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인터뷰 - 보육사업 유공자로 국민훈장 받은 오인어린이집 이순식 원장

농촌의 노령화가 심화되는데 문화․의료에 대한 복지는 뾰족한 해결책 없이 제자리걸음이다. 이러한 까닭에 청년들이 귀농을 해도 삶에 대한 만족도는 도시에서 누리지 못하는 혜택 때문에 아쉬움이 따랐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에는 농번기 농촌여성들의 바쁜 일손을 덜어주는 아이들 보육으로 일생을 함께하며 700여 명의 어린이를 배출한 어린이집이 있다. 이 어린이집 이순식 원장을 만나 그가 걸어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마을운동 참여해 열악한 농촌보육 환경 개선 건의
질 좋은 보육으로 청년 몰려오는 농촌에 큰 뜻

▲ 오인어린이집 이순식 원장은 1970년대부터 새마을운동에 참여하면서 농촌의 보육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에 보육의 필요성
앞서 느꼈다

이순식 원장이 보육에 뜻을 두기 시작한 때는 남들보다 빨랐다. 충남 공주시가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준비하는 동안 전국민 경제부흥운동이었던 새마을운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19세 때 새마을교육에서 당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펴나갔다.
“1970년 새마을운동을 할 때 각 마을이 사례발표를 했습니다. 저는 오인리를 대표해서 보육시설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산적했던 문제들로 탁아시설은 나중으로 미뤄졌어요.”

이 원장은 농촌여성들이 남성들과 농사에 매진하면서 어린 아이들을 돌볼 손이 부족해 방치된 아이들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한다. 때문에 사례발표를 통해 보육의 빈자리를 꾸준히 제기하며 목소리를 냈다.
“1981년에 어린이들에게 조기교육을 시켜보자는 정부의 사업으로 충청남도 관계자가 마을에 방문했어요. 도 예산으로 지금은 오인어린이집이 된 ‘새마을유아원’이 오인리에 세워졌습니다. 그 간 꿈꿔왔던 소망이 이뤄져 뛸 듯이 기뻤어요.”
이 원장은 새마을유아원에서 보육활동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명예원장으로 봉급도 없이 일했다. 보육교사 한 명과 함께 일하며 이 원장은 농촌여성들이 일하느라 방치됐던 아이들을 살뜰히 돌봤다.
이순식 원장은 사회활동에 참여하면서 결혼시기를 놓치게 됐다고 전했다.

“일찍이 사회활동을 시작하면서 관 주도형의 사업에도 힘쓰게 됐어요. 하나하나 사업이 추진되고 조금씩 세상의 변화를 느끼면서 일에 재미를 느꼈습니다. 아이들을 보육하면서 또래들과 어울릴 시간은 부족했죠. 부모님은 결혼부터하고 사회활동을 해야한다고 나무라셨는데, 제가 2남4녀의 막내다 보니 순서가 미뤄져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됐던 것 같기도 해요.”
새마을유아원은 1994년 여성가족부 관할로 오인어린이집이란 정식명칭을 얻게 됐다. 이 원장은 아이들이 증원됨에 따라 2006년 이 원장 소유의 부지 660㎡(200평)에 어린이집을 건립했다.

▲ 이순식 원장이 아이들과 놀이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역농산물에 엄마 손맛으로 아이들 키워
이 원장은 아이들에 빠져 어린이집에 종사하다보니 세월을 잊고 살았다고 한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이순식 원장은 아이들의 먹거리에 특별히 더 신경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밀가루에 동부콩을 넣은 빵을 해주셨는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맛을 전하고 싶어서 요즘도 아이들에게 동부콩빵을 직접 만들어 주고 있어요.”
이 원장은 특히 아이들에게 직접 띄운 메주와 된장을 손수 만들어 반찬을 만든다. 또한 주 2회 지역농협에서 장을 보고 아이들에게 신선한 음식을 원내에서 만들어 제공한다.

“부모님이 농부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정성껏 해 주신 음식을 먹고 자라서 아이들에게도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어요.”
이 원장은 또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연초마다 다방면으로 계획을 짠다고 말했다. 작년 오인어린이집은 공주시 중부지방산림청과 MOU를 체결하고 1년 간 매달 1회씩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했다고 한다.
“중부지방 산림청을 견학해 숲해설사와 함께 아이들에게 전문적인 교육과 놀이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보고 느끼면서 교육하는 것이죠. 아이들이 자연과 더욱 교감하면서 도시 아이들보다 한층 더 자신감을 높이고 밝은 웃음이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어요.”

또한 가족과 함께하는 텃밭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오인어린이집 마당에는 아이들이 키우는 텃밭이 있다. 텃밭에는 아이들이 편식하기 쉬운 가지 등을 재배해 수확한 농산물을 집으로 보내 가족과 음식을 만들어보면서 편식하지 않는 식습관을 교육하고 있다.

“농촌 아이들이 도시와 격차 없는 교육을 뒷받침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 보람을 느낍니다. 농촌이 잘 살아야 도시도 건강하고 아이들이 바른 인성으로 자랐을 때 국가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해요.”
소싯적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이 원장은 어느덧 60 중반에 접어들면서 내리사랑을 느낀다고 전하기도 했다.
“농촌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해 청년이 귀농했을 때 아이 걱정 없이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힘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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