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인간에 대한 자애로움과
행동규범을 지켜내는 엄격함은
자녀교육의 좌우 날개와 같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분별력을 키워주고
소탐대실하지 않는 통제력을
길러주는 것이
자녀교육의 핵심이자 지름길이다.

▲ 박옥임 순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2018년 대망의 한 해가 시작됐다. 더구나 방학이고 자녀들과 대면의 기회가 훨씬 많으니 자녀교육에 다시없는 좋은 기회다. 요즘은 자녀가 적은데도 오히려 더 힘들고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결국 예나 지금이나, 자녀가 많든지 적든지 간에 자녀교육은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농촌에서 흔히 하는 말로 ‘자식농사가 제일’이라고 했었다. 농사야 씨를 뿌리고 수확까지 단기간이지만 자식농사는 보람과 기쁨이 평생 지속되므로 어찌 그것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자녀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하니 더욱 정성껏 키우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부모의 도리이자 의무다. 하지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녀교육을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을 잘 입고 잘 먹이는 호의호식은 기본이고 공부 잘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돈 많은 부자나 대단한 권력자라도 자녀를 잘 길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1970년대 내로라하고 떵떵거리는 재벌과 고위공직자 자녀들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소위 ‘7공자’로 세상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적이 있다. 온갖 호사를 누리고 살았던 그들이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존경은 커녕 괜찮은 사람으로도 기억되지 못하고 사라진지 오래다.

몇 년 전에 고등법원장을 역임하고 대법관을 지냈던 분의 어머니 이야기다. 지금은 복지사회가 돼 그렇지 않지만 1960년대 무렵은 절대빈곤의 시기여서 거지들이 참 많았다. 하루는 집에 거지가 오니까 겁도 나고 어떻게 할 줄을 몰라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엄마, 거지 왔네” 하니까 어머니께서 나오시면서 “얘, 그런 말 하지마라, 손님 오셨다고 해라”는 것이다. 거지를 홀대하거나 천시하지 않고 인간에 대한 자애로움을 손수 보여주는 산교육을 실천한 것이다. ‘아! 우리 어머니는 뭔가 다르구나’라고 느낀 이 자녀는 어머니를 존경함은 물론, 가난은 죄가 아닌 것을 일찍 터득했을 것이며 세상의 정의가 무엇인지 폭 넓게 봤을 것이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이자 비폭력·평화 사상가인 간디는 ‘욕망을 절제하라’는 어머니의 경고를 일생동안 흔들림 없이 지켰다고 한다. 영국 유학시절 식민지 청년이 겪은 온갖 수모와 회유는 물론, 인도인이 겪는 아픔과 인종차별 등을 비폭력으로 꿋꿋하게 이겨낸 것도 바로 어머니의 가르침이었다. 간디 개인으로 보면 변호사이니 평생 고생하지 않고 누리면서 살 수 있었지만 자신의 동족이 겪고 있는 고통과 열망을 외면하지 않아 지금도 세계적인 인물로 추앙과 존경을 받고 있다. 수없이 많은 갈등과 유혹에서 보통사람들이 욕망을 절제한다는 것은 엄청난 인내와 자기관리가 없으면 쉽게 해낼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간디는 의지가 흔들릴 때마다 엄격한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당당하게 버텨냈다고 한다.

농촌이 도시에 비해 교육환경이나 조건이 불리하기 때문에 자녀교육이라는 명분으로 향도이촌(向都移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자녀교육은 거주공간이나 물질 등의 자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결코 아니고, 삶의 지표가 되는 정신적인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인간에 대한 자애로움과 행동규범을 지켜내는 엄격함은 자녀교육의 좌우 날개와도 같다. 그래야 자녀는 양 날개를 활짝 펴서 어렵고 힘든 세파를 이겨낼 수 있게 된다. 세상을 크게 보는 자녀는 자원을 제대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물론, 한정된 조건을 뛰어 넘는 역량도 겸비할 것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을 키워주고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않는 통제력을 길러주는 것이 자녀교육의 핵심이자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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