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풍랑이 이는 바다 한가운데 뗏목하나가 표류한다. 침몰한 배에서 탈출한 사람 149명은 뗏목에 몸을 싣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먹을 음식, 물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13일간 살아남기 위해 죽은 동료의 시신을 먹으며 표류하다가 구출됐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15명에 불과했다. 1816년 프랑스 해군은 메두사란 이름의 새 군함을 진수했다. 아프리카 식민지인 세네갈로 향한 해군 군함 ‘메두사 호’가 암초에 부딪혀 난파했다. 무능한 선장은 상급 선원, 장교, 상류층 승객들과 구명정을 타고 탈출했지만, 나머지 149명의 하급 선원은 뗏목을 만들어 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뗏목을 구명정에 매달고 끌고 가기로 약속했던 선장은 밧줄을 잘라버리고 도망쳤다.

이 사건은 항해와 전쟁 경험도 없는 귀족이 권력과 결탁해 뇌물을 받고 지휘관으로 임명해 벌어진 인재로, 한국의 세월호를 연상케 한다. 이 사건에 충격을 받은 화가 제리코는 당시 승무원들이 겪었던 공포와 좌절, 생존의 몸부림을 그린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 같은 ‘메두사호의 뗏목’이란 그림을 남겼다. ‘메두사호의 뗏목’은 당시 실제 있었던 비극적인 국가적 재난을 인간의 감정과 정치적 부조리에 대한 저항을 표현한 걸작이라 평가받고 있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한 척 배에 싣고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장과 같아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탁월한 통찰력을 요구받고 있다. 권력과 인맥이 연계된 무능한 지도자가 많은 사회일수록 메두사호와 같은 사건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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