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일성여자중·고교 이선재 교장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어릴 적 어려운 형편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해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사람이 많다.
또 한글을 읽고 쓰고 셈은 하지만 낮은 학력으로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이 그렇다.
이들 만학(晩學) 여성들을 대상으로 평생을 헌신해 오고 있는 일성여자중·고등학교의 이선재 교장을 만나 여성교육에 얽힌 가슴 찡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한말 이준 열사의 뜻 받들어
 그의 호 ‘일성’을 학교명으로 삼아

 학생 평균연령 61세, 최고령 88세
 1년 3학기제로 2년 후 졸업장 수여
 천안, 원주, 홍천 등 장거리 통학생 다수

1952년 함남 북청 난민 자녀와
전쟁고아 대상 야학으로 시작

“우리학교는 1952년 이준 열사의 고향인 함경남도 북청 피난민들의 자녀와 전쟁고아를 대상으로 한 야학으로 시작했습니다. 다음해인 1953년부터 1988년까지 일성고등공민학교로 운영되었습니다. 그뒤 일성 일요학교를 운영해 근로여성을 위한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일성주부반을 운영해 성인 여성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활발히 교육활동을 했습니다. 1985년부터는 일성여자상업학교로 고등학교 미진학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교육에 공헌하며 2000년부터는 성인 여성을 위한 학력인정 2년제 학교로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학교의 이름인 ‘일성’은 한국 최초의 검사이자 사회운동가, 교육자로 학교를 세운 헤이그 특사로 유명한 이준 열사의 호를 따온 것이다. 이준 열사는‘글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야 국권을 지킨다. 천하에 제일 위험한 것은 무식(無識)이요, 또 천하에 제일 위험한 것은 불학(不學)이라’는 유훈을 남긴 바 있다.
일성의 전신은 야학이다. 어린 시절 가난한 살림과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에게 가슴에 맺힌 배움의 갈증을 풀어주는 곳이 바로 일성여중고다.

전쟁과 가난으로 교육시기 놓친 이들에게
교육기회 제공해

이 학교의 학생들은 전쟁과 가난으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부를 못한 한(恨)과 서러움, 고통, 불편, 부끄러움을 앓던 여성들이라 공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뒤늦게 공부하고 싶어 하는 만학도들을 위해 양원초등학교와 양원주부학교, 일성여자중·고등학교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양원초교는 어렵고 힘든 시절에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이들을 위해 법령개정 운동을 벌여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학력인정학교로 인가를 받아 설립됐습니다. 학생의 평균연령은 61세로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이 88세입니다. 수업은 9시부터인데 7시 전후에 등교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양원주부학교는 통학거리가 멀거나 학교를 매일 나올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일주일에 3번만 등교해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장은 대중교통을 몇 번씩 갈아타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많아 이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에 교사들도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자 더욱 열성적이며 이러한 모습을 보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1년 3학기제로 2년 후 졸업
일반학교와 동일한 학력 인정

일성여자 중·고교는 1년 3학기제로 운영되는 학력인정학교다. 2년 동안 공부하면 일반학교와 동일하게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토요일에도 수업을 하고 방학은 2주일만 실시한다.
학생 중에는 서울로 유학을 와서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 이들은 일요일 하루만 귀가했다가 다시 등교한다. 또 학생 대부분이 성인주부들이며 학생 중에는 천안, 원주, 홍천 등지에서 통학하는 학생도 있다.
방학 과제도 다양한 유형의 선택형 방식으로 자기 주도 학습을 유도한다. 이에 고등학교 6학급 240명 졸업생 전원이 11년 연속 대학에 100% 합격했으며, 대학 진학 후 장학금을 받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한자 3000자 익히기와 영어 1000문장 외우기 지도
여기서 이 교장의 주요 학사(學事)운영 사항을 들어본다.
첫째, 교사의 밀어넣기식 교육보다 학생 자기 주도 학습과 면학 분위기 조성에 힘쓴다. 학생들에게 미리 자기 주도 학습 과제를 내줘 도서와 컴퓨터로 자료를 검색하는 사전 교육 실시로 수업 중에 학생 간에 토론과 발표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둘째, 품격과 능력을 지닌 유능 시민육성 교육에 주력한다. 한자 3000자 읽기와 뜻 익히기, 훈음(訓音) 교육에 힘쓴다. 영어 문장은 1회에 12개 묶음으로 90회에 1000문장 외우기를 독려해 간단한 영어 인사와 대화, 영어 말하기대회, 팝송대회를 개최해 영어 실력을 높인다. 워드프로세서, ITQ 등 각종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집중적으로 교육시킨다. 또 1988년부터 글쓰기를 권장해 지금까지 92명이 문단에 등단했다.
이상 네 가지 특화 교육 중 한 가지라도 완전 습득하면 일관왕(一冠王)이라 지칭한다고 했다. 학교 차원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4관왕 취득 배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성교육과 이웃돕기 실천 지도 주력
셋째, 이 교장은 인성교육을 중시해 집중 교육시킨다. 2주 단위로 교장이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사회의 지도자적 역할과 봉사 실천을 위한‘지혜롭게 사는 덕목’훈화교육을 시킨다. 예를 들면‘이웃을 사랑하자’,‘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하지만 이루지 못할 일도 없다’등과 같은 실천 덕목을 제시하고 교육시킨다. 그리고 매일 수업 전 그 덕목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 복창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비영리 봉사단체인‘양원지역봉사회’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매월 5000원씩 기부해 창천초교 체육 특기 꿈나무 장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취약계층과 노인, 장애인 돕기를 통한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있다.

동아리활동과 저명강사 초빙 교육에도 힘써
넷째, 교내에 학생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하고 있다. 하모니카, 종이접기, 합창, 팝송, 문예, 국악, 사진, 걷기, 홈페이지, 시민기자 동아리 등 취미활동과 특기를 살리도록 지도해 정서 활동을 격려하고 있다.
다섯째, 사회 저명인사를 초빙해 특강 교육에도 주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 국무총리와 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정운찬 박사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이종찬 원장을 초빙하기도 했다. 이 밖에 많은 사회 저명인사를 초빙해 지도자들이 살아온 귀중한 삶의 조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끝으로 이 교장은 매주 학생 간부와 학사 운영에 관련된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갖는다. 이후 간담 내용은 학교 밴드에 올려 전교 1000여 명 학생들과 학교 운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넓히고 있다.
일성여고와 같은 학력인정 학교가 전국적으로 약 40여 개 있다고 한다. 이 교장은‘배우지 못한 한과 고통, 서러움을 가슴에 담지 말고 100세 장수시대 공부해야 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노후의 긴 여생을 지성과 교양, 품격을 지닌 사람으로 가족과 이웃 간 존경받고 살아가려면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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