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7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이상기후에 따른 봄가뭄으로 영농 시작부터 농민들의 애를 태웠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도 농수축산업계에 깊은 불황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새 정부 출범으로 농업분야에 서광이 비칠 것으로 기대했던 농민들의 기대감은 더 큰 실망감으로 어깨를 짓눌렀다. 유럽발 살충제 계란 사태는 국내에서도 크게 번져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불러왔고, 방역당국의 미흡한 대처는 농가와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동물복지농장과 유기축산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각종 규제는 동물복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도 여지없이 가금농가들을 구렁으로 몰아넣었다. 

미국의 한미FTA 개정협상 요구도 농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개정협상 요구에 우리 정부는 진의 파악에 갈팡질팡했고,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주며 농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와 관련해 열린 공청회도 농민들의 분노로 파행을 겪기도 했다. 최근에는 개정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농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농민의 기본권리를 헌법에 명시해 유럽 농업선진국과 같이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는 생명산업인 농업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 한해 농업계는 희망보다 절망이 컸다. 그럼에도 경운기를 끌고 호미를 들고 들녘으로 나가는 게 우리 농민이다. 내년에는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농정이 펼쳐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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