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30)

‘급구(急求)·이름-소똥구리·몸값-50마리 5000만 원·특징-소똥을 데굴데굴 굴리는 습성·주의사항-허가 없이 반입 땐 과태료-대한민국 환경부’
이 광고는 환경부가 급히 내건 이색 전자 입찰공고다. 조금 더 부연해서 설명하면, ‘5000만 원 받고 몽골에서 소똥구리 50마리를 가져올 분을 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환경부가 소똥구리 구매에 급급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환경부가 경북 영양군 영양읍 대천리 일대에 부지면적 255만 제곱미터(㎡)의 국립 멸종위기종 복원센터를 짓기로 하고, 한반도의 멸종 위기 동ᆞ식물에 대해 2018년부터 5년간 복원을 진행할 동·식물로 소똥구리·대륙사슴·금 개구리·나도풍란을 선정한 것. 그런데 정작 복원에 필요한 ‘엄마’가 될 개체 확보가 문제였다.

특히 소똥구리는 국내에서는 거의 다 멸종해 대초원지대가 있는 몽골에서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외국에서 소똥구리를 사들여 올 동물무역상을 구하기 위한 방편으로 입찰공고를 내게 된 것이다.
50~60년대만 해도 시골 산간 어디에서건 소가 있는 곳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소똥구리였다. 초등학교 시절.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여름방학 숙제의 하나인 곤충재집에 꼭 끼워넣는 게 소똥구리와 집게벌레, 풍뎅이, 장수하늘소, 말잠자리, 방아개비, 메뚜기 등이었다. 여름 한낮 소들이 배를 깔고 앉아 한가롭게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참나무 숲엘 가면, 어김없이 뒷발로 소똥을 말아 굴리는 소똥구리며 금빛 풍뎅이들을 잡을 수 있었다.

그때 어린 마음에 소똥구리는 왜 저렇게 힘들게 제 덩치보다 큰 소똥을 뒷발로 굴리나 싶어 안쓰럽기까지 했다. 쿰쿰한 소똥냄새는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그 소똥구리가 멸종이라니… 전문 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1970년대 후반부터 인공사료와 항생제를 먹여 소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재앙은 시작됐다는 것이다. 즉 소똥구리는 항생제를 먹은 소의 배설물을 먹으면 죽는다는 것. 해서 오직 초지에 방목해 키운 소의 똥이 소똥구리에겐 필요한 것이다.

곤충학자 앙리 파브르가 “소똥 한 덩이에 모인 소똥구리가 이렇게 많다니…”하고 감탄해마지 않던 그 많던 소똥구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소똥구리는 딱정벌레 목에 속하는 한낱 미물같은 존재지만, 동물 배설물을 활용해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멸종 위기종의 종 복원도 좋다. 그러나 그 동물을 살리는 원천적인 우리의 토양과 자연생태계를 살리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그런 뒤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소똥구리는 되살아날 것이다. 박물관 유리상자 안의 소똥구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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