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집을 나서면 사방천지가 온통 논ᆞ밭이었던 탓에 오리가 실히 넘는 하학길 이었지만 지루할 새가 없었다. 벼가 누렇게 익어 고개 숙일 무렵, 논둑길로 냅다 달릴라 치면 후두둑 쏴-하니 메뚜기떼가 콩튀듯 날아올라 얼굴에 따끔따끔 부딪혔다. 아이들은 너나 할것 없이 벼포기를 헤집어 움켜잡은 메뚜기며 방아개비를 강아지풀 꽃대 꿰미에 꿰어 주렁주렁 허리춤에 매달고는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책보따리를 집에 던져두고 소줏병이나 제  키만한 정종병을 가지고 들에 나가 해가 지도록 본격적인 메뚜기 잡이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게 잡아온 메뚜기는 냄비에 넣고 들기름을 약간 친 다음 달달 볶아낸다. 아삭바삭한 식감이며 그 고소한 맛이라니… 이렇다할 간식거리없이 곤궁하게 지내는 촌아이들에게 이만한 간식거리가 또 어디 있으랴.
그렇게 촌아이들이 궁했던 시절 간식으로 먹던 메뚜기며 번데기가 이른바 ‘수퍼 푸드’로 우리의 식탁에 오를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미 지난 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누에번데기,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굼벵이), 갈색거저리 애벌레(고소애), 메뚜기, 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애벌레, 백강잠 등 7종을 식품원료로 인정해 식용을 허가했다.

이를 뒷받침 하기라도 하듯 최근 곤충농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2012년 383곳 이던 것이 지난해 1261곳으로 4년만에 무려 3배 늘어났고, 올해에는 2000곳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곤충시장 규모 역시 2015년 3039억 원에서 오는 2020년에는 5373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내다보고 있다.

이중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는 식용곤충으로 2015년 140억 원 규모에서 오는 2020년에는 1236억 원으로 9배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 성장 만큼 수출 성장 가능성도 풍부해 정부에서도 수출연구사업단을 만들어 본격적인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메뚜기 두부 스테이크, 고소애 치즈케이크, 곤충스낵,파스타 소스, 에너지 바…등 식용곤충 요리가 선보인지는 이미 오래다. 우리나라의 식용곤충 가공기슬은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 등 곤충식품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반 국민들의 곤충에 대한 혐오감과 선입견 등의 굳어진 인식. 그럼에도 식용곤충을 건강기능식품으로 가공해 파는 인터넷 매장이 호황이라니… ‘식용’이 ‘식량’이 되는 건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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