, 청국장, 고추장을 만드는 장류공장으로 증축하는 것과 전통적 제조과정을 고수하는 것이었다.

“지금 공장에서 생산되는 장류의 95%는 일명 개량메주라고 보시면 돼요. 단백질 분해효소를 인위적으로 투입해 건조하지만 우리 공장은 자연적으로 말리는 과정을 거쳐요. 우리 공장에서는 제조하는데 35일이 걸리지만 일반공장에서는 보름이면 돼죠. 하지만 빨리 만드는 만큼 예전의 장맛은 그만큼 내기가 힘들어졌죠.”

장맛을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세균의 맛이라고 하는데 개량메주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하는 임계선 회장은 장 담글 때 손 없는 날을 택일해 목욕재계했다던 선조들처럼 어렵지만 묵묵히 이 길을 걷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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